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주택협동조합 : 함께 사는 재미

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by 앤스페이스 NSPACE

함께 사는 재미,

함께주택협동조합



30년.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지난해 9월 중앙일보는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30년간 돈을 모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세라면 50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나라에서 주택이 '주거'가 아니라 '자산 증식'을 위한 목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거를 목적으로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전세와 월세도 마찬가지다. 거주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거주 보장 기간도 짧기만 하다.


* 장원석, ‘내 집 마련 30년 걸리는 나라 정상인가요?’, 2018ㄴ8s 9월 30일,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23007130
사진1_함께주택협동조합 외부전경_김아영.jpg 함께주택협동조합 1호점. 오래된 빨간 벽돌집을 리모델링해 탄생했다.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는 이러한 주거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이 공동으로 주택자산을 소유하고, 입주자는 적정 주거 사용료를 지불함으로써 입주자는 주거비 인상과 기간 제한 없이 거주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2014년 8월 1호를 시작(2013년 협동조합 설립)으로 3호가 9월에 착공을 앞두고 있고, 4호를 준비 중이다. 1호는 1인 청년가구 6명과 사회활동단체, 2호 무지개집은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 14명 이, 3호는 1~3인가구 13세대가 거주조합원으로 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위치한 성미산 마을은 공동체 마을의 전국적인 롤 모델로 유명한 곳이다. 육아 문제, 공동체성 회복, 사회적 약자 배려 등 마을의 이슈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이 생겨났다. 이렇게 공동체성이 단단한 마을에 위치한 공동체주택은 어떨지 궁금해 1호를 찾아갔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직원 김지은, 1호 1층에 입주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대표 소피아, 1호 입주자 아마니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줬다. (참고로 성미산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서라고.)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얼굴이 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러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진2_함께주택협동조합 사부작 대표 소피아_김아영.jpg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사부작 대표 소피아

Q.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요.

(직원 김지은) “최근 이웃과 어울려 사는 공동주거문화가 확산 중인데, 아무래도 동네에서 이웃과 정도 나누고 생활의 어려움도 공유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지속적인 이웃 관계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1~2년 살다 보면 임대료 상승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하고... 결국, 한 동네에 정착하기가 힘들죠. 이웃과 함께 사는 공동주거문화를 가꾸고 누리려고 해도, 주거가 불안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에요. 그들 대부분이 서민과 중산층이죠.


저희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이러한 중산층 사람들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고자 주택협동조합 방식을 구상하게 됐어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주거 비용 부담을 나누는 거에요. 개인들이 가진 보증금을 모아 함께 주택을 매입하고, 이용자(거주자)가 생각하기에 이용(거주)가치에 부합하는 적정 주거비용을 책정하죠. 그러면 적정 비용으로 원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이용 가능한 주택을 만들 수 있어요. 개인들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요.


이러한 협동조합 방식의 주택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소유하는 주택이죠. 협동조합주택의 경우, 부동산 자본이 침투할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해요. 부동산 매매와 개발을 위한 주택이 아니니까요. 덕분에 시민은 주거비용을 낮추고 주거 안정을 실현할 수 있죠. 이러한 취지로 2013년 함께주택협동조합을 창립했고, 2014년 첫 번째 주택으로 1인 가구를 위한 공동주택을 만들게 됐어요.“

사진3_함께주택협동조합 2층 공용공간_김아영.jpg
사진4_함께주택협동조합 3층 공용공간_김아영.jpg
1호점 2, 3층 내부 모습

Q. 아마니는 여기서 1년 넘게 거주 중이라 들었어요. 1호점에 살아보니 어떠세요?

(입주자 아마니) “다른 입주자와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예전 원룸에서 살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원룸에서는 앞집, 옆집과 마주치기 꺼려졌는데, 이곳에서는 마주치면 반갑게 서로 인사해요. 2, 3층이 거주공간인데, 3층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2층에 한번 들렀다가 올라가요. 이야기할 사람은 없나 하고 보는 거예요. 저도 일하고 들어왔을 때, 거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거기 가서 앉아있어요. 그만큼 편해요.”


Q. 살아온 배경이 각기 다른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살면 불편한 점이 여럿 있을 것 같아요. 소음도 그렇고요.

(입주자 아마니) “소음 문제는 서로 아는 사이인지, 모르는 사이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일 때 소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도움 되는 부분이 있죠. 제 방 밑이 2층 거실인데, 엄청 시끄러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아 사람들이 모였구나’ 하고 2층으로 내려가서 함께 이야기해요. 그래서 소음을 차단하려는 노력보다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오래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건축적으로 소음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혼자 살 때보다 불편한 점이 자주 발생하긴 해요. 청소는 언제 할 건지, 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비울지 사소한 것조차 같이 결정해야 하니까요. 여기서는 월 1회 정례 회의를 통해 살면서 발생하는 이슈를 함께 논의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정해요. 2호의 경우, 신발장에 신발을 몇 켤레까지 내놓을 수 있는지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회의했다고 들었어요(웃음). 입주자 간 많은 대화를 하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진5_함께주택협동조합 소통 포스트잇_김아영.jpg 거울에 붙은 포스트잇. 입주자 간 따뜻한 대화를 엿볼 수 있다.

