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사하맨션》조남주

by 미아취향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타운 주민이 아닌 L2도 아닌 사하맨션 사람들의 이야기.

조남주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어서 읽어보고 싶었다.



어떠한 국제기구나 지역 연합에도 가입하지 않은 나라. ‘타운’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이상한 도시국가. 밖에 있는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국가에서 사하맨션은 유일한 통로 혹은 비상구 같은 곳이다. p.33



이 곳에는 총리단이 권력을 쥐고 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주민 L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의 심사를 거쳐 2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L2. 이 L2는 2년마다 주민권 획득을 위해 심사를 받는다. 2년간의 시한부 삶이다.

그리고 나머지, 타운에서 주민이 되지 못해 온 사람들, 본 국에서 온 사람들, 사하맨션에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이 모두가 사하맨션에서 '사하'라 불리며 살아가고 있다.



사하 사람들은 타운 주민이 아니기에 고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뒷구멍으로 어렵사리 구한 귀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저축은커녕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고 있다. 회사 테두리가 없고 학교의 우리도 없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늘 우리 주변에 있고 어떤 때는 나도 사하의 그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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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p.51



이야기 주인공들이 말하는 것에 주의 깊게 들어본다.

그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면 사회의 부조리함과 불평등에 맞서는 분노가 느껴진다. 정치 사회 뉴스를 보고 답답해하면서 화가 났었던 날들이 많았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건가,

이 감정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느끼고 있는 걸까.

내가 누구에게 분노를 해야 하고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은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다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p.163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비정규 노동자,

아이 낳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소외된 무리를 감싸고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 등등.


이 곳의 혁명을 일으킨 자들은 우리의 촛불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또 배 타고 오는 사람들은 난민의 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모든 소시민의 모습, 일상이 힘든 사람들의 투쟁의 모습까지.



어쩌면 난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불편하기에 모른 척하고 넘어간다거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하맨션에서 품기는 분위기처럼 온통 우중충하고 우울한 공기가 이 책을 감싸고 있다.

다 읽고 나니 이 분위기와 이야기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부당함을 이야기하며 현재를 자각하며 살고 있는 자들이 있기에 이 책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도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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