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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h들 Apr 03. 2023

봄 개강

예술 창의 체험 강사의 일상

문예체 수업 끝나고 오늘의 퇴근길! 햇빛이 너무 좋아서 백만년만에 셀카도 찍었다. 마스크 벗은 쌜리쌤을 처음 본 아이들은 난리난리 그런 난리통이 없었다. 한 학년 또 올라갔다고 무게 잡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수업만 시작하면 여전히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 올해는 작년보다 수업 문의가 두배 가까이 됐지만 스케줄이 안 맞아서 거의 받지 못했다.

처음 출강다니던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 전공자가 아닌 것과 어려보이는 것 때문에 피곤한 일들이 꽤 있었다. 물론 실제 나이를 알고 나면 나이 문제는 바로 해결됐지만..(또르륵) 전공자가 아닌 것은 항상 걸림돌이었다. ‘아 그냥 취미로만 하시던 거네요.’ 라던가, ‘활동 경력이 별로 없으시네요.’ 라던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또 그들에게 어느 부분이 잘못된 생각인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이러니 당연히 학교 선생님들이 처음에 날 좋아할 턱이 없었다.

전공이나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음악이나 미술, 사진 전공자는 아니지만 정말 전공자보다 그 영역에서 뒤쳐지나? 나를 직접 겪어보고 내 활동들을 눈 앞에서 확인한 사람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력 없는 사람들이 자기 방어를 할 때 꼭 하는 말이 ‘제가 십년 넘게 ㅇㅇ를 했는데요.’ 이다. 그리고 실제로 수업 딱 한 번만 끝나도 선생님들의 태도는 언제나 달라진다. 실력 뿐만 아니라 수업 능력도 좋으니까. 오히려 서로 껄끄러울 것 없이 요구사항이 확실하니 이제는 부딪칠 일도 없다.


내가 이 글을 올리자 내용 뜻을 잘못 이해한 분들이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모습이 멋지다라던가, 자신감 넘쳐서 보기 좋다는 등의 말을 해서 하나 덧붙여본다. 난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전공과 경력의 프레임을 씌우고 보더라도 내가 실력만 갖추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인정한다는 말이 하고 싶었지 내가 전문가임을 자부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전공자는 아니지만 진지한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말 없이 실력을 보여준다.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실력만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때, 그제서야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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