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미 마을활력소: 작은 고개, 활력의 아지트가 되다

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by 앤스페이스 NSPACE

작은 고개, 마을 활력의 아지트가 되다
새재미 마을활력소



새재미_외부1_윤태웅.jpg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한 ‘새재미 마을활력소’

햇볕이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하던 6월의 어느 날, 금천구 시흥동의 한 동네를 찾아갔다. 작은 공원과 학교를 지나자 작은 고개를 만날 수 있었고, 고개를 조금 오르자 ‘새재미’라는 초록색 글씨가 눈에 띄는 마을활력소가 보였다.


마을활력소란,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이 직접 조성하고, 운영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을 의미한다. 명칭에서 알듯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소통을 늘려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가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새재미_외부2_윤태웅.jpg 입구에서부터 활력이 느껴지는 초록색 컬러

새재미 마을활력소를 처음 만난 소감은, 그 목표에 걸맞은 활력이 느껴졌다. 아마도, 생동감 넘치는 초록색을 주요 컬러로 선정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좋다 보니, 어서 내부에서는 어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중일지 궁금했다. 새재미 마을활력소를 운영하는 권영미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은 고개 위 활력의 탄생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을 때, 이름이란 첫인상에 큰 영향을 주는 큰 요소다. ‘새재미 마을활력소’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새재미라는 이름에 눈길이 갔는데, 그 느낌이 참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과연 새재미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고, 이 이름을 가진 공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Q. 공간 이야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권영미라고 합니다. 마을활력소 운영위원장으로 일한 지는 3년 차가 됐고요. 이전에는 마을지원활동가를 했어요. 현재는 주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주민공유공간 ‘새재미 마을활력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재미_입구_윤태웅.jpg 정감 가고 부르기 편한 이름 ‘새재미’

Q. ‘새재미’는 무슨 뜻인가요?

새재미의 ‘새재’는 고개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어요. ‘문경새재’의 새재도 같은 의미로 알고 있는데, 우리 동네도 오르막길이 있는 고개가 많이 있어요. 그래서 새재미라는 이름이 명칭 후보 중 하나가 되었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투표를 진행했죠. ‘산기슭’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장 많은 표를 받았는데, 좀 더 정감 가고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정하자 해서 새재미로 선택하게 되었죠.


Q. 1층은 치안센터가 자리 잡고 있던데요,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곳이 원래 백산지구대 건물이었어요. 2층이 식당이고, 3층이 숙소였던 거 같은데, 이곳에 있던 지구대가 시흥 5동과 합쳐지고, 그곳에 새로운 건물을 짓게 되면서 옮기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2층과 3층의 공간이 유휴 공간이 되었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구청과 지역센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끝에 마을활력소라는 공유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마을의 아지트


권영미 위원장을 따라 2층과 3층을 둘러봤다. 나무로 된 계단을 따라 벽에 걸린 액자들과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동네 사람이라면 누구든, 언제나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었다.


Q. 새재미 마을활력소의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2층에는 ‘코인노래방’과 ‘한켠만화방’이 있어요. 한켠만화방과 같은 공간에는 한쪽 벽면을 거울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댄스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3층은 다옴방이라고, 공유주방이랑 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관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1층에는 공유창고가 있어요.


새재미_코인노래방_윤태웅.jpg 방음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코인노래방
새재미_한켠만화방_윤태웅.jpg 한켠 만화방 : 이름 그대로 공간 한 쪽만 차지하고 있는 만화방


Q. 공유창고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창고에 그냥 물건을 가져다 두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모차를 쓰다가 아이가 커서 더는 필요 없어지면 이곳에 가져다 놓는 거죠. 그럼,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써요. 이름을 밝히지 않고, 간단한 인사만 작성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해두었어요


관련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예전에 마을 행사가 끝나고 천막을 공유창고 옆에 잠깐 두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없어진 거예요. 알고 보니 공유창고에 둔 물건인 줄 알고 가져가셨더라고요. 다행히 저희가 CCTV가 있어서 가져가신 분 얼굴은 모자이크해서 공지했죠. 천막은 공유창고에 맡긴 물건이 아니라서 혹시 잘못 알고 가져가신 분이 계신다면 다시 돌려달라고 했었죠. 다행히 얼마 뒤에 다시 돌려주셨어요. 그래서 공유창고 앞에는 ‘아무것도 놓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죠. (웃음)


새재미_공유창고1_윤태웅.jpg 공유창고에 다양한 물건들이 모여있다
새재미_공유창고2_윤태웅.jpg 잘 쓰세요-잘 쓰겠습니다, 오고 가는 정다운 인사말

Q. 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무엇인가요?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저는 회의할 때 노래방을 꼭 추천했는데, 왜냐하면 아이들이 노래방에 가려고 하면 저 멀리 내려가야 하거든요. 지금에야 코인노래방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별로 없었거든요. 아이들이 가기에는 왠지 위험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노래방을 중점으로 뒀고, 누구든지 요리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그럼 위원장님께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도 코인노래방인가요?
운영을 하다 보니 지금은 공유주방이 가장 좋아졌어요. (웃음) 제가 주부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특히 운영위원분들이 정말 좋아해요. 이곳에서 회의도 자주 진행하고, 요리교실도 열고 그러니까 가장 좋아진 것 같아요.


