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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3

노래이야기

by 엔틸드

1.


그간 묵혀놨던 좋은 DI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케이블을 찾다 보니 안쓰던 마이크 처분도 고민하게 되고, 그걸 다시 갖고 있자 생각하고 보니 기타 스트링 여분을 사야 하게 되고, 이래저래 음악관련 유지비가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왔음을 다시금 느낀다. 평상시 유지비가 이 정도인데 제대로 장비를 갖추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생각하면, 아무래도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내 개인으로서 갖출 수 있는 장비의 한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걸 잘 관리하는 것만 해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2.


대중성이란 익숙함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중은 익숙한 것은 배경음악 취급한다. 골수팬이 아닌 이상 단 한장의 앨범만으로도 발전이 없다면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자기 이야기란 낯설음일까? 너무 자기 이야기만 하는 앨범 또한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주 독특한 소재가 아닌 이상 비슷한 소재에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때 그것은 독특한 익숙함이 된다.


그럼 메시지는 독특하고, 장르는 대중적이면 될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음악의 퀄리티가 올라가려면 독특함과 보편성은 음악 언어와 가사 언어 모두에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소리에도 언어가 있고, 가사에도 언어가 있다.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공부하고 적용하는 게 음악 발전의 요체가 아닐까?


3.


음악 영화 <원스>를 보면, 천신만고 끝에 음반을 완성한 후 프로듀서의 차로 드라이브하며 카오디오로 음악을 들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날로 치면 핸드폰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완성된 1집 스케치를 며칠 담가뒀다가 러프하게 음압을 올리고는 핸드폰에 넣어, 어제는 따뜻한 공기 속에 길을 걸으며 들어보았다. 확실히 작업 중에 듣는 것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리시버로 감상하는 건 다르고, 그런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들으며 중요한 개선점들을 발견했다. 보컬 디렉션이 부족한 곡, 좀 더 소리를 채워야 할 곡, 의외로 완성도가 높은 곡. 그건 내 편곡의 수준도 좌우했지만 분명 믹싱이나 마스터링 과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악기 편성이나 코러스 편곡이 단순한 곡들이 좀 더 마음에 들게 들렸다. 아마 이 작업만 마무리할 수 있다면 프로듀서를 본격적으로 구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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