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한 끼가 소중한.
돼지갈비
정말 맛있는 파스타 (애매한 맛이면 안됨)
제육볶음
일본 라멘
쉑쉑 버거
햄버거(패티가 맛있어야 함)
만석 닭강정
탕수육
딸기 케이크
출산 전에 꼭 먹어야 할, 먹고 싶은 음식 목록이다. 아기를 낳으면 한동안 외식하기 힘들 것 같으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 다 먹었다고, 체크 해 두어도, 또 먹고 싶다.
아기를 가지자마자 시작된 입덧 지옥. 먹는 거 족족 뱉어내고 신물이 올라올 때까지 매일마다 토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어떤 건 TV에서나 인터넷으로 보자마자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리 집 냉장고 냄새 안 나는 편인데, 냉장고가 많이 비어 있는데) 음식 냄새 때문에 냉장고 문 여는 것조차 힘들었다. 몇 달간 구역질과 구토를 신물 나게 했더니 살이 찌기는커녕, 몸무게 유지만 해도 다행이었다.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달으며 괴로웠다.
그랬던 날들이 있었다.
가을이 시작되고 점점 추워지면서 입덧도 시들해졌다. 정말로 다행이다. 먹고 싶은 것들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멀거나 사 먹기 힘든 건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맛이 없을지라도 도전했다. 그래야 조금은 살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 집 식비가 쭉쭉 올라갔다.
‘괜찮아, 몇 달간 못 먹은 거 생각하면 이 정도야 뭐.’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면 맛집을 찾거나 좋아하던 곳에 가서 먹고 온다. 이태원의 피자집이 그랬고 동네의 돼지갈비, 더플라자 호텔의 중식당이 그랬다. 가서 사 먹지 못하면 택배를 시켰다. (어제 속초에서 닭강정이 도착했다)
TV에서 음식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먹고 싶은 게 한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고 냉장고에 뭐가 있나 훅 둘러본 다음, 부족한 건 시장이나 마트 가서 사 온다. 퇴근하고 오는 남편 시간에 맞추어 만들고는 같이 먹어본다. 손이 많이 가거나 힘든 건 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만든다.
왜 이렇게까지 먹고 싶은 걸 꼭 먹어야 할까.
영양가 있게 밥만 잘 챙겨 먹으면 되지 않을까.
출산하고 나면 아무것도 못 먹는 것도 아니고, 외식을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닐 테고, 배달음식도 못 먹는 것도 아니겠지만. 지금보다 힘들어질 테니까. 그렇다고 많은 양의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기가 점점 커지면서 배가 더 불러 오르고 올라,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다. 그래도 좋다.
매일 먹고 있는 한 끼,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일단 출산 전까지 먹고 싶은 것들 먹고, 영양가 있게 잘 먹고, 많이 걸어야지.
그나저나 출산하고 산후조리원 가면 초밥을 먹어야겠다. 연어초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