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fairness)의 관점에서 민주당의 특검 요구는 타당한가?
정의당은 이제 전체가 진중권화 되나?
정무적으로도, 이런 주장은 현명치 못하고, 정의당의 당명에 들어간 정의에 개념에도 맞지 않는 주장이다. 먼저 정무적인 측면에서 따져보자.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로 민생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묻힐 거라는 주장을 했는데, 정의당이 그토록 원하는 민생 법안을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도움 없이 통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민주당 입장에서 당 대표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이 이런 주장을 하면 호의적으로 봐줄 거라 생각하나? 정당과 국회는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상대의 편에 서주지 않으면서 정의당이 추진하고 싶은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켜주길 민주당에게 요구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조금 더 현명하게 생각한다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골이 깊어진 민주당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때다. 정의당이 원하는 정책을 극우에 가까운 이념을 가진 국힘이 나서서 도와줄 리가 만무하다. 그나마 도와줄, 정의당에 호의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현실적으로 민주당밖에 없다. 그래서 정무적으로 틀렸다는 말이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당당히 받아라란 주장은 정의의 개념을 바탕으로 봐도
적절치 않은 주장이다. 압수수색이 이재명 대표 관련해서 200여 회가 넘었고, 김건희가 벌인 주가 조작, 경력 위조, 윤석열의 부산 저축 은행 관련 건에 대해선 거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공정함 즉, 정의에 관점에서 봐도 이건 완전히 기울어진 수사다. 그리고 이번 검찰 수사를 정의당 주장대로 이재명 대표가 순순히 받아 무혐의가 나오면, 검찰이 수사를 멈출까? 누가 봐도 팔 때까지 파서 어떻게든 최소한 흠집 내고, 탈탈 털어서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려는 검찰의 의도가 보이지 않나?
진보란?
난 진보를 여러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다 생각한다. 현재의 제도(the status quo)를 부정하며 대안을 찾아내는 것도 진보라 정의할 수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진보의 특징은 약자의 편에 서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득권 정당인 민주당이 무슨 약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지금 정국에서 약자는 누가 봐도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에겐 윤석열과 다르게 상대를 강제 수사할 검찰이 없지만, 윤석열은 하고 싶은 수사를 할 모든 법적 수단을 갖고 있다. 검찰이라는 예리한 칼을 들고 있는 윤석열과 사실상 맨 손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이재명의 싸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진보라 하는 정의당은 누구 편에 서는 선택을 해야 하나?
민주당의 특검 요구는 누가 봐도 공정함(fairness)을 요구하는
타당한 요구다. 검찰은 윤 정부의 무기다. 그 무기를 맨 몸으로 방어하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현 검찰보다는 조금은 중립적인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타당하다. 이런 판단을 정의당의 비대위원장은 내릴 수 없었을까?
난 진보주의자다.
수구적인 국힘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민주당이 우리 사회의 보수당으로, 정의나 녹색, 기본 소득당 등의 소수 진보적인 정당들이 우리 정치 현장의 대안적 진보로 자리 잡길 원하는 사람이다.
대안 정당으로, 그리고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현실 정치에서 매우 필수적인 정무적인 균형감과 정의와 공정과 같은 정치 철학에 관한 실력을 향상해야 한다. 정의당 비대위원장의 이번 주장은 정무적으로도, 정치 철학적으로도 기대와 표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을 보여 준 거다.
이 정도의 비판을 수용할 양심과 지적 수준을 갖춘 인물이
정의당 내에서 주도권을 쥘 날을 그래도 기대해 본다. 그래야 진보 정치 철학에 바탕을 둔 정당이 등장할 것이고, 그 당이 추구하는 정책과 법률이 현실화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