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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폭탄과 유도탄들 Apr 23. 2023

홉스와 칸트, 그리고 그로티우스

국제정치학 #3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후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 1583-1645).


헤들리 불은 이들이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관점 세 가지, 홉스적 관점과 칸트적 관점그로티우스적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1. 홉스적 관점

토머스 홉스는 1588년에 잉글랜드 왕국에서 태어나 1679년에 잉글랜드 왕국에서 세상을 떠난 '잉글랜드 토박이' 철학자로, 근대 정치 철학의 아버지, 나아가 근대 정치 철학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홉스가 근대 정치 철학에 남긴 발자취는 단 하나의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리바이어던(1651)>.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 

홉스가 묘사한 자연 상태이다. 홉스는 인간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라고 믿는다. 홉스는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 생존하여 자연권을 확보하려는 인간들의 의지가 사회 계약으로 나타나고, 이 사회 계약으로 말미암아 국가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홉스는 국제사회 안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으며 생존을 목표로 한 투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홉스는 국제사회가 무정부성(anarchy)을 가지며 전쟁 상태(state of war)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홉스의 관점은 현실주의의 모태가 되었다. 현실주의자들은 홉스적 관점에 살을 붙이며 발전했는데, 국가들이 벌이는 투쟁과도 같은 국제사회에서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력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 예시이다. 그러나 현실주의는 국제정치의 비정함을 과할 정도로 부각하면서도 화합과 연대의 가능성을 철저히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 공산권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자 현실주의는 이상주의에 밀려 힘을 잃기도 했다.


#2. 칸트적 관점

이마누엘 칸트는 1724년 프로이센 왕국에서 태어나 1804년 프로이센 왕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칸트는 홉스보다도 더 유명하다. 홉스가 근대 정치 철학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칸트는 근대 철학, 근대 계몽주의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순수이성비판(1781)>이나 <실천이성비판(1788)>과 같은 저서는 여전히 철학게에서 경전처럼 다루어진다.


칸트 역시 홉스처럼 국제사회가 무정부성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끊임없는 갈등과 폭력의 장으로 생각했던 홉스와 달리 칸트는 이성을 갖춘 인간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공존할 수 있듯이 국가 또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며 공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칸트는 한술 더 떠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는 세계 정부라는 궁극적인 형태로 나아가야 하며, 세계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곧 도덕 과제라고 주장했다.


칸트의 관점은 이상주의의 모태가 되었다. 이상주의자들은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동맹과 집단 안보 등을 제시하며 칸트적 관점에 살을 붙였다. 그러나 이상주의는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를 강제할 수 있는 권위가 존재하느냐는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 또한 협력과 연대가 아닌 폭력과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현실주의가 힘을 잃었을 때 잠시 대두했던 이상주의는 미중 전략 경쟁의 시대가 도래하여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3. 그로티우스적 관점

네덜란드 출신의 법학자 후고 그로티우스는 158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645년 스웨덴에서 세상을 떠났다. 홉스나 칸트만큼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제법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에는 그로티우스가 홉스나 칸트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로티우스의 별명은 바로 국제법의 아버지.


그로티우스는 홉스와 칸트의 중간적인 입장에 서 있다. 국제사회 곳곳에 폭력과 갈등이 깔려 있는 것도,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가 가능한 것도 맞다고 주장했다. 그로티우스는 공동의 규칙과 관습을 마련해 국가 간의 협력과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공동의 규칙과 관습이라는 것은 조약과 관습법으로 이루어진 국제법을 의미한다. 이러한 그로티우스의 관점은 오늘날 국제제도론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실주의, 이상주의, 국제제도론. 이것들이 전부가 아니다.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은 더 많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홉스와 칸트, 그로티우스를 이해해야만 다른 관점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토대가 좋아야, 뿌리가 튼튼해야, 그로부터 돋아나온 가지들이 튼튼할 수 있다. 홉스와 칸트, 그로티우스를 먼저 배우는 것,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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