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허혁 지음

by 미아취향

에세이를 읽게 되면 오래 걸리지 않아 완독 하는 편인데 이 책을 다 일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글이 아니었는데 천천히 조금씩 읽고 덮고 다시 또 펴서 조금씩 읽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버스 노선, 교대근무, 버스를 운행하며 생기는 일들.

버스기사의 말들이 모여 글이 되었다.





전주에 태어나서 석 달 넘게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군 생활도 고향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다. 나이 오십에 나고 자란 곳에서 시내버스기사가 되어 한 일은 결국 지난날 나를 만나러 다니는 일이었다. 가는 곳마다 어린 시절, 사춘기, 젊은 날의 추억이 뭉클뭉클 새겨져 있다. 그 거리마다 함께했던 친구들, 나눴던 이야기, 꿈, 타고 다니던 버스 등등. (p.58)


저자는 버스기사로 일을 하면서 여러 갖가지 일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사사로운 일상이지만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고마워하기도 한다.

버스 운전을 하며 겪었던, 생각했던 것들이 모여 에세이가 되었다. 평범한 일상, 있는 그대로를 담백하게 들려주면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두들긴다.





살아가는 데 있어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 밥이나 먹자! 다섯 마디 외는 모두 미혹이듯 버스에서는 간다, 안 간다, 딱 두 마디만 진실이다. 쓸데없는 소리가 쓸데 있는 소리보다 많다. 마음이 시간을 앞설 때마다 싫은 소리가 난다. 어느 사이 기사는 클레이사격장의 타깃처럼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으로 마음을 정조준한다. 운행 중에는 시간을 잊는다. 아니 시간이 된다. 시간의 블랙홀에 버스를 얹어 간다. 몸에 딸린 오감은 도로의 결을 살피느라 전혀 여력이 없다. ‘내리고 싶은 자 편히 내려주고 타고 싶은 자 얼른 태워주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운전에만 집중할 것’은 인사조차 받지 않는 기사의 숨은 사랑법이다. (p.179)


사실 버스기사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며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해되지 않았는데......

'인사를 왜 안 받아주실까?'

'거칠게 반응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급한데... 조금만 더 빨리 가 주시면 안 될까?'

'좀 기다려 주시지'


늘 경험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엄청난 이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해 봐야 그 비슷한 일이라도 공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이 버스기사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평소 버스 탈 때 느꼈던 불만과 기사들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속으로 짜증 냈던 것에 대해 미안해졌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살고 있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글이 되고 책이 되는 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작고 작은 이야기를 잘 풀어내어 글을 만들어졌다. 이렇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기에 웃음이 피식 나오기도 하고 묵직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읽고 싶어 졌다. 버스기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늘 계시는 분들, 경비아저씨, 택배기사님들, 등등


버스기사 허혁 님의 진솔한 이야기에 감동하며 나도 내 이야기를 기록하고 써야겠다, 다짐을 해 본다.




시내버스로 하루 열여덟 시간 정숙 주행할 수는 없다. 힘도 달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따금씩 안정적인 기계 조작에 실패해 당신 몸이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생각 없이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마음으로 버스를 타면 좋겠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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