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학을 상상하다!
엄 윤 진
〈거짓 자유〉 저자, 인문학원·인문독서 모임 생각공장 대표
내가 대학을 졸업한 지 올해가 딱 20년이 되는 해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도 더 되어 대학원을 갔고, 이제 대학원을 마친 지도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늘 그랬듯 대학을 생각하면 왠지 권위와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이 생각나고, 4년 간의 교육과정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올해 데이비드 제이 스탈리의 책〈대안대학: 대학교육 혁신을 위한 예상 설계〉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스탈리 교수는 이 책에서 대학의 존재론적 위기가 2012년에 실제로 대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버지니아 대학 총장이 테레사 설리반이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물러난 사건을 예로 든다. 이 사건은 다른 명망 있는 대학들이 앞 다투어 개방형 온라인 교육(MOOCs:Massive Open Online Courses)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반면에 버지니아 대학교의 설리반 총장은 너무 느리게 이 트렌드에 반응하고 있었고, 이게 설리반 총장의 해임 사유였다. 이 책의 저자 스탈리 교수는 미국 중산층에게 있어 자녀의 대학교육은 자녀들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불분명한 졸업장의 효력으로 인해 ‘대학이 꼭 있어야 하는가? 혹은 대학 교육이 이대로 괜찮은가?’ 란 물음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개방형 온라인 교육처럼 고등 교육을 전달할 새로운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학교육비는 의료비만큼이나 비싸다. ‘이런 환경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란 질문은 분명 타당해 보인다. 스탈리는 건물 중심의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현재 폼나게 서있는 대학 건물들은 쳐다보면 절망적일 정도로 미래에 불필요한 것들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스탈리는 이런 상황에서 대학도 인간 존재가 가진 본성처럼 딱 정해진 하나의 본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늘 변해가는 여러 가능성이라고 말하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글에서는 스탈리가 알 수 없는 미래를 더듬으며 예측한 미래 대학의 여러 존재 가능성을 소개할 것이다. 난 스탈리의 미래 대학에 대한 탐구가 미국과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은 한국 대학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난 스탈리 교수의 책 〈대안 대학〉이 한국 대학이 직면하게 될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백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탈리의 책이 한국에서도 미래 대학을 상상하게 하고, 그 상상을 토론하게 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플랫폼 대학(Platform University)
플랫폼은 오로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기 위해 있는 한 기관으로 정의된다. 플랫폼 대학은 선생과 학생의 상호 작용을 쉽게 해 주는 물리적 공간이다. 이 대학에서 어떤 유형의 지적 교환이나 학문적 활동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이 대학은 중세의 대학처럼 선생과 학생이 스스로 모여 조직한 연합체다. 즉, 선생에겐 가르칠 공간을 주고 학생에겐 배울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이 플랫폼 대학이다. 선생에겐 가르칠 것이 있고, 학생에겐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입학에 대한 공식적인 조건이 없다. 학생은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 플랫폼 대학에 들어와 공부할 수 있고, 선생에게 정해진 정년 보장 같은 것은 없다. 이 대학의 선생들은 대학 밖에서 활동하고, 특정한 전물 기술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 공적으로 능력과 자격이 검증된 선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특정 분야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생들의 평가가 좋으면 언제든 강의를 계속할 수 있다. 강의가 끝나면 원래 일하던 기관이나 기업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플랫폼 대학은 학생과 선생의 관심 분야에 바탕을 두고 학생과 선생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기에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다. 강의는 선생과 여러 학생의 관심사가 일치할 때 생긴다. 선생이 특정한 주제로 강의를 개설한다고 발표하면, 이 주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이고, 그러면 강의가 생긴다. 그래서 학기도 없다. 가르침과 학습은 늘 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선생과 학생들의 연합이 형성되면 학과나 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다. 대학의 강의나 교과과정을 규제하고 계획하는 공식적인 행정 조직은 없다. 선생과 학생이 공통의 이익을 위해 모이기만 하면 언제든 강의는 시작될 수 있다. 강의, 학교, 교과과정이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처럼, 선생의 수가 충분치 않거나 선생과 학생의 열정이 시들면 언제든 쉽게 다 해체될 수 있다. 그래서 플랫품 대학의 강의는 성공하기도 쉽지만 실패도 쉽다. 학생의 열정과 선생의 능력이 이 대학과 강의 과정의 성공을 결정한다.
