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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Sep 24. 2019

조국 사태를 한 발짝 떨어져 본다면?

<군주론>의 마키아벨리가 조국 사태를 보면 어떤 판단을 할까?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도덕성을 수치로 계량하는 것은 속도 제한을 두는 것과 음주 허용에 대한 나이 제한을 두는 것처럼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19살인 고3 학생이 12월 31일 오후 11:59분 59초에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그런데 1초가 지나면 주점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마셔도 된다. 1초 전에는 안 되고, 1초 후에는 술을 마셔도 된다. 1초 사이에 이 고3 학생의 몸과 정체에 상당히 두드러진 어떤 질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는 데 말이다. 속도제한이 시속 100km인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100km는 괜찮고, 101km는 안 된다. 현실을 고려하면 연령이나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을 수 없음에도,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정치인에 대한 도덕성의 한계를 두는 문제는 어떤가? 장관 임명자의 도덕성 기준이란 게 진보, 보수 정권이 바뀔 때 오락가락이고, 심지어 같은 성향의 정권 내에서도 고무줄이다. 여론, 특정 조건, 언론이나 상대 진영의 반대 정도 등 무수히 많은 변수에 따라 도덕성의 잣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덕성의 기준을 두는 것도 음주 연령에 제한을 두는 것과 제한 속도를 두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조국은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고, 범법자여서 안 된다고 할 거다. 검찰이 압수 수색해 기소하면 조국이든 누구든 피의자는 범법자인 게 100% 분명한가? 검찰이 기소해서 무죄가 나온 경우도 부지기수고, 심지어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재판에서 유죄가 나와도 나중에 과거사 진상 조사 위원회의 노력으로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말고 조국이 범법자라고 가정해보자. 어차피 국회나 정치권에 검찰이 털면 범죄자가 될 사람들로 득실거릴 거다. (검사들도 스스로 털면 그중에 하나일 거다. 사고 친 검사를 조국 털 듯 검찰이 스스로 털일이 없을 테니 공수처가 필요한 거 같긴 하다). 쉽게 패스트 트랙 건만 생각해도 자한당 의원 59명이 국회 선진화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조국이 범법자여도 현재의 정치 현실에서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매우 특이한 정치 철학자인 마키아벨리는 15-6세기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고, 각 도시 국가 내에서 권력 쟁탈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던 정치현장에 있었다. 그의 고민은 도덕적으로 선한 군주와 사기와 거짓, 그리고 위선으로 무장한 정치꾼들이 권력을 놓고 경쟁하면 도덕적인 군주는 권좌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것은 결국 시민 다수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플라톤이 이상적인 국가 지도자로 뽑은 철인(지성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의 도덕성과 신념에 바탕을 두고 통치하려는 군주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 모리배에게 반드시 권력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이유로 정의로운 군주는 정치 모리배를 제압하기 위해선 거짓과 술수를 선제적으로, 언제든 사용하고, 시민 다수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위선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다 공익을 위해서다. 이게 마키아벨리가 군주가 되고 싶은 자들에게 권하는 지침의 핵심이다.

현재 시민 다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과 상당히, 아니 아주 많이 배치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마키아벨리가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다수 시민은 정치인의 덕목 중에 도덕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장이 심한 위인전에 너무 익숙해져 위인(a great person) 다운 정치인을 기대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린 듯하다.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대한 가치 판단은 몫은 독자의 것이다.

어쨌든 다시 헬 조선의 조국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자한당, 언론 권력, 그리고 스스로 기득권 층에 속했다고 믿지만, 지배계층의 “들개 혹은 하이에나”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검찰이 합세해 흠결이 있어 보이는 조국과 그의 가족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있다. 도덕성을 중시해 조국 임명이 진보 진영에 수치라고 생각하는 상당수 진보 진영 인사들은 조국 반대를 외쳐도 이것이 이들의 신념에 바탕을 둔 것이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기득권 연대인 자한당, 언론 권력, 그리고 검찰은 그동안 훨씬 더 못된 짓을 해왔다.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을 나무라는 형국이다.

여러 특정한 계층과 세력을 언제나 만족시킬 수 없는 현 정권이 기득권 중에 들개 역할을 하는 검찰을 손보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흠결이 있을 수 있는 조국으로 제도 개혁을 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 마키아벨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책사에게 어떻게 조언할까?

모든 권력이 소수에게 독점된 권력 구조에서, 그리고 이 권력을 얻어 수구 세력의 지배자의 위치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공고히 하려는 헬 조선 기득권자들을 현 정부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어찌 보면 무의미한(?) 도덕성과 범법의 경계 혹은 기준을 자신들에게 엄격히 정해 스스로 약해져 극악한 기득권 세력의 공격에 굴복해야 할까? 현 정권은 좋게 보면 상대적으로 선하고, 또 다른 입장과 관점에서 보면 극악보다 조금 덜 악한 차악의 정권이다. 이 덜 나쁜 놈들(현 정권)이 아주 못된 세력(헬 조선 기득권)을 되도록이면 플라톤의 정공법 즉,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조질 거냐? 아니면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데로, 흠결이 있을 수 있지만 효과적인(?) 수단인 조국으로 조질 거냐? 가 이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여러 의미 있는 관점과 판단 기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공장은 본다.





* 이 글의 내용은 내가 속한 계층과 그에서 비롯한 내 여러 신념에 바탕을 두고 생각한 결과물이다. 독자의 신념과 계층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기에 다른 관점과 의견이 형성될 수 있음을 안다. 이 글의 내용과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니 본인의 견해를 자신의 공간에서 밝히길 정중히 권한다.


*마키아벨리 이미지는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힌다.

https://en.wikipedia.org/wiki/Niccol%C3%B2_Machiav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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