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구인사라는 절이 있다. 아버님 생선에 다녀오셨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 나들이 목적지로 정했다.
당시 내비게이션은 초기 단계였고 단말기가 무척 비쌌다. 이때 SK텔레콤에서휴대폰 기본요금 얼마를 내면 10번인가를 길 안내해 주고 이후 한 번에 500원인가를 추가로 내는 서비스가 있어 가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안내는 휴대전화 화면에서 이루어지는데 자주 끊어지기도 하고 길 안내 정확도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는 상태였다(1). 아무튼 내비게이션이 생기면서 나들이의 큰 부담이 덜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날도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구인사를 찾아 갖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곳으로 안내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시키는 대로 갔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구인사 뒷산이었다. 구인사를 가려면 산을 넘어가 한참을 내려가야 되는 지점으로 안내한 것이었다. 그래도 공동묘지나 낭떠러지로 안내받은 것보다는 낫다고 자위하였다. (그때 내비게이션은 자주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어 그래도 비슷하게 갔으니 그냥 자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아내와 아이들의 입은 거짓말 한 후의 피노키오 코처럼 나올 수밖에 없었고, 나는 내가 뭘 잘 못했는지를 골똘히 생각해야 하며 묵묵히 산길을 올라갔다.
그런데그때 개털이가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맨 앞에 서서 가고 아내와 아이들이 뒤를 따라 올라오는데 개털이는 나와 맨 뒤의 아들 녀석 사이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내가 빨리 걸어 거리가 멀어지면 개털이도 그만큼 왕복했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딱 그만큼만 왕복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양 몰이하듯이 우리를 건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앞선 나에게 와서는 마치 좀 천천히 가라는 듯했고 뒤에 가서는 재촉하듯이 한두 번 짖어 대곤 했다. 내가 관찰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이야기 해주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내나 아이들이나 너무 신기 해 했고 일부러 길 밖으로도 가고 반대로도 가고 둘이 딱 붙어 있기도 했다. 개털이는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내 닫고 쫓아다니며 우리 가족이 다 모일 때까지 쉬는 법이 없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흐뭇 하기도 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산을 넘어 구인사에 도착했다. 아니 개털이가 우리를 지키면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리고 왔던 것이다. 이 날 우리는 개털이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고 그만큼 더 개털이가 마음속에 한발 더 다가왔다.
(1) 그런데도 유료화를 하고 기본요금에 추가 요금까지 꼼꼼하게 받던 SK텔레콤에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 서비스 쓰기가 하도 불편해 TV 홈쇼핑에서 할부로 내비게이션을 샀고 얼마 안 가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없어졌다.
양몰이하는 개털이.
내가 앞서 올라가면 부리나케 따라와 최대한 좁은 간격을 유지하려고 한다.
(여기는 구인사는 아니고 대모산이다.)
양몰이하는 개털이.
아래쪽에 있는 나를 기다리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있다. 그래도 안 가면 뛰어 내려와 짖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