미니 대학(Microcollege)
미니 대학은 수천 개의 작은 대학의 모임이다. 미니 대학 한 개는 교수 한 명에 학생 20명으로 구성된다. 시골의 농가, 도시 지역, 공공 도서관, 건축 사무실, 과학 연구소의 실험실과 같이 배울 것이 있는 공간이면 다 미니 대학이 될 수 있다. 시골 농가에선 농업, 생물학, 생태학 등을 배울 수 있고, 도시 지역에서는 문화 단체나 시민 단체 같은 곳에서 지역의 시민 활동가들과 협업해 도시 문제의 여러 해법에 관해 학습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미니 대학은 학습이 일어나는 장소가 교육의 중심이 되며, 연구의 토대가 된다. 초기 미국 대학처럼 교수가 학장, 교수, 커리큘럼 설계자, 동시에 학생들의 멘토가 된다. 당연히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평가하는 평가자가 되기도 한다. 교수는 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가진 자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조각, 유화, 혹은 설치 미술을 가르치는 교수는 물리학이나 사회학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맨 부커 같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전직 외교관 같은 경력을 가진 자도 미니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다. 당연히 한 분야의 교수가 대학의 모든 학문 분야를 다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미니 대학의 학생들은 인터넷에 기반한 여러 전문과정을 수강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학습 속도로 배우기 때문에 독립적인 학기를 갖는다. 한 과정이 완성될 때까지 더 높은 단계의 과정을 수강할 수 없다. 미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개인에게 맞춰진 과정을 이수하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자들을 선별해 입학시킨다.
인문학 싱크 탱크(The humanities Think Tank)
인문학 싱크 탱크는 전적으로 인문학 학자가 모인 정책 연구소다. 이 싱크 탱크는 정부 관료, 정책 입안자, 기업, 비정부기구, 그리고 군대를 위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정책 연구 기관이다. 전통의 인문학은 관련 학자들을 위한 연구 논문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지만, 인문학 싱크 탱크의 연구 보고서는 사회가 당면한 문제나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위해 쓰인다. 또한, 미래에 대한 트렌트를 살펴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예측 보고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은 공공 영역에 새로운 인문학적 통찰이나 제안을 만들어 정책 입안자나 대중이 당면한 이슈를 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 싱크 탱크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공 정책에 영향을 주거나 그 정책을 이끌기도 한다. 싱크 탱크의 소장은 단체의 얼굴로 정부 부서, 고객이나 후원자 혹은 여러 후원 단체를 상대한다. 연구소장 직위에는 저명한 학자, 고위 관료, 혹은 언론에 정통한 이사가 적절할 수 있다. 연구 분야는 문화, 종교, 보건, 젠더(여성), 기술, 정치 경제, 그리고 환경이다. 물론, 사회적인 변수나 문화의 변화에 따라 연구 분야가 넓어질 수 있다. 싱크 탱크의 연구 프로젝트는 수석 연구자, 4-6명 정도의 직원, 박사 후 과정자, 대학원생, 학계 밖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참여해 수행한다. 수석 연구원이 싱크 탱크 소장과 협의해 연구 주제를 정한다. 싱크 탱크 소장은 현재 이슈와 트렌트, 전략적 목표에 대해 정통하기 때문이다. 싱크 탱크는 또한 기업, 비정부기구, 정부 부서들과 계약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영리 기업과 맺은 계약으로 나온 연구 보고서는 계약 당사자와의 합의에 따라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이곳에서는 주마다 연구 질문에 대해 토의하고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임을 갖는다. 연구 결과는 대학의 저널, 대학 외부의 학술 단체에 발표되며, 대중에 공개하기 위해 미디어에 제공되기도 한다. 연구 프로젝트는 4개월간 진행되고, 연구 결과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배포된다.
