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불시불식
개 풀 뜯어먹는 소리(狗食草聲)
우리는 한자(漢字)가 지금의 중국 글자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른 상상이다. 한자는 오랜 시간 동안 동아시아의 여러 세력에 의해 만들어져 통용되어온 하이브리드(잡종) 문자이다. 따라서 한자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 일부는 분명히 우리의 조상이 만든 글자가 포함되어있다. 글자뿐만이 아니고 단어나 문장도 다르지 않다. 이점은 한글이 100% 우리 것이라는 것과 엄연히 구분되는 사실이다.
중화 인민공화국 정부가 지금 중국 인민들이 사용하는 한자의 일부가 우리 것을 빌어다 쓴다는 점을 공산당 헌장, 인민 공화국 헌법 그리고 교육지침에 기재하고 매년 우리나라에 조공을 바쳐야 하는 근거(1)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한다면 구질구질하게 영어로 발음기호를 달아 컴퓨터에 입력하는 system을 버리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 한자를 보면 지들 글자인 줄 알고 무척 반가워하다가 우리가 한자의 일부를 만들어 빌려 주었고 지금도 우리만의 한자 단어를 개발해 사용하는 것을 보면 풀이 죽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토불이(身土不二)’이다.
BCC코퍼스(2)를 검색해 보면 중국 제자 백가서 에서는 신토불이가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불경에 일부 검색되지만 우리가 쓰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 예이다.
현대 중국어 사용례를 검색해 보면 인민일보(人民日报)에 사용된 례가 16개 검색된다. 대부분 한국에 왔다가 신토불이라는 표현을 보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만든 단어이니 다른 나라 사람이 어떻게 그 뜻을 알 수 있겠는가?
인민일보 1988년 3월 8일 자에 실린 기사의 일부이다.
도시 중심가의 여러 교차로에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네 글자가 적힌 커다란 입간판이 있었습니다. 무슨 뜻이에요? 현지 친구, 현지 화교(华侨), 우리를 데려 간 투어 가이드에게 물어봤는데 대답은 기본적으로 같았습니다.
"사람의 몸과 그를 키우는 땅은 분리될 수 없다"
보다 의역 한다면 "그 지방의 음식은 그 지방 사람에게 적합하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중국의 "그지방의 풍토는 그 지방의 사람을 기른다"는 말과 약간 비슷합니다.(3)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신토불이는 한자어로 우리 의미체계에 맞는 개념을 창조한 단어로 중국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에 짜장면(중국인)이 신토불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상상한 '一方水土养一方人'은 '장소가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라는 뜻으로 신토불이와는 다른 뜻이다.
무식한 애가 잘못 배워가서 더 무식한 애들한테 사고 치는 예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내 가볼 때 신토불이와 짝이 될 수 있는 좋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제철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라는 말로 한문으로는 '불시불식(不时不食)'(4)이다.
말이란 그 댓 구가 맞아야 감칠맛이 나고 개념도 명확히 잡힌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불시불식(不时不食)
즉 '내 땅에서 나지 않고 제철에 난 것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또는 긍정적으로 표현해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난 것만 먹는다'라고 할 수 있다.
제철 먹을거리는 우선 신선하고 값이 싸다. 농산물도 그렇지만 버섯, 나물 등 임산물 그리고 수산물도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방부 제니 색소니 농약이니 하는 것으로 재주를 부릴 이유가 전혀 없다.
또 가장 맛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제철이 아니라면 무르익어 푸짐하고 깊은 제대로의 맛을 느낄 수 없다.
6월도 절반이 지난 지금은 부추(정구지)가 매일 매일 한 뼘씩 자라나 하루는 부추김치, 하루는 오이 소박이, 하루는 부추전 하루는 부추 국을 끓여도 다음날 또 소복이 자라나 온다. 2,000원도 넘던 호박은 980원을 달고 있어 된장국에도 푸짐히 넣을 수 있고 비 오는 날 얌전한 전을 부칠 수도 있으며 마른 새우를 넣고 볶아 먹어도 좋다. 한 때 한 단에 6,000원이 넘어 설렁탕에도 넣지 못하던 파가 지금은 2,000원 언저리이다. 라면 끓일 때 큰 뿌리 밑단으로 국물을 우리고 위쪽 파란 부분은 다 끓었을 때 잘라 넣을 수 있다. 풋고추며 깻잎, 그리고 오이가 흔해져 고추장과 막걸리만 있으면 하루 저녁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장어가 풍년이라 값이 많이 내려 약국의 비아그라 판매가 줄어들지 않을까? 동해 바다에는 등을 밝힐 오징어배 출입이 잦아질 터이니 오징어 값이 내릴게 확실하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불시불식(不时不食)은 건강하고 자연 친화적이며 경제적임은 물론 국토의 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위대한 개념이 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한자어를 사용해 우리의 개념을 표현한 우리 고유의 단어와 고대 논어 구절을 결합한 현대와 고대 그리고 우리의 한자어와 고대 중국의 한자어가 결합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이브리드(잡종) 언어의 대표적 표지라는 가치부여가 가능한 단어이다.
제철이 아닌데도 제철과 같이 즐기며 먹을 수 있는 것으로는 김치와 장(醬) 그리고 술이 있다. 이 친구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1) 중국이 조공을 받기만 한 것으로 아는데 조공을 바친 예도 무수히 많다.(김영민, 2021, 『중국 정치 사상사』) 삥도 뜯겨본 놈이 뜯는 것처럼 조공을 받는 것도 바쳐본 놈이 받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도 주변의 조공을 받은 예는 적지 않다.
(2) BCC코퍼스(BCC汉语语料库. 이하 BCC코퍼스)는 북경어언대학교에서 개발한 빅데이터 수준의 코퍼스로서 총 약 150억 자로 구축된 가장 방대하고 사용이 편리한 코퍼스이다. 코퍼스의 구성은 신문(报刊,20억 자)、문학작품(文学,30억 자)、마이크로 블로그(微博(웨이보), 30억 자)、과학기술문서(科技, 30억 자)、종합 텍스트(多领域,10억 자), 그리고 고대 한어(古汉语, 20억 자)로 장르별 검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며 여러 영역에 걸쳐 코퍼스가 구축돼 현재 사회의 언어생활 전반을 반영하는 대규모 코퍼스이다. (강병규, 2017)
(3) 인용문 원문 : 在城市的中心街好几个道路口,树立着很大的标语牌,上面写着四个大字:“身土不二 ”。这是什么意思?我问当地的朋友,问当地的华侨,问带我们的导游,得到的回答基本是一样的。就字面来说,它的意思是:身体和养育着他的土地是不能分开的。再深入一步是说:当地的东西最适合当地的人。有点像中国的那句俗话“一方水土养一方人”。
(4) 출전은 『논어』 제10편 향당편이다. 이 부분은 '밥때가 아니면 안 먹는다"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브런치는 어쩔 것이며 야식은 어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