Q. ‘새재미 마을학교’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말씀하신 요리교실도 포함되는 것인가요?
일단 새재미 마을학교는 저희 활력소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거예요. 다만, 진행만 이곳 활력소에서 하는 거죠. 요리교실의 경우는 ‘청소년 요리교실’,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새재미 마을학교와는 별개로 저희도 활력소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서울시에 공간사업을 제출했어요. ‘공간워크숍’이라는 건데, 제가 고민했을 때 활력소와 같은 공간이 지속해서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새로운 주민들이 계속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운영위원이 있지만, 이분들이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겠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오래 있다 보면 소홀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주민을 모으고, 기존 분들과 섞이면서 계속해서 운영위원을 하기 힘든 분들이 빠지면, 이제 새로운 분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는 이런 지속적인 순환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사업을 냈어요. 사실 그동안에도 이러한 워크숍은 진행했었는데, 이 계기로 좀 더 정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겠죠.


새재미_다옴방1_윤태웅.jpg
새재미_다옴방2_윤태웅.jpg
요리교실과 각종 커뮤니티가 진행되는 다옴방

Q.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이 오셨는데요. 제가 처음에 설명해 드릴 때, 너무 ‘운영’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들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 책임감을 강요했던 것 같네요. 그냥 스며들듯이 와서, 워크숍을 통해 ‘아 여기서 뭔가를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했던 거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는 좀 더 잘할 수 있게 되겠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서로가


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나니 마을공동체,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권영미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점차 이러한 공간과 활동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언덕 너머에 또 다른 언덕을 향해가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역별로 커뮤니티가 많이 생기고 있는 거 같아요.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정말 많이 오거든요. 지난번 워크숍에서 어머님 한 분께서 아들의 일기장을 읽어주셨는데, 아이가 이야기하길 새재미 마을활력소가 시흥 4동의 중심이라 썼다고 하더라고요. 활력소에 가면 노래도 할 수 있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너무 좋다고요.


어떤 날에는 이 근처에 중학교가 있는데, 남학생 3명이 이곳을 찾아왔어요. 하교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벌써 학교가 끝난 건지 물어봤는데 조퇴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조퇴가 아니라 활력소에서 놀려고 일찍 나온 거 같아요. 물론, 학교에서 빠져나오는 행동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되게 고마웠어요. 만약 이런 공간이 없었으면 아이들은 다른 어딘가로 갔을 거고, 안 좋은 무리를 만났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항상 이런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공동체 공간을 조성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위치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민센터, 경찰서랑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딘가 생활이 불편한 동네 있잖아요? 그런 곳에 많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위치적으로 불편한 곳에 많이 생기면 다 같이 모여서 얘기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죠.


새재미_공지판_윤태웅.jpg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Q. 새재미 마을활력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건 항상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인 것 같아요. 많은 운영위원분이 시간을 내서 봉사해주고 계시지만, 당연히 각자의 생각이 다르잖아요. 리더로써 앞에 나서고, 사람들 간의 문제를 조율하는 것이 힘들죠. 돈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적절하게 하면 되는 건데, 사람과 사람은 각자의 살아온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제일 어려워요.


Q. 어려움의 해결을 위해, 시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도움을 드릴 부분이 있을까요?
마을공동체나 공유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왜 이 마을에 있는지, 자신이 이 마을에서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 일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될 수 있으면 좋겠고요. 이런 공유공간이 전국에 아주 많잖아요? 다른 공유공간으로 탐방을 하러 가서 이 공간은 어떻게 탄생했고,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많이 봐야 느끼고, 깨우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지금도 1년에 두 번 정도 운영위원들과 연관된 곳을 방문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부분에서 숙소나 차량 등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Q. 끝으로, 새재미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곳에서 마을 활동을 하다 보니, 제가 태어난 곳이 아님에도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이곳이 새재미 마을활력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공간, 서로서로 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새재미_외부3_윤태웅.jpg

새재미 마을활력소의 전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초록빛 활력은, 이야기를 마친 후 더욱더 푸른 초록빛 활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마 마을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 권영미 위원장의 이야기가 활력 그 자체였기 때문일 거다.

한 마을에 이토록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애착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마을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마을을 위해 아낌없이 봉사하는 운영위원들과 새재미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한, 앞으로도 이곳에는 초록빛 활력이 가득할 것 같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윤태웅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새재미 마을활력소

서울 금천구 독산로50길 10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간 짬 : 각자의 짬이 모여서 아지트가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