유목민 대학(Nomad university)
임시직 선호 경제 현상(the gig economy)에 따라, 상당수 현대인은 한 회사에만 속하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모였다 해산하면서 일을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때 독립적인 계약자들이 모이고, 그 프로젝트가 일어나는 지역에서 일하게 된다. 유목민 대학은 이런 경제적 환경에 학생들을 준비시킨다. 유목민 대학에는 행정직 종사자를 위한 건물은 있다. 하지만, 기존 대학과 다르게 강의실, 세미나 룸, 실험실 등을 갖춘 건물을 갖지는 않는다. 배움이 가능한 곳은 어디든 유목민 대학이 생겨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수와 학생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공학적 문제를 풀기 위해 모일 수 있다. 미국 도시에서 일어나는 경찰과 시민 집단 사이의 충돌을 중재하거나, 다국적 기업이 원하는 소프트 웨어 개발을 위해 노마드 대학이 생길 수 도 있다. 학생들은 제퍼슨을 배우기 위해 몬티첼로로 가기도 하고, 플라톤을 연구하기 위해 아테네로 가기도 한다. '세계 여러 곳에서 배운다'가 유목민 대학의 교육 철학이다. 교수진도 당연히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여행한다. 노마드 대학의 교수는 전자 회의에서 자신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후원자나 기부자를 확보한다. 교수들은 기업, 비정부기구, 문화 단체나 기타 기관이 제안한 연구 프로젝트를 찾아내는 역할도 한다. 교수는 프로젝트 팀을 구성할 때, 프로젝트를 처음 하는 학생부터 프로젝트 수료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함께 참여시킨다. 유목민 대학의 프로젝트에 인류학자와 사회학자가 협업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을 전담할 연구원과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영화제작자도 참여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산하고,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다시 모인다. 프로젝트 한 개를 4-6개월 기간에 끝내야 하고 학생들은 일 년에 이러한 프로젝트를 2-3개 정도를 해야 한다. 학생이 이런 프로젝트를 10개 끝내면 유목민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교수가 학생의 성적 평가를 맡는다. 프로젝트가 그 프로젝트가 이루어진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지와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유목민 대학에서 학생들은 공부하면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 능력을 향상해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향상하고 다양한 지역에서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인문과학 대학(The liberal arts college)
중세의 인문학은 문법학, 논리학, 수사학, 연산, 기하학, 음악, 그리고 천문학이다. 이 일곱 가지 능력은 자유 시민이 공적이고 종교적인 삶에 참여하기 위해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다. 미래의 인문과학 대학은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지적 능력을 교육하기 위해 중세 인문학의 일곱 가지 능력을 재정의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이 인문과학대학 졸업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 기업들이 인문과학 대학 출신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크게 비판적으로 판단하기, 복잡한 문제의 해결 능력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미래 인문과학 대학 교육과정은 일곱 가지의 지적 능력 개발에 집중한다. 1.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2. 센스 메이킹(sensemaking: 집단이 경험한 사건에 대한 공유된 인식과 이해를 만드는 능력), 3. 소질(making;재능), 4. 상상력, 5. 다양한 기기와 방식을 이용한 소통능력, 6. 간 문화적인 이해능력, 7. 지도력. 이 일곱 가지 지적 능력은 직업 관련한 전문 기술만큼이나 중요하다. 인문과학 대학에 특정한 전공이나 선택과목은 없고, 학생과 모든 학습 활동은 이 일곱 가지 지적 능력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통적인 인문과학 대학에서는 이런 일곱 가지 지적 능력을 과목 중심 학습의 부산물로 여겼다. 하지만 미래 인문과학 대학은 고용주나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에 맞춰 학생을 교육해 과목 중심보다는 노동 환경에서 요구하는 기술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이를 위해서 교수는 전통적인 전문가가 아닌 여러 지적 기술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이 대학에서 학생은 특정한 지적 능력에 관한 4주간의 집중적인 입문과정을 교실에서 수업한다. 입문 과정을 마친 후 4-6개월간 기업이나 단체에서 도제로 배우며 위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 능력을 집중적으로 연마한다. 교수와 도제를 맡은 단체의 감독관이 도제 역할을 하는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런 인문과학 대학에는 입문 과정이 이루어질 공간과 행정 직원과 교수진을 위한 건물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이 지역 사회의 정부기관, 기업, 비영리 단체 등에서 이루어진다. 학생의 교육과 도제 과정을 맡은 지역 사회의 여러 단체나 기업은 학생들의 재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도제 기간에 하는 노동과 훈련에 대해 월급을 받는다. 이렇게 학생들의 능력과 재능을 활용하는 지역 사회의 여러 기관은 특정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훈련하고 투자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인문과학 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대학이 학생의 재능을 평가해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기업에 연결해 준다.
