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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틸드 May 22. 2022

내 돌도 피할 수 없는 혐오사회

가능하면 이 글만은 쓰지 않으려고 몇날 몇일을 버텼는데, "오마이걸 지호"로 검색해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는 걸 발견하고 쓴다. 혐오에 이견 따위는 없다. 혐오와 차별은 범죄다. 이 사실을 기본으로 깔지 않은 모든 논의는 무익하고 힘이 없다. 글투가 좀 거칠 수 있으니 주의.




오마이걸 지호와 코미디언 김신영의 사이를 의심하는 소문이 있다는 건 작년 말부터 알고 있었다. SNS에 떠돌아다니는 게시물이 있었기 때문. 참 증거랍시고 열심히도 모아놨다 싶었고, 별 일이 없는 한 이런 루머가 수면 위로 올라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게 조회수를 타려면 외부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땐 조용했으니까.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지호가 소속사를 나가고 오마이걸을 탈퇴하자마자 곧바로 이 루머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 유튜브 채널이 쓰레기같은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올려놓으니, 쓰레기는 쓰레기를 알아본다고 파리 떼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참 야비하고 지저분한 짓인 것이, 지호가 소속사를 나가면서 법적 대응을 할 힘이 약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소속사가 없는 시기에 이런 저런 구설수나 뜬소문에 시달리는 건 다 이런 더러운 계산 때문이다. 자립해본 적 없고, 남의 사생활에 관한 뜬소문이나 대충 모아서 빌어먹고 사는 기생충들의 계산법.


며칠이 지나 김신영이 먼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애초에 사실 여부가 아니라 조회수 빨아먹기에 관심이 있는 버러지들에겐 "그럼 말고"라는 출구전략이 있고, 강경하게 법적 대응을 하려 해도 당사자들의 진만 빼는 일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일련의 더러운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가 빡쳤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일단 사실이든 아니든 달려들어서 지껄이고 보는 생각없는 인간 군상들의 지저분한 축제. 이건 연예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맞딱드릴 수 있는 상황이니, 각별한 주의와 당사자들의 연대 투쟁이 중요하다. (진심이다.)


두 번째, 이 사태 밑에 깔린 전제, 바로 성소수자 혐오다. 과연 이 루머가 이성애 관계였어도 이렇게까지 큰 도마 위에 올랐을까? 그렇지 않다는 건 최근의 연예계 이슈만 돌아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남돌과 여돌이 사귄다고 한들, 심지어 둘이서 애정 가득한 무대를 선보인다고 한들 그게 이번처럼 큰 이슈가 될까? 


그런 면에서 이 사건은 모든 팬덤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내 돌이 이성애를 하든 동성애를 하든 무성애로 살든, 그게 당신의 덕질에 그렇게 심대한 영향을 주는가? 내 돌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나는 좋아하지 않으면 내 돌에 대한 애정이 식는가? (나는 이를 이유로 미미에 대한 애정을 거둔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만약 비이성애적 연애를 한다고 해서 어색하거나 내 돌에 대한 애정이 변한다면, 그건 당신의 혐오와 차별에 관한 생각을 돌아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 사건이야말로 한국사회에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시행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식개선이 더뎌서 혐오와 차별이라는 범죄를 막기 어렵다면 일단 법을 제정해야 한다. 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며 유명무실한 사형제도 아직 유지하는 나라에서, 뭐가 무섭다고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할까? 차별하고 혐오하면 죽이자는 것도 아니고 그게 범죄임을 전제로 논의해보자는 건데.


날마다 상실되는 인류애를 채워주고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자는 의지를 다지게 된 건 덕질 덕분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우리 애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나도 계속 행복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행복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바로 그 "세상" 때문에 벌어졌다.


오마이걸을 좋아하는 당신, 아니 아이돌을 좋아하는 당신, 이제 이 사건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는가? 더러운 욕심으로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당신이 다르다면, 그걸 증명하는 방법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내 돌을 위해서라도 세상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을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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