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에 몸무게가 5kg 빠졌다
우울은 조금씩 내 일상을 조금씩 좀먹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날 불안 요소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평소 같았으면 쉽게 해 나갈 일도 자꾸만 발목을 붙잡혔다.
아 어떡하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자포자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실수가 잦아지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회사 일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뇌는 쉴 틈이 없었다. 능률은 떨어지고 나는 바보가 되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에게 배신당한 것 같았다. 자신감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끌어안고 밤지새웠다. 입맛이 돌지 않아 끼니도 자주 걸렀다. 안색이 파리해지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주변 사람들도 걱정할 만큼 상황이 나빠지자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퇴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더 이상 버틸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친구가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나와 상관없는 곳일 줄 알았다.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곳에 가는 게 두려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다 벼랑 끝에 다다라서야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에 발을 내디뎠다.
생각과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였다. 한참 동안 검사지를 작성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얼마 뒤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다시 그곳을 찾았다. 우울, 불안, 강박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여있던 걸까. 이지경이 되도록 내팽개쳐진 내 자신이 문득 측은해졌다. 검사 결과를 받은 날 나는 한참을 엉엉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