뇌가 젊은 노인 대학(superager university)
좋은 두뇌 능력을 가진 80대 이상의 사람을 슈퍼에이저라 한다. 뇌가 젊은 노인 대학(슈퍼에이저 대학)은 60세 이상이면 입학이 가능하다. 60세 이상의 현대인들은 수명 연장으로 직장에서 은퇴 후 새로운 삶의 단계를 시작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나이 든 사람의 뇌도 알츠하이머나 다른 인지 퇴화 장애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의 뇌처럼 유연하고 활동적일 수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슈퍼에이저라고 불리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의 대뇌피질(운동과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에 관계된)은 평균적인 성인의 뇌보다 더 두껍다고 한다. 슈퍼에이저의 뇌는 20 대 젊은 사람의 뇌와 해부학적으로 차이가 없고, 해마(기억력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 조절)의 부피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슈퍼 에이저의 기억력과 집중력은 2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뇌가 젊은 노인 대학(슈퍼에이저 대학)의 목적은 슈퍼에이저의 뇌 발달과 개발이 전부다. 슈퍼에이저들은 20대 대학생과 똑같이 물리학, 화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범위의 연구활동에 참여한다. 20대 대학생이 하는 비판적 독서나 해석 작업에 참여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평생을 통해 얻은 여러 신념과 인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음악, 외국어, 수영과 테니스 같은 체육 활동도 필수 과정에 들어간다. 이런 활동 모두가 슈퍼에이저의 젊은 뇌를 유지하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대학(Interface university)
인터페이스 대학은 기계가 인간의 의식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도, 대체할 수도 없을 거란 생각에 바탕을 둔다. 이 대학은 인간과 컴퓨터가 함께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나 컴퓨터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학생에게 컴퓨터와 함께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인터페이스란 말은 두 개의 개체 사이의 관계를 가리킨다. 이 대학에서 두 개체란 인간과 종합적인 지능을 가진 컴퓨터를 가리킨다. 인터페이스 대학의 교육 목적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생을 달성하는 거다. 비유하면, 인공지능을 인간 뇌의 세 번째 반구로 만드는 거다. 학생들은 인간의 좌뇌 기능보다는 우뇌가 가진 기능을 더 향상하기 위해 공부한다. 예를 들면, 호기심, 창의성, 상상력, 유머감각, 의미 부여처럼 알고리즘이 정복하지 못한 능력들이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끊임없는 대화 하며 생각하고, 문제 해결하고, 연구와 창작을 수행한다. 이 대학에서 인공지능은 현재의 시리와 알렉사처럼 학생의 대화 상대다. 이를 통해서 인간이 인공지능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간다. 인터페이스 대학도 전통적인 대학처럼 전공이 있다. 하지만 학습의 결과물은 인공지능과의 협업에 바탕을 둔다. 예를 들면, 디지털 인문학 전공자는 연구서적을 읽기 위해 텍스트 채굴 알고리즘을 이용해 알고리즘이 없으면 탐지할 수 없는 패턴을 식별해 낸다. 디지털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알고리즘이 이렇게 찾아낸 여러 패턴을 해석한다. 교육의 평가 방식은 시험보다는 프로젝트 중심이고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질문을 만들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만드는 거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이에 답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코딩 과정이 필수 과목이다.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거르며 패턴을 찾아내게 하고, 그 패턴을 해석해야 하는 것이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배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페이스 대학에서는 코딩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인터페이스 윤리학도 필수과목이다.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메타 인식(meta-cognition) 과목도 필수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선 학생이 자신의 세 번째 반구가 될 알고리즘을 스스로 만들고, 이 알고리즘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는 법을 완벽히 배워야 한다.
