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는 서비스하듯이
풋살을 잘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하나요?
이제는 단순히 말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기와 필드를 뛸 수 있는 기초 체력도 중요하지만 제일 먼저 공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과 친해진다고 하면 공과 꼭 붙어있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친해진다는 것은 무작정 붙어있는 것만은 아니다. 마치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듯이 공 하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이해가 쉬울까? 실제로 공을 차다 보면 매 순간 공과 친해지기란 쉽지만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공과의 밀당이 쉽지 않다.
공과 나의 거리는 어떻게 적당히 조절할 수 있을까? 친절한 우리 감독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공을 쫓아가면 안 되고, 공이 나를 쫓아오게 해야 한다고. 설명을 듣던 우리들 표정은 갸우뚱했다. 읭? 뭐라고요?
우리의 뚱한 표정을 본 감독님은 몸소 시범을 보이셨다. 드리블을 예를 들어 보자. 공을 앞으로 차고 가는데 너무 빨리 차면 공이 도망가버려 내가 쫓아갈 수밖에 없다. 적절한 스피드와 적당한 힘으로 공을 차야 나와 공 사이에 간격이 적당하게 벌어질 수 있고, 그다음 패스나 슛 동장으로 연결이 자연스럽다. 즉, 공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어느 순간 내가 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도 나에게 오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이것이 중요하다. 매 순간 공을 차는데 공도 나에게 오는 기분이라니, 상상이 되는가?
우리가 매번 훈련 때마다 하는 드리블, 패스, 슛 동작은 결국은 공과 적절한 거리를 찾는 훈련인 것이다. 몸풀기로 자주 하는 게임에서 살펴보면 동그랗게 둘러 서서 가운데 공을 뺐는 한 사람이 위치하고 나머지는 서로 공 돌리기를 한다. 가운데 사람은 공을 뺏어야 안에서 나올 수 있다. 서로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패스해야 한다. 가로채기 당하면 안 되니 적절한 몸동작으로 상대를 속이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풋살이라고 해서 무작정, 매번 공을 뻥 차는 것만 알고 있다면 초보의 생각이다.
더군다나 패스 고급 기술이다. 풋살에서 중요한 기술은 굉장히 많지만, 팀 스포츠라는 특성상, 패스가 아마 가장 중요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풋살의 패스는 축구의 그것과는 다르다. 축구장이 굉장히 넓어 우리 팀 선수가 그곳으로 달릴 것을 예상하고 멀리 공을 찬다면, 풋살에선 뛰어봤자(?) 작은 구장이니 발밑에 정확히 공을 갖다 주는 것이 유리하다. 즉, 공을 받을 사람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패스는 서비스하듯이’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다. 상대방이 받기 좋게 서비스하듯이 대령해야 한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공을 잡았을 때, 줄 곳이 없다고 그저 공격 방향으로 뻥 날리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패스도 아니고 슛도 아니다. 공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워 멀리 보내버린다. 그러면 공과 친해질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풋살을 잘하고 싶다면, 그저 무심하게 공을 대하면 안 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공을 조심조심 다루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을 주고받을 때도 친절하게 한다면 어느새 공과 친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친선경기가 내일이다. 잘하자. 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