Q. 입주자들과 함께 하는 활동도 있나요?

(아마니) “작년 크리스마스 때, 마을회관을 빌려서 입주자·마을 청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어요. 김장을 다 같이 담기도 했고. 아직도 김치 2통이 남아있어요. 얼마 전엔 함께주택 2호에서 가라지 세일(Garage Sale)을 열었는데 1호 입주자도 참여했어요. 2호 1층에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개방해서 이웃 주민들과 입주자들이 함께 자신들의 물건을 가져와 팔았죠.

꼭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거실은 말소리가 끊이질 않아요. 최근에 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 결승전이 새벽에 있었잖아요. 그날 다 같이 축구 경기를 봤는데, 주변 마을은 조용한데 이곳만 응원 소리로 시끄러웠어요. 인근 주민들한텐 죄송한 일이죠(웃음)"


Q. 1층에는 사부작 단체가 입주해 있는데, 청년 입주자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입주자 아마니) “사부작이 입주한 뒤 1호가 더 활기차졌어요. 입주할 때, 1층 마당을 리모델링하셨는데 예쁘게 꾸미신 것도 있고. 사부작 덕분에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특히 사부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입주자가 지나가면 와서 먹고 가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럼 저희는 진짜 먹고 가요(웃음). 2, 3층에 큰 부엌이 없어 가끔 사부작 부엌을 빌려서 요리를 하기도 해요”


(사부작 소피아) “지난해 감동적인 일이 있었어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발달장애창작가들의 미술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입주자가 왔어요. 그때는 함께주택에 입주한 지 일주일밖에 안됐을 때인데, 전시에 와줘서 정말 감동했어요”


가라지 세일은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자신의 집 앞과 차고에서 진열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중고장터이다.


사진6_함께주택협동조합 1층_김아영.jpg
사진7_함께주택협동조합 1층 사부작 내부_김아영.jpg
1호점 1층에 입주한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1층에 놓인 의자에는 가끔 마을 어르신들이 앉아서 쉬어가신다고.

Q. 사부작은 지난해 7월 함께주택 1호에 입주하셨는데,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있나요?

(사부작 소피아) “저희는 발달장애청년들을 위한 마을 플랫폼이에요. 발달장애청년들이 마을 사람들과 관계 맺도록 도와주는 허브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발달장애 청년이 그림 그리는 활동을 좋아하면, 학원을 가거나 레슨을 받기보다는 마을에서 그림 활동을 하는 주민과 연결해주는 거죠. 사부작을 설립하고 1년 동안은 공간이 없어 여기저기 떠돌면서 회의를 했어요.


당시 이곳 1층을 사용하던 사회적기업 ‘소풍가는 고양이’가 “카페 돌아다니면서 회의하는 게 힘들지 않냐. 여기 와서 회의해라“면서 공간을 빌려줬어요. 와서 보니, 너무 탐나는 거예요(웃음). 마을의 중심부인 데다가 유리창도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과 1층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볼 수 있는 구조인 거죠. 마침 ‘소풍가는 고양이’가 나간다고 하길래 보증금 1억을 마련해서 들어왔어요.”


Q. 단기간에 보증금 1억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부작 소피아) “마을을 믿고 ‘돈을 빌려달라’고 던졌어요. ‘소통하는 마을반’ SNS에 글을 올렸는데, 한 달도 안 돼서 1억이 모였어요. 20% 내외가 외부 지인들로부터, 나머지 80%는 전부 마을에서 십시일반 모였어요. 50만 원부터 1000만원 단위까지 빌려주셨고, 700만 원 가까이는 전부 후원금으로 들어왔어요. 그렇게 기적처럼 함께주택 1호에 들어오게 됐어요.


보증금뿐만 아니라, 1층 리모델링 공사할 때도 동네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백수’라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집을 고쳐주는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이곳의 바닥, 방충망 등을 새로 해주셨어요.“

사진8_함께주택협동조합 계단 낙서_김아영.jpg
사진9_함께주택협동조합 옥상_김아영.jpg
계단에는 입주자 이름이 낙서처럼 적혀있고, 옥상에는 함께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주택협동조합 1호’를 둘러봤다. 건물 구석구석에서 ‘함께 사는 즐거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3층을 올라가는 계단에 입주자들의 이름이 삐뚤빼뚤하게 적혀있고, 옥상에는 입주자들이 DIY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함께 이름을 새기고, 테이블과 의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웃음이 오고 갔을까. ‘함께주택협동조합’은 주거 안정성을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설립됐다. 하지만,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웃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말해준다. 단지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입주단체와 마을 주민까지도 함께하는 즐거움 말이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김아영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함께주택협동조합

서울시 마포구 1,2 호점 별도 안내

https://www.facebook.com/withcom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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