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문을 굳게 잠근 이유
작년에 이어 올해도 통합반 담임이 되었다. 2관왕이다. 작년은 지적장애학생, 올해는 발달장애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 2년 연속 통합반 담임이 된다는 것은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보통 한 해 통합학급을 맡고 나면 그다음 해는 쉬는 것이 관례(?)라고 할까. 작년 고생했으니 올해는 쉬어가라 그런 뜻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때서 2년 연속 통합학급을 맡게 된 것일까.
사실은 이랬다. 새로운 학교에 복직한 후 담임을 맡고 보니, 우리 반에 그 아이가 있었다. 몇 마디 나눠봤지만, 의사소통도 잘되고, 사회성도 거의(?) 문제없었다. 키와 외모도 준수한 편이었다. 다만 지적능력이 조금 낮은 탓에 국어, 수학은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고 나머지 과목은 우리 반에서 함께 공부했다. 그래도 걱정하는 내게 담당 특수교사는 '아이들과 생활하기에 어렵지 않은 수준 높은 아이'라고 날 안심시켰다. 이 말에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 해 아이와 함께한 매 순간 꽤 긴장하고, 힘들었다. 겉으로 의사소통이 잘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하지 못했다. 친구들 무리 속에 항상 끼어 있었기에 사회성에 문제없어 보인다는 첫인상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아이들끼리 이루어지는 미묘한 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거의 어려웠다. 아이들이 착해서 다행이었으나, 만약 나쁜 친구 들으면 충분히 담임 모르게 괴롭히고 따돌리고 했을 정도로 아이의 사회성은 떨어졌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어떻게든 그 아이가 원활하게 학급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학습능력이 낮아 더듬거리며 책을 읽는 아이가 위축될까 싶어 매일매일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숙제를 내고 확인했다. 5학년임에도 아직 알파벳을 몰라 전담 영어 시간에 멍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abc부터 가르쳤다. 같이 놀이를 하면 좀 더 어울릴 수 있을까 싶어 학급놀이도 꽤 많이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아이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는 또 완벽하게 틀렸다. 내가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투입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 이게 쉽게 볼일이 아니구나. 통합학급을 맡는다는 건 그 아이만 생각할게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다른 아이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거구나. 학급에 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다는 것은 두배 세배 노력을 해도 힘든 일이구나. 다음부터는 통합학급을 피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매일 퇴근할 때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그래도 우리 반에 와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통학교육의 목표가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그래도 성공적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랬던 내가 다시 통합학급을 맡게 된 것은 참 아이러니했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학년에 와서 교실을 정하고 학급을 맡았다. 그런데 뒤늦게 변경된 특수학급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 1층에 있는 특수학급이 있는데, 새로운 교실에 적응하기가 힘드니 1층 수업하기에 힘들 것 같으니 최대한 가까운 2층에 있는 교실로 아이들을 배정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미 교실을 다 정했는데.. 환경정리도 마쳤는데... 난감했다. 물론 다시 교실을 뽑고, 2층에 남을 교사를 정할 수도 있었는데, 차마 교실정리를 다 마친 선생님들은 말이 없었다. 결국 2층에 있던 선생님들이 반강제적으로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우리 반에 배정된 아이는 흔치 않게 여자 자폐아였다. 저학년이었으나 덩치는 이미 고학년에 버금갔고,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소리에 예민하여 수업보조 자료로 동영상을 틀거나 음악을 틀면 귀를 막으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질렀다. 다행히 말귀는 알아들어서 주어진 시간 동안 준비한 학습과제를 주면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공부를 했다. 그렇지만 10분을 채 넘기지 않고 교실을 뛰쳐나가서 결국 우리 반 앞뒤로 자물쇠를 걸 수밖에 없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웬만하면 앞뒷문을 항상 열어두는 편인데, 맘이 조금 불편했다.
그 아이가 언제 교실을 뛰쳐나갈까 싶어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슬금슬금 뒷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도망가려고 하면 난 잡으러 가고, 아이가 학교 밖으로 뛰쳐나갈까 봐 복도에서 아이를 붙잡고 서성거렸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아이손을 붙들고 복도를 서성이는 날이 계속되었다. 멀쩡하게 공부하고 있던 다른 아이들은 우리를 쳐다보고 있고,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되나 불안한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데, 아이들의 마음은 괜찮은 걸까. 자물쇠를 걸어둔 교실문을 보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과연 이런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통합교육의 모습일까. 착석조차 안 되는 아이를 통합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교실에 데려오는 것이 과연 다른 아이들에게도 맞는 걸까. 친구들 간의 상호작용 없이 교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통합교육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걸까. 아이들은 과연 이런 경험을 통해 장애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우리 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장애를 받아들이고, 친구로 지내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의 바람이다. 아직도 몇몇 아이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가 여전히 어렵고, 무섭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기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에 , 오늘도 난 고민하는 하루를 보낸다.
통합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디까지 통합교육이 가능한지 오늘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