몸의 대학(The university of body; 오감으로 배우는 대학)
몸의 대학은 학생이 정보와 지식을 모든 감각을 이용해 수집하고, 이해하게 교육한다. 학생들은 온몸으로 읽는 법을 배운다. 이 대학에서 지식과 정보를 학생과 연결하는 주된 인터페이스는 메사츄세츠 공과대학(MIT)이 개발한 엠비언트 룸(ambient Room)과 유사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정보는 소리, 냄새, 촉각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면, 유쾌한 냄새는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반면에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는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몸의 대학의 교육 목표는 미래에 인간이 살아갈 물리적 환경 전체가 이런 엠비언트 룸 같이 되었을 때 학생이 미래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준비시키는 거다. 이런 대학이 존재하는 미래 사회에서 정보나 지식은 시각자료, 음성정보, 촉각 정보, 그리고 후각적이거나 운동감각 정보 형태다. 학생들은 여기에서 모든 감각으로 정보를 받고 해석하며, 자신이 해석한 것을 모든 감각적 형태의 정보로 표현하는 것을 배운다. 몸의 대학은 가상현실 공간을 포함해 모든 환경이 음악, 여러 소리, 과학적 시각 자료, 냄새, 예술이나 그래픽으로 합성된 공간이다. 분자를 공부하는 학생은 분자를 촉각으로 직접 느낀다. 서로 튕기는 분자를 연결하면서 촉각으로 그 힘을 느낀다. 몸의 동작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표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춤이나 무용은 필수 과목이다.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인식과 통제, 그리고 몸이 가진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 것이 주된 학습 과정이다. 학생들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대상을 조작하고 만드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몸의 대학 도서관은 가상현실 공간이 된다. 이 도서관은 상징으로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감각적 공간이다.
고등 놀이 연구소(The Institute for Advanced Play)
고등 놀이 연구소는 놀이를 지식의 습득이나 생산보다 높은 수준의 학습으로 여긴다. 놀이에 참여하는 것은 예술가나 다른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용하는 여러 사고의 과정과 관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이 고등 놀이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은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들과 많이 닮아 있다. 이 연구소에선 참신함과 생산적인 창조 활동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기,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들에서 연관성을 찾기, 예상치 못한 답을 찾아내기 등이다. 이 연구소는 놀이와 상상이 가장 높은 수준의 학습이라 보기에 상상력 배양을 교육 목적으로 삼는다. 놀이를 한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하지만 초현실적인 여러 환경에서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연구소에서 놀이는 상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 내는 것을 가리킨다. 연구소는 상상을 위한 공간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 연구소를 "구글 타임(Google time)"과 같은 환경으로 이해해도 될 거 같다. 구글 타임에서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일부를 특정한 목적 없이 놀이와 실험을 하며 보낸다. 고등 놀이 연구소에는 과목도 학부도 없다. 이 연구소의 교수는 잘 노는 사람이면 된다. 움직이는 것, 세계를 탐험하는 것, 손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된다.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현재 존재하는 규칙을 안 지키고, 새로운 규칙으로 기존 규칙을 대체한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이러면 어떨까(what if~)"란 질문을 가장 선호한다. 예를 들면, 고용에서 일이 분리된다면 어떨까?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높은 연봉을 받으면 어떨까? 대학이 놀이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는 기관으로 계획된다면 어떨까? 등의 질문이다. 정해진 교과과정과 정규 학습 코스가 이 놀이 연구소엔 없다. 연구원 자신들의 호기심에 바탕을 두고 여러 분야를 탐험해 자신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면 그만이다. 이 놀이 연구소는 전통적인 대학에 있는 미리 정해진 교육적 결과물이나 학습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 점에서 전통적인 대학과 가장 뚜렷이 구별된다. 이 고등 놀이 연구소의 연구원은 어떤 방향, 최종 목표, 혹은 연구소 밖의 단체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 없이 놀이를 추구한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단체들은 이 연구원들이 놀면서 생산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안을 원하고, 이런 창의적인 인재들을 원한다.
종합 지식인 대학(polymath university)
종합 지식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완전히 다른 세 개의 전공을 가져야 한다. 이 대학은 창의력과 혁신적인 사고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여러 분야에서 연관 관계를 찾아내는 것 즉, 이질적인 아이디어를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교육철학을 가진다. 이런 교육철학으로 인해 학생은 영어, 역사, 그리고 철학을 자신의 주전공으로 삼을 수 없다. 대신에 역사, 회계학, 생물학을 전공하거나 금융, 영어, 화학을 전공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여름 방학 미니 과정을 들어 자신이 선택할 세 개의 전공을 미리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대학에서 학생은 '동시적 사고'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생은 건축가, 사회학자, 그리고 시인의 사고를 동시에 하도록 교육받는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졸업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졸업 작품에는 세 가지 전공 영역이 다 포함돼야 한다. 졸업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세 가지 전공마다 미니 졸업 작품을 만들고, 이 세 가지 전공의 미니 졸업 작품을 융합해 최종 졸업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종합 지식인 대학이 선호하는 교수는 세 개 분야의 박사학위가 있는 학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수 한 명이 세 개의 박사 학위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분야에 대한 박사 학위와 다른 두 분야에 대해 가르칠 정도의 지식(학부 수준의 지식)을 갖추면 종합 지식인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다. 이 대학에는 학생이 성공적으로 졸업하기 위해 작은 세미나를 주관하고 학생의 학습과정에 조언을 해줄 멘토가 있다. 대학 내에서 특별한 지위를 갖는 자로 학생의 세 전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돕는 조언자다.
