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그림을 그리는 이유
어제는 입춘. 봄을 맞으며 꽃을 그려보았다. 사용 도구는 연필과 다이소 크레파스. 오래간만에 마음이 편하게 가라앉는다. 한참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도둑이라도 다녀간 듯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고통인 때에는 그림만큼 좋은 것이 없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재밌거나 즐겁다는 느낌과는 다른 감정이다. 오히려 그리는 동안 재밌다거나 즐겁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저 그 행위 자체에 몰입하고 빠져들 뿐이다. 그리고 하나가 마무리되면 완전히 지친 상태로 결과물을 들고 흐뭇한 정도로 끝이 난다. 이는 내가 노래할 때, 사진 찍을 때,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느끼는 묘한 감정들에 중독되어 계속 그리고 만들고 쓰게 된다. 앞으로도 여기 취해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고 그게 내 고통을 지나 보내는 수단이 될 것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지만 나는 애초에 즐길 줄을 몰라 경쟁에 참여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그리고 만들고 써 내려갈 것이다. 언젠가 나 만개할 날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