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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Feb 24. 2023

예술 협력 강사의 인권은 어디에

문화예술 협력강사 워크숍에서

오늘 문화예술 창의체험 협력 강사 워크숍이 있어서 아침 댓바람부터 문화회관을 다녀왔다. 말이 워크숍이지 협력 강사들에게 학교와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달라는 요구사항들을 전달하는 일방향 소통자리였다.

 구청장의 인사말로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협력 강사 인재풀의 이력에 비해 금액이 적게 책정되어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이야기로 운을 뗐다. 대부분의 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타임에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케어하는 단체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금액이 적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었다. 미안은 하지만 대책은 딱히 없다는 것인가 의아한 마음이 드는 순간 그는 바로 이야기를 덧붙였다. 교육청에서 맡아야 할 부분을 구청에서 하고 있지만 교육청에서 하는 사업인 줄 안다느니, 학생수가 줄어서 교육청은 예산이 남아돈다고 아이들한테 태블릿을 하나씩 주더라는 이야기. 그래 뭐 그 입장은 이해되지만 말할 대상과 자리를 잘못 택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협력강사에게 할 것이 아니라 교육부나 다른 정치인들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강사들은 협력강사 워크숍을 온 것이지 하소연 들으러 온 게 아니다.

 구청장이 이제 자기는 일을 하러 가보겠다며 자리를 뜨고 본격적으로 워크숍이 시작됐다. 어느 초등학교의 교감 선생이 하는 강의였고 제목은 ‘다양성이 꽃피는 학교 현장의 이해‘였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현대사회이지만 나는 오히려 이 단어에 반발심이 있다. 다양성을 근거 삼아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비논리를 열거하며 큰소리 치는 경우를 꽤 봤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았는데 강의자가 말하는 다양성에 협력강사는 없었다. 학교에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이 없다면 알아서 찾아 물어봐야하며, 수업 내용을 갑자기 바꿔달라고 하면 학교에선 어쩔 수 없이니 잘 맞춰보라는 둥, 담임에게 요구사항은 최소한으로 해야하고, 담임선생이 함께 들어와야하는 코티칭이지만 만약 담임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대비책으로 미리 전화번호를 받아놓아야하고, 요즘 특수학생이 많지만 미리 파악하고 그 아이들의 분노버튼을 누르지 않게 조심히 대해야 하고, 학생들이 요즘 인권에 예민하니 항상 존대해주고 반말을 해선 안된다는 등의 이야기들. 모든 이야기는 학교와 학교 선생, 학생들의 요구사항 뿐이었다. 그 안에 협력 강사의 인권은 없었다. 슬슬 짜증이 났다.

 질문 시간에 몇몇 강사들이 대놓고 물어보더라. 아동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아이들이 강사에게 욕을 하거나 예의없는 행동을 할 때(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협력 강사들은 매일 겪는다) 우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강사들이 중간 쉬는 시간에 쉴 공간이 없어서 복도나 화장실에서 다음 수업을 기다려야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디에 건의해야하는지 등. 강의를 하던 선생의 대답은 이랬다. ‘교권이 떨어져서 담임 선생님들도 똑같이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애들이 그런다고 거기 끌려다니지 마시고 수업을 진행하셔야한다.’ 애초에 질문부터가 강의자에게서 명확한 대답을 바라고 했던 게 아니긴 하겠지만 한 학교의 교감이 할 대답도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강의장에 담당 공무원이 함께 있었으니 이 사안을 직접 건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협력 강사와 담임 선생의 업무 범위에 대한 메뉴얼을 인력풀 리스트를 학교에 보낼 때 함께 보낸다던지, 협력 강사만 교육시키지 말고 각 학교의 담당 선생들도 워크숍을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한다던지. 상식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법들은 분명히 있다. 그 자리에 있던 강사들과 공무원, 학교 선생들 대부분이 나보다 협력 수업 경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상과 논점을 흐리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계속 듣고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나는 짐을 싸서 그냥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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