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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왜?

by 엔틸드

가을방학의 좋은 노래,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물론 사랑과 이별에 대한 비유로 "베스트 앨범"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습니다만,

베스트 앨범은 말 그대로 "그 아티스트의 인기곡만 모은 앨범"입니다.


저는 베스트 앨범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애초에 애정했던 가수들의 베스트 앨범은 잘 사지 않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는 아티스트 특히 요즘처럼 스트리밍이나 싱글 앨범 문화 이전의 뮤지션들은

반드시 베스트 앨범을 정주행한 후 이후의 애정 여부를 결정하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기곡만 모았는데도 앨범 전체가 제 귀를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건 그 뮤지션이 제 취향이 아니란 뜻일 테니까요.

베스트 앨범이란 게, 그 뮤지션의 음악적 색깔도 드러내 줄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게 베스트 앨범은 "개론서"입니다.

대학 수업을 듣거나 어느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 꼭 찾게 되는 게 개론서이듯이

베스트 앨범은 그 뮤지션의 음악 성향, 자주 쓰는 악기나 코드나 가사의 단어 등

그 뮤지션이 내미는 명함같은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그렇다고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는 분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뮤지션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곡이 좋아서, 음악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뮤지션을 인간적으로 싫어해서.

뭐 이런 기준을 중심으로 자신의 음악 취향을 만들어가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그리고 베스트 앨범으로 뮤지션의 애정 여부를 결정하는 게 늘 좋은 방법인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Extreme이라는 하드록 밴드를 More than words라는 그들의 히트곡이자 명곡으로 먼저 만나지 않았다면, 당시 하드록에는 큰 관심이 없던 저에게 Extreme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겠죠.

(근데 생각해보면 이 곡은 너무 히트하는 바람에 베스트 앨범 단골 트랙이 되어버렸으니 예시가 영 잘못되었군요. 쯧쯔...)


뭐 어쨌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의 싱글 앨범, 스트리밍 문화가 나름의 장점도 있는 듯 합니다.

비록 한 곡의 음악보다는 앨범 전체의 흐름을, 앨범 전체와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풍기는 뮤지션의 인간적인 발자취를 더 즐기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적응 안되는 흐름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아이돌 음악은 싱글로 많이 들어요! 아, 이건 되려 아이돌이 내는 정규 앨범의 나머지 트랙은 안듣는다는 사실을 누설하는 실수인가요?)


+) 지금 애시드 재즈 밴드 인코그니토의 베스트 앨범인 The Best (2004-2017) 를 듣고 있는데, 버릴 트랙이 없이 너무 좋네요! 오늘같이 연일 장마에 축축한 마음이 맑은 해변의 시원한 칵테일 위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에요! 물론 인코그니토를 먼저 알게 된 건 The Adventure In Black Sunshine 이었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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