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이제 만으로 37이다
두어 달 더지나 면 38이 된다
조금 있으면 40을 바라본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 나이가 참 낯설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
이 나이에도
나는 겁나는 게 많은 사람이다..
그중에 제일 겁나는 건 타인이다
워낙에 소심하기도 하고 대인기피증처럼
모르는 사람 만나는 자리를 무서워한다.
아는 사람과 1 대 1로 보는 거는 괜찮은데
여러 명이 모인 자리는 무서워한다.
눈치를 많이 본다.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것 같고 모자란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다..
뭐 모자란 게 사실이라 해도 치기 어린 학창 시절도 아니고 타인이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일은 거의 일어날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아도 두렵다.
타인이 타인에게 큰 관심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나 또한 타인에게 크게 관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자의식 과잉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소재가 있어야 하는데
글을 많이 써오지 않았던 나는 소재를 나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자아성찰의 글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눈치 보는 사람이 되었던 걸까?
어린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해 보면
난 참 느린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 알림장 받아 적는 것도 느렸고
교실 창문을 닫으라는 선생님의 지시에도 두 겹으로 된 창문의 안쪽과 바깥쪽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몰라 한참을 씨름했었다..
느리고 서툴렀었다.
어른이 되어서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대신 눈치를 보게 되었다..
대충 눈치로 못 알아 들어도 아는척하고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대화의 주제를 못 알아 들어도 웃음으로 때웠다
하지만 지치고 자리가 끝나면 지독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혼자도 외롭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도 외로웠다..
그래서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는 자리는 선호하지 않는다.
괜히 소외되는 것 같고
눈치만 보다가 끝나는 것 같아서..
그래도 괜한 피해의식 같은 건 없다.
그냥 나이가 드니 이제는 이런 나도
나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대신 에너지 레벨이 나랑 맞고 가끔씩 1 대 1로 만나는 친구들은 가끔 있어서 지금은 많이 외롭지는 않다..
그렇다 나이가 드는 건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 일 수도 있겠다.
타인과 조금은 다른 나를 미워하는 대신
괜히 애쓰는 대신
이런 나를 받아들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