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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직 1집도 못 냈지만, 지금 계획해 놓은 1집 2집 그리고 3집 격인 어쿠스틱 앨범까지 마치고 나면 숙제를 끝낸 기분일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생각해보니, 그 후로도 내가 계속 음악을 직업적으로 이어나갈까?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계에 지장이 없다는 어려운 전제가 깔리긴 하지만.)
더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마치 음악을 "영원히 할" 것처럼 여겨왔다는 걸 깨달았다. 한 사람을 "평생동안 사랑"하는 건 엄청난 노력과 또 적절한 '운'도 따라야 가능한 일이고, 그게 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거의 환상에 가까운 일 아닐까? 물론 성향에 따라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고, 평생 같이한다는 것도 여러가지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긴 하니까, 평생 음악을 열심히 듣는 것도 음악을 사랑하고 곁에 둔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겠지.
여튼 내가 뭔가 음악을 "평생 직업으로 두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게 내 정체성을 강화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겠지만 나의 성향에 맞대어 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는 어떤 존재든 무거워지면 몸이 경직되고 머리가 복잡해지며 긴장한다. 다시 말해서 "쫀다."
근데 문득 3집 정도까지 내고 끝~ 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무게가 덜어지면서 생각이 덜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들겠지만 어떻게든 앨범을 내고, 부족하면 대출이라도 받았다가 나중에 다른 일 해서 갚으면 되는 거 아냐? 지금 해놓은 음악적 여정이 당장 도움은 안돼도 장기적으로는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등등. 생각이 가벼워지니까 좀 더 생산적인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이었다. "지레 겁먹지 않으니까" 그간 안보이던 가능성이나 전망이 보였다.
남이 내 음반을 좋아해줄까?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정규앨범이라고 내면 한번이라도 듣고 짧은 코멘트라도 달아서 공유라도 해주겠지. 앨범 내고 오픈마이크나 여기저기 공연으로 쑤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활동이지. 그러다 좋은 음악 네트워크 생기면 참 좋은 일이지. 앗싸 친구 늘었네 잇힝~ 뭐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닐까?
그냥 단순하게, 내가 좋아하는 활동 하면서 적당한 생계를 유지하며 사는 삶을 만드는 것. 그거 하자고 하자고 몇 년동안 쳇바퀴 돌듯 고민의 끝에서 이런 결론을 내리지만 또 고민하다가 다시 이 결론으로 돌아오네. 좀 하자고 그러니까. 생각 좀 편하게, 가볍게 하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