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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Jan 02. 2020

진중권 vs. 유시민

jtbc 신년 토론을 보고







jtbc 손석희 신년 토론 보고 나서

진중권 vs. 유시민

재수 없는 진중권이 판정 승 한 거 같다. 그동안 전 국민(진보 진영에 속한) 밉상으로 심적 고통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동양 대학교까지 그만두었으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난 솔직히 진중권을 늘 좋게 봐왔다. 그리고 유시민은 두루두루 상식을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학문적 전문성 혹은 깊이에선 진중권의 한 수 아래로 봤다. 나만의 판단이니 개의치 마시길. 그래서 난 조국 편에 섰지만 진중권을 비판하지 않았다. 난 진중권이 조국 논쟁에서는 침묵하기만을 바랐다. 최성해 총장과 관련도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는 거 같아서. 어쨌든 난 조국 이슈에서는 진중권보다는 유시민에 더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일단 이번 토론을 평가하기 전에 분명히 선을 그어 보자. 진중권은 박사 학위가 있든 없든 교수였으며 학자다. 반면에 유시민은 본인 표현으로 지식 소매상이다. “지식 소매상”은 학자가 연구한 걸 대중에 입맛이나 취향에 맞춰 가공해 책을 파는 것이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중권 책보다는 유시민 책이 훨씬 잘 팔린다. 책의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하여간 유시민 작가를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로 정의할 수 있을 거 같다. 전문 분야의 지식을 지식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통역해 주는 사람이 커뮤니케이터 즉, 지식 소매상이다. 그리고 하나 더. 유시민은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고 동시에 정치 유튜브를 하는 오피니언 리더로 정치적 활동을 실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노유진으로 한 때 꽤 친근해 보였던 두 인물의 의견 갈라짐이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이 말하는 팩트와 한 관점에서 해석한 팩트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토론해야 할 거리다. 이 논쟁은 길다. 나중으로 미루자. 어쨌든 진중권은 조민 동양대 표창장 건에 대해 가까이서 팩트를 중심으로 본 거 같고,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조국 논쟁을 본 거 같다. 조국 관련한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 듯하다. 표창장이든 사모 펀드든 이 정도의 문제로 조국이 법무 장관에서 낙마하고, 자한당이 웃고, 문정부가 타격을 입는 것을 두 눈 뜨고는 못 보는 유시민 vs. 진보의 생명은 도덕성이라 생각해 여기서 진보의 어두울지도 모르는 부분도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학자 진중권.


물론, 유튜브의 편향을 비판하는 진중권이 수구 보수 언론의 여론 몰이에 대해서는 너무 침묵한 부분에 비판의 여지가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해는 가지만 상당히 화나 있다. 그래서 본인도 보고 싶은 쪽을 더 크게 보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또한, 진중권이 팩트로 믿는 것의 순수성과 기성 언론이 말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학자 답지 못한 충분하지 못한 의심은 비판할 여지가 있는 거 같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내가 평소 비판해 오던 유시민과 비슷한 입장을 취한 이유는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이었다. 난 내 정체성을 평소에는 학문하길 즐기는 사람으로 본다. 물론, 인정받고 돈도 벌고 싶은 세속적인 욕망도 있다. 그럼에도 진중권 입장에 서야 할 내가 유시민 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던 이유는 진보가 가진 도덕성으로 헬 조선의 수구 세력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었다.




진보의 도덕성 강조로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수구 세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플라톤에서 이어져 온 정치인의 첫 번째 자질인 도덕성(세상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과 함께)의 효용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비참하게 부정된다. 도덕성이냐? 아니면 마키아벨리의 조언대로 선한 정치인은 공익을 위해 정치 모리배보다 더한 거짓과 술수를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가? 거기다 의로운 정치인이 정치적인 카리스마(대중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거짓 술수를 쓰면서도 대중에게 선한 척하는 위선은 필수라고 하는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다수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런 공리주의적인 철학에 대한 내 반감도 컸다. 무시 못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인들이 사익을 위해 정치질을 하고 나중에 비난받으면 공익을 위했다고 변명하는 정치꾼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이런 정치 모리배들에게 역사적으로 마키아벨리언이라는 부정적인 딱지를 붙여왔다. (이 사실을 알면 아마 마키아벨리가 무척 언짢아할 거다). 난 도덕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헬 조선의 수구 세력을 물리칠 수 있을까? 란 고민과 더디기만 한 다수 시민 정치의식이 점점 현실에선 마키아벨리의 충고가 더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좀 흠이 있을 수 있는 수단(조국)으로도 더 나쁜 놈들을 잡을 수 있고,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그래서 진중권이 토론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정치적인 형국에 있어서는 유시민이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중권은 정치적인 유불리에 관심이 없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이런저런 정치적인 상황보다 본인이 옳다고 판단하는 것을 중시하는 진중권은 학자고, 유시민은 본인은 정치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한 시민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형국에서 이 둘의 갈라섬(물론 또 노유진 때처럼 둘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겠지만)이 발생한 거 같다. 그래서 조국 사태를 겪으며 여러 SNS 친구들과 관계를 끊은 나도 씁쓸하다. 그러니 나와 의견이나 관점을 달리 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너그러이 못 본 척해주길 바란다. 참고로 난 댓글로 토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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