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에서 만난 친구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by 누두교주

여행의 마지막 날은 여행의 두근거림이 심드렁해지고 몸이 무겁다. 잊고 있던 집 생각이 점점 짙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 마음의 변덕인가?


발길 닿은 여행지마다 야시장을 뒤졌지만, 여행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마음에 품은 불상을(BJR 붓다, 또는 오지 마 부처님)을 만나지 못했다. 오늘은 인연이 닿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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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퉁 시장에서 “가게는 백 개지만 물건 나오는 집은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의 라오스 야시장들이 그랬다. 동네는 달라도 물건은 같았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관광지의 노점(빠뚜싸이 – 라오스 개선문)을 기웃거렸다. 역시 찾는 수인(手印)의 불상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집 수더분해 보이는 아주머니의 가판에서 거짓말처럼 만났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약간의 흥정을 거친 후 나는 호신불(護身佛)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BJR 붓다, 오지 마 부처님의 명호에 개선문 부처님이라는 명호가 더해졌다. 여행길 호신불로 지니기로 했다.


기쁜 마음으로 되돌아 나오는데 늙수그레한 영감과 예쁘게 생긴 아이가 볶은 씨앗(瓜子)을 열심히 까먹고 있었다. 녀석이 하도 귀엽게 생겨 영감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매우 행복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일까? 엄지를 세우는 녀석의 포즈가 예쁘다.


오늘 본 것이 처음이고 이생에 또 만날 사람들도 아닌지라, 웃는 얼굴로 좋은 말을 했더니 녀석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이 틀림없다.




비행기 시간이 자정에 가까운지라 저녁 먹을 시간이 생겼다. 이번 라오스 여행의 최후의 만찬이다. 빌빌거리고 거리를 걷다가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와악 샤부샤부' 여섯 개 나라말로 써 붙여 놨는데 한글도 있었다.


대충 튀김 요리와 라오 비어를 주문하고 손 씻는 곳에 가서 낮에 만난 호신불을 정성껏 닦았다. 그리곤 식탁에 올려놓고 대화하듯 혼술을 즐겼다.


그런데 호신불의 영험인지, 오래지 않아 작은 고양이가 찾아와 야옹거리며 보챈다. 이제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요놈 표정이 마치 진즉부터 알고 있던 사람에게 맡겨놓은 것 달라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긴 사람(현지인과 다른)이 불상을 올려놓고 고양이와 맥주를 마시는 게 이상해 보이는지 종업원들이 자꾸 기웃거리며 시키지도 않은 뭔가를 더 가져다준다. 컵~짜이~ 내가 아는 라오스어 두 개 중 하나를 구사하며 웃으니 같이 웃는다. 불현듯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이름을 '린'이라고 하는 이 친구도 사진을 찍을 때 엄지를 세우는 것이 빠뚜싸이(개선문)의 아이와 닮았다.


사진 편집이 서툴러 그렇지 내 얼굴이 큰 건 절대 아니다. 배가 나와 보이는 건 입고 있는 셔츠의 피팅이 좋지 않아 그런 것이다. 사실 나는 홀쭉하다.


유쾌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바지 주머니의 호신불을 본 공항의 라오스 직원들이 무척 반가워하며 친한 척을 해준다. 다만 불상을 바지 주머니에 넣지 말고 상의에 간수하라고 손짓으로 알려 주었다. 그래서 check-in도 수월했고 보안 검색도 일찍 마쳤다.


공항에 들어가 탑승구를 확인하고, 작은 매점에 자리를 정하고 탑승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당연히, 라오 비어(이제 가면 언제 또 마실까?)와 소금 간을 한 땅콩을 시키고 호신불과 읽던 책을 꺼냈다. 매점의 젊은 직원은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를 하나도 구사할 줄 몰랐고, 나는 그가 구사하는 라오 어를 몰랐다. 구운 오징어 있냐고 물어본 건데!


그런데 얼마 후 영어를 하는 매니저가 나를 찾았다. 나는 오징어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를 위해 매니저를 호출해 준 총각 직원의 서비스마인드를 칭찬했다.


그녀는 유창한 영어로 명랑하게 대화하다가, 호신불을 보고는 정색하며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냐?”라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자유로운 종교 생활을 인정한 우리 실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불교를 믿는지? 호신불을 지닌 것이, 내 개인의 신앙인지를 이어 궁금해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는 라오스 사람들, 내가 본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 그리고 만난 친구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갑자기 어디론가 가더니 금방 돌아왔다. 나는 그녀가 권하는 두 권의 책 중 얄팍한 책을 골랐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 다시 라오스에 오면 만날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Ms Nee에게 선물 받은 책의 표지. 최소한 라오어 알파벳이라도 배워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책을 준 친구(Ms Nee)의 서명. 그녀가 책을 준 마음과 내가 책을 받은 마음이 같으면 좋겠다.



비엔티안을 향하는 비행기에서는 보름달이 바로 어깨 옆에서 따라왔었다. 항상 머리를 들어 하늘 높이 있던 달만 보다가, 보름달이 바로 옆에 있는 게 신기해, 한참을 보며 행복해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비엔티안을 떠날 때가 되고 보니, 보름달은 ‘달의 도시’를 향하는 나를 환영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만난 라오스와 라오스 사람들, 이제부터는 그리워하는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대문 그림 : 라오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만찬의 메뉴이다. 나를 객지에서 혼술 하게 한 모두에게 한 회 지난 로또가 1등 번호 맞게 하는 축복이 내릴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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