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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틸드 Apr 12. 2021

리볼트 :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력들

나다브 이얄

내가 한창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온 몸으로 주워담을 땐, "세계화", "지구촌", "신 한국인" 같은 말이 유행이었다. 그 직전엔 "우루과이 라운드"가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린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수행평가의 일부로 그런 주제를 다룬 신문 사설에 대한 짤막한 논평까지 달았으니 그 땐 그런 시절이었다.


그 당시 한국은 이제 막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제친 직후였다. 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한국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한국 사람, 한국 문화 같은 것들이 소개되고 반대로 누구든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왜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를 알기 시작한 게 그 때였다.


이제 "세계화"는 더 이상 선언할 필요도 없을만큼 확실한 전제가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세계화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그런 이들이 줄기차게 세계화에 반대하여 저항해 왔음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한국은 비교적 세계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왜냐하면 세계화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고, 아직은 그 혜택의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를 조금만 자세히 들어다봐도, 우리는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결코 밝게만 예상할 수 없다.




이스라엘 출신 기자인 나다브 이얄이 쓴 이 르포르타주는 세계화가 장소와 시간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말 그대로 하나로 묶어냈으며, 그 안에는 자본의 무한정한 확장과 기업의 횡포, 국가간 격차와 갈등, 국내의 경제불평등과 같은 어두운 면도 있지만 자유주의적 사상의 확산, 개인이라는 존재의 발견,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저항 등 희망적인 요소도 퍼뜨렸음을 알려준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화 체제"가 곳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섬세하게 전달한다. 마치 세상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지구 여기저기에 사는 사람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를 단순히 국가를 넘나드는 초국적 자본의 활동일 뿐이니 반대해야 하는 자본주의적 흐름이라거나, 세계가 상호의존할 수 있도록 해준 유용한 흐름이니 지켜내야 한다거나 하는 납작한 입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반세계화를 줄기차게 외쳐왔던 기존의 좌파적 저항뿐만 아니라, 우리가 근본주의라거나 종교적 극단주의라고 부르는 이들 또한 저항의 흐름에 넣고 이야기한다. 이들을 자유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극단적 흐름은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아니라 문제의 증상이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한국은 세계화의 물결을 열심히 좇으며 주류, 다시 말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려고 애썼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그 때를 기점으로 세계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세계화의 수혜를 입은 걸까, 아니면 피해를 받은 걸까? 한국이 어느 쪽인지 답하기는 쉽지 않다. 둘 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제국이 아니면서도 세계화의 명과 암을 모두 경험했으며, 현재 세계화의 물결 속에 있으면서 그 정체를 파헤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사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몇 안되는 나라 중 한 곳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다브 이얄이 담아낸 세계 속 세계화의 풍경과 그것들이 불러내는 성찰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대한, 그리고 나를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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