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 말을 하는 개

by 누두교주

개털이는 개 수준에서 알아들어야 할 한국말은 물론 잘 알아듣는다. 또 2년 동안 중국에서 살았을 뿐 아니라 중국인 가정에서 연수도 한 바 있어 중국어도 알아듣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같은 사람이 같은 억양으로 하니까 언어를 몰라도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해서 다른 개에게 실험해 보았는데 다른 개들은 내가 한국말을 했을 때와 중국말을 했을 때의 반응이 달랐다. 딸아이 고양이나 시골집 고양이(사천이)도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 것은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개털이는 정확히 알아듣는 것이 확실했다. 즉 개털이는 틀림없이 Bilingual Dog(2개 언어를 사용하는 개)인 것이다. 다만 내 주변에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흔치 않아 증명하기가 수월치 않아 이 사실을 나 혼자 알고만 있었다.


딸아이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유럽에서 귀국했고 아들아이는 개털이의 환송 속에 군에 입대했다. 아들아이가 쓰던 방은 비었고 딸아이는 막바지 졸업 준비에 아르바이트할 시간은 없었지만 용돈이 필요했다. 나는 시간이 없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준다는 장학금은 주도적으로 면제받고 공부한다고 폼 잡는 것도 못마땅해 용돈을 안 줬다. 결국 모두가 만족할 해결책은 “딸아이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만큼 돈을 버는 것“이었고 그 실천 방안은 아들 방을 이용해 ‘air b&b'를 통한 숙박업이었다.


사업 수완이 있는지 소통을 잘하는지, 딸아이는 잘도 guest(손님)를 유치했다. guest는 미국, 중국, 말레시아, 대만, 싱가포르, 이태리, 파키스탄, 인도, 홍콩, 호주 등등 세계 각지에서 왔다. 어느 날 영어를 아주 잘하는 guest가 호주에서 왔는데 개를 아주 좋아했다. 개털이도 간식 잘 주고 상냥한 그 아가씨와 아주 친한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이 아가씨는 영어로 개털이 와 대화를 하고 개털이는 이 아가씨에게 영어로 반응하는 것 아닌가? 즉 개털이는 Bilingual Dog(2개 언어를 사용하는 개)이 아니고 Trilingual Dog (3개 언어가 가능한 개) 었던 것이다. 좀 더 찬찬히 생각해 보면 개털이는 개털이 본래의 언어를 한다. 즉 사람의 귀에 ”멍멍 “, ”왈왈 “, ”앙~“,”으르렁 “ 등등으로 들리는 ’ 개소리‘를 무리 없이 한다. 물론 중국 개소리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polyglot dog(다언어화 견 - 여러 언어를 말하는 개)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방송국 다니는 친구에게 어떻게 운을 뗄까 가 고민되고 슬며시 연락처가 있는지 뒤져보고 싶어 졌다.


저녁에 이 놀라운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자 아내는 다른 대답을 안 하고 갑자기 개털이 저녁밥 준비하느라 바빴다. 아내도 내가 사업상 몇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개털이랑 오래 지내 ’ 개소리‘까지 할 줄을 몰라 잠시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사진설명 : 내가 살았던 집은 2층이었는데 베란다 창밖으로 소나무 세 그루가 보인다. 그래서 집 이름을 '소나무가 보이는 집(观松斋)'으로 짓고 베란다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책을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가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 각자의 소리를 내는데 사진 속의 이놈은 특히 말이 많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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