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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싫다 - 大味必淡

개 풀 뜯어먹는 소리(狗食草聲)

by 누두교주

나는 백종원이 싫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과 친근감 있는 목소리의 인간 백종원은 당연히 좋다. 같이 실없는 소리 하며 술잔을 기울이기엔 더 없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러나 같은 조리인(調理人)의 한 사람으로서 음식과 함께 백종원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백종원이 있는 이상 K-Food는 절대 인류에 가치 있는 음식이 될 수 없다. 백종원의 사진이 먹자 거리에 걸려있는 이상, 우리는 음식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품팔이 소상공인의 노동을 돈과 바꾸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백종원이 조리하는 이상 식자재에 대한 존경과 연민 그리고 음식의 존엄과 생명에 대한 경이를 깨달을 수 없다. 백종원은 음식에 스며든 ‘작고 조용한, 그렇지만 행복한 어머니의 한숨’을 날려버린 패륜아이다. 그래서 백종원이 싫다.




우리 집안은 신정 차례를 모신다.① 그래서 구랍(舊臘) 31일엔 이른 아침에 장을 봐와 하루 종일 차례 음식을 준비했다. 나는 국가 공인 조리 기능사로서 당연히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그 과정에서 한 번도 백종원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1. 메뉴에 대한 상상.

메뉴에 대한 상상은 ‘음식 소비자’에 대한 특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자장면 7,000원 내고 사 먹는 사람을 전제하고, 그럴듯한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하고 7,000원짜리 같은 짜장면을 6,000원에 팔면서, 이익을 남기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디자인해 돈을 번다면 백종원이다.


차례상을 볼 때는 돌아가신 분들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을 상상한다. 차례에 참석한 팔순이 넘은 숙모님부터 10대인 막내 조카 녀석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출신 외족(外族)과 남, 녀의 차이도 고려해 재료를 구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 음식의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샀던 꾸러미를 들춰보며 빠진 것이 있는지를 살핀다. 여기에 백종원은 없다.


2. 재료 구매

원산지는 중요치 않고, 건강도 일없다. 맛있으면 된다. “건강하려면 이런 음식 먹으면 안 된다.”며 천연덕스럽게 주절거리며 웃음 짓는 그의 얼굴이 비열해 보였다. “나도 먹고 우리 식구도 먹는다”라고 항변할 수 있으나, 그것을 권하는 것은 찬성하기 힘들다. 그래서 백종원이 싫다.

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요리책이라고 해도 좋은 부분이 적지 않다.② 그래서 원산지를 세심히 살피고 비싼 가격에 여러 번 놓았다가 다시 소포장을 찾아 발길을 옮기기도 한다. 때가 아닌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는 여러 번 망설여야 한다. 하얗게 까논밤은 편할 순 있지만, 너무 하얀 것이 께름칙해 껍질 있는 밤을 사서 손이 뻐근할 때까지 깐다. 밤 까고 앉아있는 백종원을 상상하긴 힘들다.


3. 재료의 분리와 세척 그리고 다듬기 (전처리 과정)

녹두 껍질을 골라내본 사람은 제대로 된 빈대떡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도라지와 고사리를 까고 다듬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본 사람은 비빔밥을 먹을 때 더욱 행복하다. 밤새 핏물을 우리고 여러 번 물을 갈아 주어야 되는 사골탕을 알고 나면 “간단히 곰탕이나 한 그릇 하지”하는 소리에 분노한다.


백종원이 보기 좋고, 쉽고, 맛있고, 싼 파전을 offer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흙을 털어가며 찐득한 진이 손가락에 켜켜이 쌓이는 파전의 주재료, 쪽파를 다듬고 씻으며 쪽파의 끝까지 깔끔히 가지런히 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백종원이 ‘빽 파전’을 오퍼 하면 갈 생각이 없다.


