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
종종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말 글자 그대로 그런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예전에는 꿈을 자주 꾸지도 않고 꾸더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의 꿈은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더 현생 같다. 나는 평소 현실 세계에서 붕 떠있는 느낌을 갖고 살기 때문에 꿈이 더 진짜 같다.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고 웃다가도 문득 홀로 다른 주파수에 존재하는 느낌을 받는데 나는 최근까지도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우는 일이 거의 없다. 어차피 나는 한 차원 떠있는 상태라서 언제든 이곳에서 나를 분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나의 꿈들은 내가 모든 감정을 발산하게 만든다. 화가 나면 소리도 지르고 큰 소리로 울어대기도 한다. 그러다 꿈이 끊어졌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제로 끅끅거리고 울며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기까지 대략 1분가량이 지나야 한다. 홀로 그렇게 잠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나면 온몸이 뭔가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리다. 심장은 마치 발표 직전처럼 미친 듯이 방망이질을 해대고 숨 쉬는 게 이렇게 신경 써서 해야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호흡이 불안정하다. 그 상태가 또 짧게는 5분, 길면 30분 정도 지속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는 내가 나이 들어서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이 상태는 딱 7년 전부터 시작됐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나 역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고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포화상태가 되어버렸던 것 같다. 그것이 내 역치를 넘어간 순간 터져버렸지만 다시 꿰매 고쳐볼 여유조차 없었던 치열했던 그때. 주변에 손을 뻗어본 적도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고 나니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더욱 나를 분리하려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선을 그어놓고 그 경계 밖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사람들과 세상을 관조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사람들은 소속감에 목말라하지만 나는 소속 없음에 안도했다. 엮인 것이 없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다는 마음은 나를 현실에서 더 동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해 사람을 대할 필요도, 진심으로 대화에 참여할 이유도 없어졌다. 그렇게 경계에서 더 멀어져 갈수록 나의 현실감은 급격하게 사라져 갔고 급기야 꿈이 더 현실 같은 지금이 되어버렸다. 한 달에 두어 번, 나는 진짜 현실로 다녀온다. 내 모든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