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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Jul 21. 2022

스핀 닥터, 그리고 프레임

어떻게 프레임을 극복할까?







프레임이란?


아래 사진(군인 사진) 2번과 3번을 독자가 볼 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이 확연히 달라질 거다. 하지만 전체 사진은 1번이다. 언론과 스핀 닥터(political PR/ spin doctors)가 쓰는 프레임은 바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2번과 3번 중에 하나를 골라 쓴다. 전체 그림인 1번은 대중에게 보여 주지 않고.





또 하나의 전형적인 프레임의 방식은


특정한 어휘 사용이다. 같은 사건을 다룬 두 언론의 기사 내용이다. ‘~’ 부호가 있는 표현에 집중해 보시길.


예시 1.


‘불법적인 외국인’을 옹호하는 한 시민이 ‘특별한 권리’를 요구하며 시청 앞에서 ‘격분해하며’ 항의했다.


예시 2.


‘취업 허가증이 없는 노동자’를 옹호하는 한 시민이 ‘동등한 권리’의 결여에 ‘우려를 표하며’ 시청 앞에서 항의했다.


예시 1과 예시 2 문장을 각각 읽는 뉴스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 시민의 시위에 어떤 감정을 가질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을 쓰는 소위 언론사의 주필이나 스핀 닥터(정치적인 PR; public relation)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스핀 닥터는 언론사의 주필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신을 고용한 대통령이나 당수(도지사나 시장 포함)의 입장을 고려해 정치적인 타격은 최소화하고, 조금 잘한 것은 부풀리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반만 진실(half-truth)인 정보를 활용해서 거짓말을 직업적으로(혹은 전문적으로)한다. 그래서 스핀 닥터들을 거짓말을 하는 전문직(a professional liar) 종사자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걸 음모론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심지어 다수는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PR 산업은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내가 강의 자료로 쓴 책은 영국의 대표 언론인이자 언론학 교수인 이안 하그리브스의 책 <journalism>이고, 인터넷 자료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PR 강의록인데도.




대표적인 스핀 닥터들의 작업들(실패한 예)


아래 쿠웨이트 소녀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이라크 군인들이 쿠웨이트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있는 갓난아기들을 인큐베이터에서 꺼내, 병원의 찬 바닥에서 죽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공개적으로 증언 하자, 아버지 부시 집권 시에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성 여론이 미국 내에서 급등했다. 하지만, 이건 스핀 닥터들이 당시 우리 돈으로 백억 원이 넘는 돈을 받고 연출한 사건이었다. 이 소녀는 실제 이라크에 있지도 않았고, 미국 내에 있는 쿠웨이트 대사의 딸로 밝혀졌다.



토니 블래어의 스핀 닥터는 9/11 사건이 터졌을 때,


블레어 총리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금이 블레어 총리에게 불리한 사건을 덮이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얘기한 것이 밝혀져 사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핀 닥터들과 각 산업 분야의 PR 전문가들은 담배와 총기 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기관, 그리고 월스트리트에서 수많은 거짓말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일 즉, 충실히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대중을 속이는 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기 고용주들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프레임을 극복할 대안은?


언론인도 여러 층위가 있다. 언론사의 고위직으로 프레임을 활용할 줄 아는 소수가 있고, 나머지는 청와대나 정당, 그리고 대기업이나 기관의 PR 전문가들(홍보 수석이나 이사)을 찾아가 뉴스거리를 취재하고 받아 적는 기자들부터, 아무 생각 없이 베끼거나 보도 자료에 자기 이름만 달아서 쓰는 기자 무리들도 있다. 그러니 소수를 빼곤 그리 똑똑하지 않다.


그나마 PR 전문가들(대변인이나 홍보 수석이나 이사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팀이 상당히 고퀄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쓰는 프레임을 극복하는 것은 되도록 현안 이슈에 대한 전체 그림을 다양한 관점에서(다양한 뉴스 소스를 활용해) 파악하려 하면 된다. 프레임 하는 기본 방식은 전체 이야기 중에 특정 부분이나 측면만을 보여 주는 거니까. 시각 장애인들이 코끼리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하고, 코끼리를 자기 경험에만 바탕을 두고 코끼리를 판단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스핀 닥터가 쓰는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 방식이다. 그러니 코끼리 전체 즉, 이야기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한 이야기를 많이 읽고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프레임 깨기 방식이다.





더 근본적으로 프레임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식의 압축성을 활용하는 거다. 내가 연구자료로 활용하는 대부분의 자료와 책은 수십 권의 전문 서적과 논문의 핵심적인 통찰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연구 결과가 압축적으로 한 권의 책 혹은 논문에 담겨 있다. 그러니 이런 책이나 논문을 읽거나, 이런 강의를 찾아 들으면, 언론인이나 스핀 닥터보다 더 똑똑해지고 지식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많이 아는 사람은 프레임에 걸리지도 않고, 당연히 속지도 않는다. 그러니 제발 쓸데없는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책이나 좋은 글(논문 포함)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언론인이나 스핀 닥터에 놀아나는 좀비 떼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강의 후기


이 내용은 내가 어제 서울 한 곳에서 언론과 프레임에 관한 강의 내용 요약이다. 강의를 끝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이 정치 철학을 모르고, 정치학 박사는 스위스를 한 번도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단다(이런 망발을 나와 토론할 때 내가 직접 들었다. 스위스 시민들의 행복 지수가 세계 최고다. 스위스 시민들이 스스로 밝힌 이유는 자기들이 민주주의를 잘해서란다. 여긴 시민이 스스로 입법하고, 국민 투표를 시민이 주도해 스스로 할 수 있다). 또 그 정치학 박사의 스승은 매우 유명한 서울 소재 대학의 정치학 은퇴 교수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교수다. 그 교수도 나와 토론하면서 대의제를 비판하는 나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답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여러 정치인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자문을 구하는 교수인데도 말이다. 이뿐인가? 의대 관련 유럽의 입시를 설명하는 영어 논문을 몇 시간 걸려 겨우 읽는 현직 의대 교수, 심장 초음파를 읽지 못하는 내과 의사(책장에 있는 레퍼런스 북을 찾으면 되는 데, 환자 앞에선 잘난 척해야 해서 찾아볼 생각도 않는다), 불경이나 부처의 핵심 가르침을 말해달라는 내 요청에 호가든 한 잔을 사 주며 답을 뭉개는 중, 역사적 예수 운동이 뭔지 모르는 90% 이상의 개신교 목사들, 프레임(특정 어휘 사용)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기자와 자극적인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의 작태인지 모르는 방송사 피디,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담긴 지식이 엘리트의 관점에서 쓰여, 매우 편향적인 지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교수(심지어 교과서에 담긴 지식의 편향성 관련 지적은 고2, 3 애들이 읽은 ebs 영어 교재에도 나온다)들을 보며, 우리 사회에 대한 어두운 전망에 마음이 답답했다. 그럼에도.




한 사회의 정치 문화와 정치인의 수준은


그 사회 구성원 즉, 평균적인 시민의 의식 수준이 결정한다. 그래서 난 시민의 의식을 제고하는 운동을 시작해 보려 생각 중이다. 하지만, 이런 운동은 운동(movement)의 방식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이 운동의 동력은 평균적인 시민이 갖는 욕망을 연료로 삼아야 사회의 쓰나미를 일으키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평균적인 시민 대부분이 갖는 욕망과 가치, 그것으로 운동의 동력을 삼아야 한다.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을 찾는 것도 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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