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 : 학교와 마을이 연결되기 위하여

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by 앤스페이스 NSPACE

학교와 마을이 연결되기 위하여

길나랑 학교 마을활력소



지역 주민 모두가 아는 동네 공간은? 주민 센터, 동네 공원, 지하철 역... 다양한 대답들이 예상되지만 그 중 빠질 수 없는 목록 하나는 바로 학교다. 모든 지역에 하나쯤은 있으면서 웬만한 지역주민들이 다 알고 있는 곳. 때로는 지역의 중요한 랜드 마크가 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투표나 피난소로 탈바꿈하기도 하는 그런 곳. 그만큼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전유물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 교문은 점점 닫혀가고, 지역과의 연결은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학교와 지역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것은 과연 괜찮은 걸까. 지역 안에 '있는' 학교가 지역 안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하지만 학교 교문은 점점 닫혀가고,
지역과의 연결은 갈수록 희미해져가는 현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학교와 지역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것은 과연 괜찮은 걸까.


길나랑_외부전경1_정보람.JPG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의 전경. 길음 중학교 1층에 위치해있다.

성북구에 위치한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학교와 지역이 힘을 합쳐 교육공동체를 만들자는 목표로 학교-마을활력소를 열었다. 이름에서부터 학교와 마을의 단단한 연결(-)에 대한 의지가 보인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기 위한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길음 중학교 안에 있다는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를 만나기 위해 작은 마을버스에 올랐다. 길음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종점까지 가면 길음 중학교를 만날 수 있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기 위한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길음 중학교 1층 매점 옆이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의 자리다. 학교 안에서 가장 '핫'한 매점 옆이라니, 입지가 좋다. 넉넉하게는 열 두세 명, 빽빽하게 앉으면 스무 명 내외가 들어갈까 싶은 자그마한 크기의 공간. 중학교 안에 있는 공간이라 그런 걸까. 알록달록한 배색의 인테리어가 왠지 개구진 느낌이 난다. 책상과 의자, 에어컨 등의 꼭 필요한 물품이 간결하게 구비되어 회의나 소규모 세미나가 적당할 듯 보였다. 작은 크기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활력소 공간 밖 로비에도 의자를 배치했다. 로비공간까지 잘 활용한다면 많은 인원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가능할 듯싶다.


길나랑_내부전경1_정보람.JPG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의 내부 공간. 크기는 작지만 모임에 필요한 물품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의 주 이용자는 다름 아닌 길음 중학교의 학생들. 쉬는 시간이면 활력소 공간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공동체 공간들을 방문해보면 자주 만나는 공유서가도 한 쪽 벽면에 자리 잡았다. 대부분 학생들이 기증한 책이란다. 책 표지에는 이 책을 왜 추천하는지, 특별히 좋은 부분은 어디인지 자필로 메모를 했다.

또 다른 이용자층은 학생들의 부모들. 학부모 동아리 중 일부가 공간을 이용해 세미나를 열기도 한단다. 원데이클래스를 열면 주로 참여하는 그룹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아무래도 학교를 자주 오고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한편, 학교와 접점이 없는 주민들은 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워한다. 주민 센터의 강의 중 일부를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에서 진행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길나랑_내부전경2_정보람.JPG
길나랑_공유서가1_정보람.JPG
공유서가에 기증한 도서. 다음 읽을 사람들을 위해 표지에 남겨둔 메모가 눈에 띈다.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는 학교와 학교협동조합, 그리고 길음1동 주민조직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운영위원회도 각 그룹에서 다섯 명씩, 총 15명이 참여해 학교-마을활력소의 취지를 살리고자 노력 중이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한 편. 학교와 지역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학교 안에 마을활력소를 유치했지만 그게 오히려 장벽이 됐다. 지역의 학교 공간을 이용하다보니 위치적으로나 시설 면에서 주민들에게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숙제 중 하나다. 집 가까이에 편리한 카페나 분위기 좋은 공간들이 즐비한데, 마을버스 종점까지 굳이 찾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마을활력소로 공간을 내어주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교 공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과 안전이 우선이다. 마을활력소 공간이지만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은 학교측도, 주민들도 못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용 전 목적과 시간에 대해 협의를 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문턱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외적인 이유들보다 더 근원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학교-마을활력소에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많지 않다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외적인 이유들보다 더 근원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길나랑_외부인테리어_정보람.JPG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 외부 공간. 로비에도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두어 작은 공간을 보완하려 했다.

내외적으로 산적한 어려움에 가는 걸음이 더디긴 하지만,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려는 작은 시도들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올해는 <사람책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과 주민이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길음1동에 오래 사셨던 어르신을 모셔서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구전되어 오는 동네의 역사를 듣는 시간이었다. 지역주민이 아니면 나설 수 없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더니 자연스럽게 학교와 지역사회가 만나게 됐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의 특성상 상시적으로 오고가는 게 어렵다면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나 여러 행사들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길음 지역축제나 학교 축제 기간에 서로 왕래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에 있다. 느리고 소소하더라도 잘 짜인 접점들이 꾸준히 늘어간다면 언젠가는 두터운 관계망이 쌓이리라 기대해본다.


느리고 소소하더라도 잘 짜인 접점들이 꾸준히 늘어간다면
언젠가는 두터운 관계망이 쌓이리라 기대해본다.

이전부터 잘 알고 친하던 사람들끼리도 '공동체'로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령대도, 관심사도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 하나의 공간을 채우고, 공동체적인 목표를 갖게 되는 일이 결코 단숨에 될 리가 없다. 그 지점에서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학교와 지역이 연결되기 위해서 공간과 프로그램에 대한 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주민들이 이용하고 싶을만한 공간 구성,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권이 침해되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류 시스템을 조금 더 고민하고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를 지지하게 되는 것은 학교와 지역을 아우르고자 한 그 시도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가 가야할 길이 녹록치는 않겠지만 처음 가졌던 목표를 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역과 학교 모두 지치지 않는 선에서 학교-마을활력소의 역할을 꾸준히 감당해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정보람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길나랑 학교마을활력소

서울 성북구 길음로 144 (길음중학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페이스휴 :나무를 닮은 공간, 마음을 푸르게 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