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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Jul 06. 2022

나의 머리 위엔 먹구름이 껴있었다

먹구름 필터

같은 말을 들어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땐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거뜬했는데. 일상에 먹구름이 드리워지자 멘탈이 무참히 함락당했다.


마치 생각의 회로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고 해야 할까.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던 자기 계발 유튜브도 주변인의 조언도 무용지물이었다. 내가 당장 죽겠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지가 많이 약해져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어느 날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에 동네를 돌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방에 웅크리고 있다가는 정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 통원치료에 전념했다. 약을 처방받았고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먹구름 필터로 세상을 보았다.


어둡고 막막한 곳에 나만 홀로 고립된 느낌이었다. 온 힘을 다해 헤엄쳐도 무참히 가라앉아버리는 망망대해.


내게 힘을 주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먹구름 필터를 벗어던지기까지는 홀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쉽지 않았지만 제삼자가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 자신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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