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학 #2
국제정치학(International Politics, IP)과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Relations, IR). 두 용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연구대상에 있다. 연구대상을 기준으로 비교할 때 두 용어 사이의 포함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먼저 국제정치학의 연구 대상은 국가 행위자이다. 따라서 국가의 외교와 외교정책에 관심을 가진다. 외교란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펼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며, 외교정책이란 외교를 실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반면 국제관계학의 연구 대상은 국가 행위자뿐 아니라 개인, 민간 기구, 도시 등과 같은 초국가 행위자와 국제기구이다. 이제 포함 관계를 말할 수 있다.
국제관계학은 국제정치학을 포함한다.
'초국가 행위자'와 '국제기구'를 합쳐 '비국가 행위자'로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기구가 비국가 행위자에 해당하는지는 논쟁 중이다. 보통 국제기구는 국가 행위자와 비국가 행위자의 사이에 위치한다고 본다.
국제정치학이 국제관계학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국제사회에서 국가 행위자가 가지는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라고 해서 반드시 국가 행위자만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초국가 행위자와 국제기구, 모두 연구한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국제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무용(無用)함을 보이기 위해서이다. 국제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보다도 시급하고 의미 있는 일은 '초국가 행위자'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상황을 바로잡는 일일 것이다. 초국가 행위자에 개인과 민간 기구, 도시 등이 포함된다는 말을 듣고 많은 이가 모든 개인을 초국가 행위자로 여긴다. 그러나 어떤 개인이 초국가 행위자일 수는 있어도, 모든 개인이 초국가 행위자일 수는 없다.
여기 공시생과 조 바이든이 있다. 공시생은 초국가 행위자가 아니다. 조 바이든은 초국가 행위자이다. 초국가 행위자인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행위자가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행사할 수 있으면 초국가 행위자이고, 행사할 수 없으면 초국가 행위자가 아니다. 공시생이 넘어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이는 공시생 개인과 공시생의 가족, 지인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나 대한민국에게 불행한 일은 아니다. 공시생이 머리를 다쳤다고 해서 북한이 남침을 감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 바이든이 넘어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생각해 보라. 조 바이든의 부상은 미국, 나아가 전 세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공시생이 초국가 행위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단으로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 경우 공시생도 초국가 행위자로 인정받는다. 물론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단이 누리는 초국가 행위자의 특성을 공시생이 그대로 누리는 것에 가까우므로, 일종의 착시 효과로 볼 수 있다. '공시생과 조 바이든 이야기'의 핵심은 개인이 초국가 행위자로 인정받으려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