미래 대학(future university)
미래 대학은 미래학자, 전략가, 선경지명이 있는 자, 활동가, 사상가, 기업가, 몽상가, 그리고 시대에 앞서 행동하기 원하는 자를 선호한다. 미래대학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을 찾는다. 대학의 교과과정은 순수 미래학과 응용 미래학이 있다. 먼저 순수 미래학은 미래를 수많은 가능성의 공간으로 탐색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개연성이 있는 여러 미래 세계를 상상하고 탐험한다. 물론, 이런 탐험에서 얻어진 지식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활용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상상과 탐험 자체가 중요한 공부다. 응용 미래학은 실용적인 목적 즉, 기업의 전략을 구성하기,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가정신 계발, 사회 운동과 같은 것들을 위해 미래를 탐색한다. 응용 미래학은 미래를 단지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상상하고 탐색한 미래가 실제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 대학에는 두 가지 학습 접근법이 있다. 시스템과 시나리오다. 먼저 시스템 사고는 한 시스템의 여러 구성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시스템에서 비롯한 복잡한 행동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학생들은 역사에 등장한 다양한 유형의 시스템을 공부한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시스템,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시스템, 환경적이거나 세계 정치적인 시스템 같은 것들이다. 시스템의 과거 작동 방식을 이해해 여러 시스템이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를 예측해 본다. 학생들은 혼돈이론(chaos theory)과 복잡성 이론(complexity theory)에 바탕을 두고 시스템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를 추구한다. 이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 혹은 미래 시스템에 대한 설명 즉, 시나리오를 탐색한다. 미래대학에서는 시나리오가 배우는 방식이자 현재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여러 기술을 배우는 데 그 한 예가 디자인 픽션(design fiction)이다. 디자인 픽션은 디자이너가 미래를 상상하고, 살피고, 비평하는 사고 과정을 이용한다. 일종의 시나리오 만들기다. 실제로 그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플랫포밍(platforming)이라 한다. 미래 대학 안에 미래의 새로운 시스템을 하나 만든다. 일종의 테크 인큐베이터(tech incubator)다. 여기에서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회적인 제도들도 만든다. 대학의 연구원들은 특정한 기술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고, 그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를 탐색한다. 미래 대학에서는 새로운 경제 제도, 혹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 구조까지 탐색하고 실험한다. 예를 들면, 모든 시민을 위한 기본 소득도 실험한다. 이곳에서 교수는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갈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주요한 연구 실적이 된다. 미래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미래를 만들고, 그 시나리오로 소설을 쓰거나 영화로 제작한다.
