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의 최초 형태는 복(卜)이다. 복은 거북이 배딱지에 홈을 판 후 불로 가열해 그 갈라진 모양을 그린 글자이다. 그 갈라진 모양을 보고 길흉을 점친다는 의미이다. 이 복자 아래 입구(口) 자를 더한 것이 점(占) 자이다. 점친 결과를 말해 주는 모습니다.
수천 년 전에 점은 아무나 치는 것이 아니고 왕만 칠 수 있는 일이었다. 왕은 전쟁, 사냥 등 국가 중대사를 거창한 의식(음식, 음악, 춤)과 함께 비싼 재료(귀갑 수골(龟甲兽骨) 거북의 딱지와 짐승의 뼈)을 사용해 엘리트 전문가 집단(貞人)을 동원해 점을 쳐 결정했다.
나는 고대 국가에서 점을 친 이유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정보의 부족이고 둘째는 정당성의 획득이다.
전쟁을 벌일 때 적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거나 사냥을 나가야 하는데 사냥할 동물이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는 데다가 합리적인 탐색 방법이 없으니 하늘의 신(神)에게 물어보는 show를 하는 것이다. 왕이 사전 정보도 없이 혼자 결정했다가 부정적인 사태가 벌어지면 얼마나 뻘 춤 하겠는가? 따라서 큰돈을 들여 갖은 폼을 다잡고 향을 피우고 술을 뿌려가며 show를 한 후 얻은 점괘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다. 하늘의 뜻이 내렸다는 정당성의 부여는 어떠한 반대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간다.
그렇다면 점괘와 현실의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어떻게 될까?
의외로 틀린 점괘를 말한 점쟁이는 별 탈이 없다. 점을 칠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왕밖에 없고 그 점괘를 해석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인 점쟁이들 밖에 없으므로 그 둘은 사실상 동업자 관계이다. 따라서 점괘가 잘못된 원인은 당연히 다른 데서 찾는다. ‘부정 탔다’, 또는 ‘정성이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누군가를 지적해 희생양으로 삼으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점괘가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맞을 때까지 점을 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점의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얻었을까? 대외적으로(주로 피 지배계층에 이야기할 때는)는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라고 뻥을 쳤다. 즉 점쟁이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성스러울 성(聖) 자에는 귀를 뜻하는 글자(耳)가 들어가 있어 그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북딱지나 짐승 뼈에 미리 일정한 홈을 파놓고 가열해 갈라지게 하는데 이 무늬가 앞일에 대한 막연한 예상이나 짐작의 단초가 되는 조짐, 징조 또는 기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해석을 가한 것을 점괘(占卦) 또는 점사(占辭)라고 하는 것이다.
죽은 거북이 배딱지가 전쟁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떻게 알겠으며 거기에 홈을 파고 불을 때 갈라지는 모습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살아있는 동물이나 심지어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데 기쁘게 받고 술과 음악, 춤을 동원해 난리굿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대견해 미래의 일을 알려 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를 모시고 숭배해야 할까?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쫓아 버려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는 상(商) 나라(1)의 멸망과 주(周) 나라의 성립을 신(神)이 인간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인문(人文)의 변화로 기록했다.
지금은 거북점을 칠 수 없다. 거북점을 칠 수 있을 정도 크기의 거북은 대부분 CITES(2) 해당 품목으로 교역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다양한 형태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점을 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점의 수요는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이 제한된 지배계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점을 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 또는 귀신, 신령, 산신, 요괴, 신선 등 초자연적 존재 중 무엇인가는 점을 쳐서 앞날을 내다볼 수 있을까? 앞날을 내다본다면 얼마나 내다보며 얼마나 정확할까? 어떻게 하면 점을 잘 치는 존재를 만날 수 있을까? 이 것이 다음 글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주제이다.
(1) 상(商) 나라 : 지금 중국 중부 지역에 있던 고대국가. 기원전 1600-1046년 사이에 존재했다고 한다. 후에 주(周) 나라로 대체되었다.
(2) CITES(Co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