4. 조리(調理)

싱거우면 소금 넣고, 신맛이 필요하면 식초 넣고, 고춧가루 팍 때려 넣으면 얼큰하다. “그리고 요거! 인공조미료를 넣으면 죽여줘유! 뒷주머니에 하나씩 넣어 가지고 다니세유~!” 이는 우리 음식을 학살하는 언어이다.


조리는 조화(調和)다. 다섯 가지(五味) 맛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서로 보충해 주기도 하고 나누기도 한다. 한 가지 맛이 특별히 드러나는 음식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매운맛은 맛(taste)이 아니라 고통(pain)의 느낌이다. 가장 훌륭한 맛은 담백하다.(大味必淡)


백종원의 조리는 드러내는 것이고 나누는 것이다. 장사에 좋을지 모르나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그리고 음식을 먹고 소통하는 사람의 에너지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싸고 편할 수는 있지만!


5. 진설(陳設)과 플레이팅(plating)

돌아가신 분에게 음식을 올리는 것을 진설이라고 한다. 그분들에게 맞추어 수저의 방향과 메(밥)와 탕(국)의 놓은 자리를 맞춘다. 반면에 산 사람에게 주는 음식을 담는 것은 플레이팅이라고 한다. 먹을 사람이 먹기 좋게 담고 그 사람의 양보다 약간 적게 담아 주는 것이 좋다.


백종원의 음식은 항상 비싼 식재료를 잘 보이게 담는다. 어떤 경우는 음식보다 그릇이 눈에 띄기도 한다. 철저한 공리주의(최대다수의 최대행복)적 음식의 추구는, 나만을 생각해 주는 (또는 그런 척해주는) 다정한 손길을 철저히 거부한다. 백종원표 식당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주인장의 오버인 경우가 틀림없다. 그런 주인장은 이익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6. 설거지와 분리수거.

설거지를 음식의 일부로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설거지할 때 물이 싱크대를 넘지 않는다. 노동으로 생각한다면 방수 재질의 앞치마가 필요하다. 설거지의 끝은 세제를 헹궈낸 것이 아니고, 뽀송하게 마른 그릇이나 도구는 물론 고무장갑, 앞치마 등을 모두 제자리에 환원시켰을 때이다.

누구도 먹지 못할 음식쓰레기는 없다. 그것은 일반 쓰레기이다. 국물이 흥건히 고인 음식쓰레기봉투는 ‘지구의 눈물’을 상징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식자재를 구매하면 비닐, 스티로폼, 종이상자, 플라스틱, 보냉팩 등 다양한 쓰레기가 나온다. 이 녀석들을 배출하기 위해선 라벨을 제거하고, 안쪽을 헹구고 서로 같은 종류끼리 모아줘야 가능하다.


백종원은 설거지하지 않는다. 당연히 분리수거하는 그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그는 이미 음식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음식을 한다고 떠드는 그 위선이 싫다.




백종원이 경제성 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브랜드화해서 돈 벌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딱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나쳐 다양한 식당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음식 문화의 자양분을 낭비시키는 악화(惡貨)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음식은 절대 쉽지 않다. 쉬워서도 안된다. 음식은 문화, 즉 사람이 살아가는 무늬이다.


우리의 삶이 쉽고 간단하고 즉흥적인 일회성이라면, 음식은 그렇게 만들고 소비하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틀렸다. 백종원이 맞다.



대문 사진 : 출처(https://me2.kr/ZlAkj. 검색일 2023. 1.2.)


① 할아버님 때부터 그리하셨다니 이미 100년도 넘은 가풍(家風)이다. 워낙에 서울 토박이고 돈푼이나 있는 집안이었다니 친일파 또는 친일파랑 친했던 것이 틀림없는 집안인 것 같다.


② 나는 이미 동의보감을 다 봤고 최근엔 정조지(鼎俎志)를 읽고 있다. 국가공인 조리 기능사는 그 정도는 다한다. 백종원은 틀림없이 조리 기능사 자격이 없다는데 이번 설, 탕 끓일 때 걷어낸 기름을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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