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음악을 밥처럼 듣지 않고 주스처럼 듣는다.
주스가 몸에 좋지 않은 이유는 고탄수화물이기 때문인데, 우리는 주스를 마실 때 몇십배로 농축된 고탄수화물 덩어리를 씹지도 않고 바로 몸에 부어버리는 것이다. 음식을 처음 씹을 때, 반찬과 함께 먹을 때 또 다르게 어우러지는 맛을 탐미할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딜 가나 음악이 들리고, 분 단위로 새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클릭 몇 번이면 지구 반대편의 음악을 바로 귀로 가져올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은 곧 음악을 창문만 열면 쏟아져 들어오는 도시의 소음과 다를 바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소음이 되어버리기 십상인 세상에서 우린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음악에 담기는 이야기를 놓지 않는 사람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음악을 켜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밥을 뜨고, 반찬을 얹고, 입에 넣고, 천천히 씹고, 맛을 음미하고, 목으로 밀어 넘기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고, 영양분 흡수도 잘 된다. 음악도 좋은 장소에서 집중해서 들으면 한 곡을 들어도 그 날 하루를 버틸 정서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럴 수 있는 노래를 노래를 만들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루 단 한 곡,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듣는 시간을 가진다면, 당신의 일상도 조금씩 색깔을 입을 것이다.
나도 그런 노래를 듣고 싶다.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