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글자놀이
('ㅏ인'으로 운을 맞춘 문장이라 딱히 의미는 없습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과 디어 클라우드의 나인이 무대로 올라왔다. 아무도 예상 못한, 독특한 조합이었다. 관객석이라곤 30석이 다인, 음향 기기와 라인들만 어지러이 널려있는 공연장의 입구에는 돈 마인 Don't Mind (신경쓰지 마!)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말고 이 곳에서 펼쳐지는 예술을 즐기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것 외에 어떤 간판도 붙어있지 않기에, 사람들이 "공연장 바인이 어디죠?" 라고 묻는 것도 당연하다. 오늘의 공연곡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명곡 사인Sign이다. 그래서일까? "어른은 들어오실 수 있는데 아인 안됩니다." 라고 안내하는 스탭의 말은 마치 곡의 성격을 자인하는 듯 하다. 공연장에는 역시나 한 눈에 보기에도 차인 게 분명한 사람들이 어느새 자리를 가득 채웠다. 카인의 후예가 영원한 형벌을 이행하기 전 마지막 파티를 즐기러 온 듯한 모습이었다. 서로의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없는, 이제는 타인이 된 그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마치 가벼운 템포에 마이너 키가 얹힌 노래의 모순된 감성을 보여주듯 겉으로는 박수를 치며 리듬을 타고 있었지만 이별의 아픔에 깊게 파인 상처를 향해 떨어지는 눈물 또한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하인처럼 굴면서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그건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다. 끝없이 신호를 보내다 누군가 구조대가 되어 나타날 때 사라질 수 있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서 하루 하루를 형벌처럼 버틸 뿐이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조합의 두 가수가 보여준 무대는 이렇듯 많은 생각과 깊은 여운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