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개털기 06화

털 깎는것 정말 싫어!

1. 개와 함께

by 누두교주

데스먼드 모리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영장류의 특징인 ‘털 손질’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털 손질 충동은 털 손질을 받고 싶은 것과 해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받고 싶은 충동은 인간의 몸 중에 그래도 털이 많이 남아있는 머리털의 손질을 통해 발산한다. 머리털 손질은

⓵머리카락을 깨끗이 하고,

⓶ 사교적 털 손질을 받고 싶은 충동의 배출구(1)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⓷ 아름답게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남의 털을 손질해 주는 데는 사회적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털 손질해주고 싶은 충동을 발산할 수 있는 배출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개털이는 이름과 달리 매우 풍만한 털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가슴과 꼬리털이 풍만하다. 개털 이를 보면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훨씬 몸단장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틀림없다.

매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개털이의 몸단장 의식이 진행된다. 앞발로 얼굴을 닦고 얼굴 닦은 앞발을 핥는 일을 반복해 앞발과 얼굴을 깨끗이 한다. 그리고 몸 구석구석의 털을 핥고 잘근잘근 물어뜯고 문지른다. 몸을 긁을 때는 뒷다리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거울을 볼 줄 몰라서 머리털 손질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개들의 머리털은 사람처럼 길게 자라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딸아이가 등을 긁어 주면 아주 기분 좋아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가끔 딸아이가 없을 때는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몸부림치는 것이 아마도 등이 가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위의 사실을 종합해 보면 개털이의 털은 우리 가족들로 하여금, 털 고르기를 해 주고 싶을 때의 욕망을 발산하는 대상이 될뿐더러, 개털이 스스로도 매우 정결하고 단정하게 매일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 년에 두, 세 번 털갈이 철에는 여지없이 홀랑 깎여 버린다. 욕실에서 털이 다 깎인 개털이는 ‘분홍 개’가 돼서 나오고 큼직한 종량제 봉투에는 털이 묵직하다. 털을 깎고 얼마 동안은 얼굴도 시무룩하고 활발하지도 않다.


개털이 입장에서는 도도해 보이는 예쁜 털을 어느 날 갑자기 홀랑 밀어 버렸으니 심리적으로 그럴 만도 하고, 으슬으슬 추운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분홍 피부가 보일 정도로 밀어 댔으니 피부에 자극도 있는지 적어도 2~3일 동안은 잠 잘 때도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개털이가 참아 주는 것이 옳다고 나름 생각을 정리했다. 물론 개털의 털이 다 자랄 때 까지는 우리도 털 손질 본능을 해소할 기회가

없고 개털의 단장도 중단된다.


몸 대부분에 털이 없는 우리(사람) 어떨까? 우리 몸의 피부는 1분에 25,000개, 한 시간에 100만 개가 넘는 피부 조각(squame)이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해마다 500그램의 피부가 먼지가 되어 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털이 안 빠지는 것 같지만 우리 몸은 입술, 젖꼭지, 생식기 그리고 손, 발바닥을 제외하고는 온몸에 털이 있다(2). 바꾸어 말하면 우리도 온몸에서 매일 털이 빠지고 환절기에는 특히 많이 빠진다.

개털이도 콧등, 젖꼭지, 그리고 앞, 뒤 발바닥에는 털이 없다. 개털이는 한 번도 우리에게 털이 빠진다고 짜증을 부리거나 우리에게 털을 홀랑 깎을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1)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 김석희 옮김. 1995.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정신세계사. pp217-234.


(2) 빌 브라이슨(Bill Bryson), 이한음 옮김. 2020. 『바디. 우리 몸 안내서.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까치. pp24. 33.


알 개털이.

털을 깎고 얼마 동안은 얼굴도 시무룩하고 활발하지도 않다. 개털이 입장에서는 도도해 보이는 예쁜 털을 어느 날 갑자기 홀랑 밀어 버리니 그럴 만도 하고 분홍 피부가 보일 정도로 밀어 댔으니 피부에 자극도 있었을 것이다.


약 바른 개털이.

털을 밀어 분홍색이 된 피부 중 발긋발긋한 부분에 약을 발라 주어야 하는데 녀석은 무척 짜증을 부린다. 하긴 나라도 “병 주고 약 주는 경우”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함께 쾌적하게 살려면 감당해야 할 일이고 조금이라도 녀석이 편하길 바라니 본의 아니게 야단치고 약을 바른다. 개털이 입장에선 억울하게 야단을 맞았으니 성질은 나지만 개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분노, 반항, 긴장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된다.  


위로 외출.

털을 밀고 나면 며칠 동안은 시무룩하다. 신경도 날카로워져 성질도 많이 낸다. 가급적 잘해 주려고 노력했다.


keyword
이전 05화개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