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Sep 17. 2019

아프니까 진짜 쉬게 된다

잠시 쉬고 갑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이 뒤죽박죽 섞였다. 결국 컨디션이 최하로 떨어졌다. 내려놔야 한다. 틈이 없는 날이었지만 내려놔야 쉴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우리 아기에게, 우리 세 식구에게, 많은 일이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일요일, 북적북적이던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조용한 밤에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을 복기하고 있다. 


원래 추석 연휴는 목요일부터 시작 해, 토요일까진데, 남편 회사에선 수요일부터 쉬었다. 남편이 쉬고 집에 있다는 건 육아와 집안일을 나눠 할 수 있는 동지가 함께 있다는 것. 그것도 무려 5일이나 된다. 연휴가 시작 하기 전에 이틀간 짠내 폴폴 나는 하루를 보내었다. 우리 아기가 며칠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설사를 했었고 씻기고 정리하느라 나 역시 힘이 들었다. 병원에 갔다 와서 분유 바꿔서 새로운 걸로 먹이고 약 먹이고 전해질 물도 먹이고, 이유식도 먹이고… 아기는 칭얼대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틈이 날 때 읽고 싶은 책을 들었는데 이 시간마저도 사치였나 보다. 눈 앞에 쌓인 집안일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내 온 몸이 아프고 졸음도 쏟아졌다. 욕심이 과했더니 탈났다. 
 ‘그래, 읽고 쓰는 건 잠시 내려두자. 빨래는 내일 하지 뭐.’



친정은 경상남도. 이번 추석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추석이 지나고 난 다음 주에, 차가 막히지 않을 때 가기로 했다. 시댁은 추석 당일에 가기로 했다. 달력 보니 쉬는 날이 많아서 흐뭇했다. 

우리 세 식구는 연휴 동안 롯데몰에 쇼핑하러 가기도 하고, 이마트에 장보러 가기도 했다. 매일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동네 산책도 다녔다. 친구네 집에 잠시 놀러 다녀오기도 했다. 아기의 설사 증상이 나아지고 있는지 긴장하며 살펴보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금새 좋아졌다. 3일에 한 번씩 이유식을 만들기에, 연휴 중에 하루는 밤에 시간 내어 한꺼번에 만들어 놓기도 했다. 



분명히 평소보다 육아에 쏟는 시간은 적었고 몸도 편한 듯했다. 그래도 책 읽고 싶어서 베란다 문 열어두고 시원한 거실에 누워서 책 읽다가 잠들었다. 으슬으슬하니 추워서 일어났더니 몸이 고장 나버린 걸 알았다. 연휴의 마지막을 달려갈 때 감기를 걸려버렸다. 1시간 전만해도 여유롭게 누워서 책 읽고 있었는데… 

속상하다. 



감기가 절정으로 내 몸을 휘감고 있을 때, 남편은 아기를 데리고 시댁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오랜만에 조용히 밥을 천천히 먹고 약 먹고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고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막혔던 코도 뚫려 있었고 목 안의 통증도 줄어들어 있었다. 개운하다. 이렇게 혼자 편하게 자 본 게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아프니까 진짜 쉬게 된다. 





나는 매주 하루를 완전히 비워두고는, 그날 출장이 있는 척 한다. 그러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갑작스럽게 끝내야 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하루 있다는 걸 알고 안심하게 된다. 당신도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보기 바란다. 너무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허덕이는 상황에 이르면, 잠시 미룰 수 있는 일이 한 두 가지쯤 있는지 확인 해본다. 분명 있을 것이고, 분명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팀 페리스 지음 >




잠시 쉬면서 읽었던 책에서 뼈를 때리는 글귀를 읽었다. 밖에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깊이 와 닿는다. 회사 일, 프리랜서로서의 일 뿐만 아니라 집안 일도 마찬가지다. 한 두 가지 미룰 수 있는 것은 미루고 여유 시간을 만드는 게 좋을 듯하다.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사용 할 수 있고, 이렇게 아픈 날에도 안심 할 수 있다. 매일 꼭 해야 할 일과 며칠에 한 번씩 해도 되는 일을 나눠서 적어보자.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하는 등 매일 해야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빨래 하는 것이나 물걸레 청소 한다거나 우리가 먹을 것을 만드는 등 며칠 만에 해도 되는 것은 미룰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미룰 수 있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 날로 만들어 봐야겠다. 이 날은 세 식구 외출도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처럼 남편이 아기 데리고 시댁 가는 것도 좋았다. 여유 시간, 자유 시간을 만들자. 분명히 할 수 있다. 


생각이 많고 할 일도 많을 때는 잠시 앉아서 쉬자. 그리고 미룰 수 있는 것은 미루고 다시 상쾌하게 시작하자. 몸을 혹사시키지 말기를 기억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먹킷 리스트 달성중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