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인간

算命

by 누두교주

최근에 〈지옥〉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보면서 모처럼 키득거릴 수 있었다. 원작 만화는 보지 못했지만 아주 잘 만든 ‘코미디’ 드라마였다.


죽을 날을 고지하는 친구는 머리와 빨간 눈만 있는데 한국어를 잘 구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나 찾아가 상대가 듣거나 말거나 이해하거나 말거나 지 할 말만 하고 간다. 최소한 ‘현주건조물 무단침입’ 의죄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지옥의 사자라는 친구들은 꼭 세 명(마리)이 떼 지어 다니는데 고릴라 비슷하게 생겼고 비대한 몸집에 정해진 일만 무식한 몸짓으로 아주 단순하게 처리한다. 그들의 일은, 죽을 사람을 물리적으로 제압한 후 불로 태우고 도망가는 일이다.


이 지옥사자들은 도로교통법, 공연음란(옷을 입지 않았다), 재물손괴, 상해 치상 및 상해 치사, 시체 훼손 및 유기의 현행범이 분명하며 여러 차례 동종 수법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어떤 공권력도 이들을 제지, 체포하지 못한다.

종교단체를 표방하는 새 진리회는 지금까지 없었던 사망 예정 고지와 지옥 천사들의 만행이 세상을 정화하려는 신(神)의 성스러운 의도이며 자신들이 신을 대리하는 것으로 뻥을 쳐 교세를 급격히 확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옥이나 지옥의 사자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이러한 행동을 형법상 ‘사기’라고 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라고 부른다.


새 진리회와는 결을 달리하는 ‘화살촉’이라는 광신도 집단도 등장한다. 떼 지어 몰려다니며 사고 치는 동네 양아치들로 조직된 화살촉은 신의 섭리나 세상 정화와 같은 복잡한 교리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그저 지옥의 사자들이 때려 부수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같이 흥분하며 설친다.


짐승 머리뼈를 뒤집어쓴 비비 원숭이처럼 분장한 화살촉의 리더는 인터넷 방송의 BJ로 설치다 자기가 메시아가 된 줄 알고 지옥사자에게 죽는다. 결국 죽을 때까지 철이 안 든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사람은 죽은 후에 착한 일을 한 사람은 천국으로 가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지옥으로 간다고 한다. 천국은 너무 좋은 곳이라 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고 지옥은 도망 못 가게 잡아놓고 매일 때리고 못살게 굴어서 아직 돌아온 사람이 없다.


지금 사는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상상하며(믿으며) 착한 일을 하려고 애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고 정말로 천국이 있다고 믿으면 지금 가면 될 일이다.


나쁜 사람들만 모아놓고 끔찍한 형벌을 가한다는 지옥을 상상하며 좋지 않은 일을 삼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말 지옥이 있다면 그 가엾은 우리 조상과 이웃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를 돌아보면 우리 대부분은 천국 갈 만큼 착하지도 않고 지옥 갈 만큼 악하지도 못하다.


〈지옥〉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재 스타일 상고머리가 말끔한 택시 기사님의 말씀은 소란스럽고 기발한 이야기들을 차분히 잘 수습했다.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니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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