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독서 <나는 무늬> 2/4
5월 12일. 두 번째 독서 모임이다. 다시 보는 얼굴은 조금 어색하지만 왠지 반갑다. 쑥스러운 마음에 다정하게 안부를 묻지 못했다. 그래도 모임 내내 따뜻한 눈빛을 보냈으니 내 마음을 알아주었을까? 다음 모임에서는 먼저 반갑게 인사해야지 슬쩍 다짐해본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바는 많지 않다. 다만 우리에게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러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우리는 따뜻하게 연결된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은 인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중요한 인물인 이영심 할머니와 문희와 관계에 대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영심 할머니는 문희에게는 뿌리와도 같은 사람이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매일 보는 가족이라서가 아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할머니 없는 문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만큼 할머니는 문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세상에는 단단하고 굳건한 뿌리도 있고, 희미하여 곧 끊어질 것 같은 뿌리도 있다면, 할머니는 문희에게 튼튼한 내면의 뿌리를 만들어준 어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갑자기 잃고 문희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허울뿐인 가족은 문희를 울게 놔두지 않는다. 유일한 내편이자 할머니의 딸인 이모는 문희에게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어딘가에 내 뿌리가 있다는 게 성가셨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까
나를 붙잡고 있던 끈이 뚝 끊어진 느낌이야.
그러니까 너는 내 끈이야.
잠시만 내가 잡고 있을게. (p.73-74)
작가님은 물었다. “뿌리가 뭘까요. 여러분은 자신만의 뿌리로 살아가고 있나요?”
나의 뿌리는 어떤가. 나를 굳건히 지탱해줄 만큼 튼튼한가 아니면 곧 쓰러질 것 같이 부실한가. 내 뿌리는 분명 부모님에게서 시작되었을 거다. 처음부터 단단한 뿌리는 없을 테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해 지거나 약해지거나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나를 만든 것은 매 순간의 잔소리를 얹은 밥 한 공기와 무심했지만 다정하다고 믿었던 눈빛이다. 부모로부터 나왔지만 결국은 나만의 뿌리를 완성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뿌리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서 있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단단한 뿌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책을 꾸준히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만든다. 그 생각은 나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나만의 뿌리가 되어준다. 나를 온전히 나로 볼 수 있도록, 가끔 흔들려도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단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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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느낀 인상적인 구절
p.25 소리는 질량이 없어도 숨소리에는 무게가 있다. 숨의 무게는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와 비례한다.
p.33 죽음을 애도하는 데도 절차가 있었다. 치료비를 정산하고, 장례식장을 예약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을 때까지 슬픔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쉽게 납득했다.
p.39 나는 은수 입에서 풍기던 탄산음료의 단내를 기억한다. 후각의 기억은 느닷없이 뒷덜미를 잡아채서 과거의 시간으로 끌고 간다.
p.78 노란 대문은 손녀딸이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잘 돌아올 수 있도록 켜 놓은 등대의 램프와 같은 거였다. 집에서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잘 찾아오라는. 나는 대문을 노랗게 칠한 날 대문 구석에 작게 써 놓은 글씨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