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 유명해지면서, 소위 "훅"이 강력한 한국 가요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멜로디,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 심지어 멜로디 없이 리듬과 특정한 사운드로만 채워진 후렴구가 곡의 시그니처로 작동해서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hooking" 노래들이 크게 늘어났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표절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힙합 장르가 발전하고 일렉트로닉 장르에서도 "샘플링"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면서 표절의 경계, 그에 대한 태도도 애매해지고 논란은 더욱 커져가고 있죠.
곡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그 곡의 주제, 정체성을 드러낼만한 하나의 무기를 잘 배치하고 싶은 건 당연한 욕심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작곡의 필수적인 절차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대중음악에서는 그 비중이 엄청납니다.
정확히 양분할 순 없겠지만, 케이-팝의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나 소위 인디씬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 모두 이 "훅"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그것에 곡의 히트가 걸려있다고 생각해서 사활을 건다면, 후자는 곡의 완성도와 대중성 모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힘을 쏟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본인에게 익숙하고 본인이 잘 구사하던 어법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게 때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작곡자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한 번 들어봤던 노래인데, 하필 작업중에 그게 떠올라서 그걸 사용했기 때문에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때론 작곡자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너무 한정짓는 바람에 표절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택하는 옵션마다 "이건 안좋아할거야"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대 스트리밍의 시대에, 대중은 좋은 싫든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음악을 지금도 접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작곡가에게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 안에 자기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던 그 멜로디를 끄집어내 hooking 히트곡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이런 저런 속사정이 있다고 해도 표절을 합리화할 순 없습니다. 작곡가라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전반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대중의 너른 귀를 믿고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합니다. 뼈와 살과 피를 쏟아부어 만든 노래가 표절로 귀결된다면, 그건 너무 절망적인 일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