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강의 물 멍 때리기와 감자튀김
길 위에서 길을 묻다
방비엥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과 천년 고도(古都) 루앙프라방의 중간에 있다. 만족(Hmong족)과 묘(Yao족)의 생활 터전인 방비엥은 ‘쏭강’과 ‘창산’이 만드는 이국적 풍경이 환상적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라오스의 계림(桂林)’에 비유하기도 한다.
계림의 모습이다. 출처, https://vo.la/uY0WR, 검색일, 2023. 03. 20.
둥근 산마루와 넓게 흐르는 강물은 마치 동양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군데군데 흩어진 석회 동굴을 신비함을 더하는데 부족 함이 없다.
동네는 생각보다 무척 작고 조용하다. 새벽에 숙소에서 바라보는 방비엥은 모두 늦잠을 자는 것 같이 보인다.
숙소 창으로 바라본 방비엥. 침대가 삐걱거리는 숙소는 오랜만이었다.
객지의 새벽은 가끔 뜻하지 않은 만남을 선사한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건기의 수풀에 방금 망울을 터트린 듯한 꽃이 피어있다. 아마 내가 처음 본 사람인 것이 틀림없다.
새벽 산책길에 만난 꽃. 이 꽂을 본 후 아침으로 쌀 국수를 먹었다. 쌀 국수 국물은 숯불로 끓였다.
골목 어귀에는 제법 공을 들인 것 같은 불단이 서 있다. 불단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러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뭔가 올려놓을까! 주머니를 뒤지다 그만두었다. 스치고 지나갈 나그네가 흔적을 남겨 무엇하겠는가?
불단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위에 놓은 작은 정성들은 소박해 보인다. 건기 막바지의 쏭강은 야윌 대로 야위었다. 그래서 물소리는 더 높고 여울은 늘어났다. 얕은 물길에 이끼가 돌들을 덮고 있다.
책 볼 때 필요한 문진으로 쓸 돌을 찾아봤지만 내가 찾던 넓적한 하얀 차돌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주워들은 작은 조약돌. 등의 색은 짙고 배의 색은 밝다. 둥근 등과 넓적하고 울퉁불퉁한 배는 거북을 닮았다. 그리고 보니 작은 구멍이 있어 마치 거북이 머리를 감춘 것 같다. 나는 이 ‘쏭강의 거북이’를 동행으로 삼았다.
쏭강의 거북이. 머리를 딱지 안에 감춘 모습이다.
풍진 세상의 열기를 식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멍 때리기이다. 멍 때리기의 으뜸은 ‘물 멍’이다. 제대로 된 물 멍을 때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물이 있어야 하고 바람이 있어야 한다.
쏭강은 물 멍 때리기 좋은 곳이다. 풀어 키우는 소들이 가끔 물 마시러 온다. 검은 물소와 누런 소 그리고 송아지들이 익숙하게 다녀간다. 바람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지나가며 향기와 먼지를 같이 전한다. 물소리는 성가시지 않을 정도로 들리지만 어느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해탈한 고승처럼 물 멍을 때려도 인체의 기초대사는 쉬지 않는 모양이다. 시나브로 허기가 밀려오고 갑자기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날이 어둑해지면 고무신을 끌고 술 추렴을 나가면 좋다. 야시장을 거쳐 번화가를 어슬렁거리다 서양 사람들이 유난히 바글거리는 식당을 찾아들었다. 뭐 특별할 것도 없고 메뉴도 평범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양 사람들이 꼬일까? 심드렁해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감자튀김과 라오 비어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무척 오래 걸렸다. 슬그머니 후회의 마음이 스멀스멀 생겨났다. 이윽고 감자튀김이 나왔다.
요 감자의 생김과 크기를 보라! 이게 감자튀김이다.
나는 격하게 감동했다.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감자튀김’이 나왔다. 징그럽게 길쭉한 냉동감자가 아니라 어린애 주먹만 한 진짜 감자를 튀겼다. 그것도 깨끗한 기름에 제대로 바로 튀겨낸 감자튀김의 맛이라니!
집에서 이렇게 감자튀김을 해 먹으려면 그 품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감자튀김을 파는 집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오랫동안 이런 맛을 놓친 것이다. 금세 라오 비어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주문했다.
행복한 저녁을 마치고 계산을 위해 10달러를 내밀었다. 5만 낍을 거슬러 받았다. 숙소까지 가는 길이 가물가물해 차를 불러 달라고 하니, 10명도 탈만 한 트럭이 왔다. 차를 불러준 식당 주인은, 차비가 6만 낍이라고 알려줬다. 숙소에 도착해, 손 짓 발 짓을 해가며 설명을 시도했다. “차비가 6만 낍인데, 라오스 돈은 5만 낍 밖에 없으니.....” 기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5만 낍이면 OK”라고 했다. 나는 1달러를 더 주려고 했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빈둥댄 건가? 그런데 잠자리가 허전하지 않고 뿌듯하다. 내가 뭘 잘했는지 모르겠다.
대문 사진 방비엥의 쏭강과 창산의 모습이다; 출처,https://vo.la/14Hyf, 검색일, 2023.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