스탈리 교수의 당부
<대안 대학>의 저자 스탈리 교수는 대학의 존재론적 위기와 존재론적 가능성 모두를 말한다. 일단 대학 교육비가 치솟고 있고, 이것은 다시 학생에게 빚더미를 안겨주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막대한 빚을 대가로 얻은 대학 졸업장의 효력과 신뢰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학 교육의 시장화 때문에 대학은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인문대학 교수들은 대학의 재정위기로 통폐합될까 불안해한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기업화되고 있는 대학에서 교수의 종신 계약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교수도 대체 가능한 현실이 상당히 가까이 와있단 예측도 들린다. 대학의 교수진도 의료보험도 없는 비정규직 여성 강사들로 채워진다고 한다. 대학이 직면한 현재 상황에서 고등교육에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고, 대학 혁신가로부터 대학을 구하기 위해 예전 대학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도 있다. 다른 한 극단에서는 대학 제도 자체가 고장 났으니, 고치거나 예전으로 회귀하지 말고, 아예 대학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스탈리 교수는 대학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는 대학이 직면한 존재론적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한다. 그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다. "대학은 왜 있어야 하는가?, 우리에게 대학은 왜 필요한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종합적이고 상상력 있는 답을 대학이 내놓지 못하면 대학은 해체될 거라고 스탈리 교수는 경고한다. 다행히 대학에는 아직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시간이 있다고 한다. 대학이 미래에 존재할 여러 가능성에 대해 상상하고 숙고해 미래에 대학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스탈리 교수는 권한다. 스탈리 교수는 대학도 인간처럼 항상 '되어감의 상태(the state of becoming)'이기에 혁신하고 싶은 대학은 자신의 존재론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난 스탈리 교수의 〈대안 대학〉에서 미래 대학이 가질 여러 존재 가능성을 봤다. 스탈리가 제시한 여러 시나리오들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학의 가능성을 알게 해 주었다. 물론, 스탈리가 생각하는 대학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인식에는 여러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스탈리 교수가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던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해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도 생각해 봤었다.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와 교육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이다. 스탈리 교수의 말처럼 대학도 인간과 같이 ‘되어가는 상태(the state of becoming)’라면 대학의 변화는 필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에게 왜 변화는 필연일까?’ 대학도 한 사회의 제도이며 기관이다. 그러니 ‘대학도 사회와 그 사회를 사는 시민과 학생의 요구에 반응해야 하는 주체가 아닐까?’ 그렇다면 ‘대학이 갖게 될 미래는 어떠할까? 더 나아가 그 미래 사회가 요구할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늘 빠르게 변화는 환경에 적응해 생존하는 데 성공했던 것처럼, 대학도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과 혁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즉, 전례 없이 빠르게 변화는 환경에 맞추어야 할 거다. 구글의 레이 커츠와일(Ray Kurzweil)은 지난 세기 기술의 변화 정도를 1이라고 표현한다면, 21세기 기술 변화는 1000이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쨌든 변하는 사회적 환경이 대학에게 요구하는 것에, 혹은 변화된 환경에서 시민이 원하는 대학의 모습에 시의 적절하게 대학은 대응해야 할 거다. 대학이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고, 미래 사회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약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회 속에 한 제도나 기관으로 자리 잡은 대학이 해야 할 최선은 변화될 사회의 모습을 대학이 가진 능력 한도 내에서 예측하고, 그 사회에 학생이나 시민을 준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스탈리 교수의 책 〈대안 대학〉은 미래 사회의 예상 가능한 모습과 그에 맞는 대학의 역할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생존과 혁신을 바라는 분들은 4년제 8학기, 전공 제도의 타당성, 필수 과목과 선택과목, 평가 방식, 대학(학습) 공간, 학생 선발 방식, 강의 과목의 선정과 진행 방식과 같은 모든 것들에 대한 정해진 틀 밖에서 생각하는 것을 시작해야 할 거 같다. 10여 년 전 아이폰의 시작이 애플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만들었고, 가장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애플에게 선사했다. 혁신을 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상상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한국 대학에게 이 정도의 혁신을 바라지는 않는다. 가장 쉬운 혁신의 방법은 대학이 모든 고정된 틀이나 시스템에서 벗어나거나 유연 해지는 거다. 4년제 대학과정만을 고집하는 것, 강의실에서만 배움이 일어난다는 생각, 학생 선발은 수능 점수나 내신으로 보고 뽑아야 한다는 생각과 같은 것들에서 유연해져야 하지 않을까? 혁신의 한 가지 더 쉬운 방법은 스탈리 교수가 제시한 여러 대학을 한국의 한 대학 안에서 유연하게 포용하는 것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사람들은 전화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영어 전자 사전 등을 따로따로 들고 다녔다. 아이폰이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각자 관계가 없다고 여기던 여러 장비를 한 기기(아이폰) 안에 다 넣은 거다. 스탈리 교수가 제시한 미래 대학의 여러 모습을 한국의 한 대학이 담아내기만 해도 그럴듯한 미래 대학이 생겨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모여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 나아갈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대학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길 희망해 본다.
〈참고 문헌〉
David J. Staley, 『Alternative Universities: Speculative Design for Innovation in Higher Education』,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