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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n 01. 2023

문질빈빈(文质彬彬)과 우리 택동이

제6 옹야 편(第六 雍也 篇) - 16

  군자(君子)에 대한 공자의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문질빈빈(文質彬彬)이다. 주석서 대부분이 이 구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질(質)이 문(文)을 이기면 야(野)하고’ 하는 식으로, 현토(懸吐)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가장 정확한 해석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바탕이 꾸밈을 이기면 촌스럽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호화스럽다. 꾸밈과 바탕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후에야 군자이다.     


  공자는 분명히 바탕과 꾸밈의 균형을 강조했다. 그런데 후세의 공자 팔이 들은 대부분 꾸밈보다는 바탕, 호화스러운 것(史)보다는 촌스러운 것(野)을 좋아했다. 천 년 전 송(宋) 나라 주자는 물론이고 자칭 진보 학자라는 김용옥도 다르지 않다.②     




  이런 면에서 보면 모택동이 수립한 신 중국은 사회주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인민의 국가였다(이론적으론!) 거기에 더해 촌스럽기로는 중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 그래서 중국을 큰 산, 우리를 작은 봉우③이라고 한지도 모르겠다.      


중국에 가서 사흘동안 일곱끼를 혼자 먹었다는 보도. 이는 명백한 오보다. 넷이 먹고 있다. (출처,https://zrr.kr/7xRn. 검색일.2023.06.01)


  그런데 그 위대한(?) 중국의 국부 모택동은 공자를 지나칠 정도로 공격했다. 모택동의 법적 아내 강청의 말이다.      


  "불성실하고 교활한 정치 사기꾼! “,  ”무식, 무능한 기생충! “     


  "71세 중병으로 병상에 드러누워 있었으나 여전히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기어 나와 비틀거리면서 노(魯) 왕에게 절을 했다. 보라. 그가 성인군자란 명성을 어떻게든 누려 보려고 공식 석상에서 얼마나 노심초사하는 태도를 취했던가!"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자는 군자의 모습을 ‘문질빈빈(文質彬彬)’으로 표현했는데, 아무 생각 없던(또는 깊은 생각을 가진) 어떤 사람이 딸을 낳자 이름을 빈빈(彬彬)으로 지었다. 그 아이는 자라서 북경 사범대학 부속 중학교 재학 중에 여자 홍위병이 되었다. 이 아이가 문화 대혁명을 발동하고 천안문 누각에 바람 잡던 모택동에게 홍위병 완장을 채워주게 된 것이다.      


  이 여자 홍위병의 이름을 들은 모택동은 ”빈빈은 문질빈빈의 빈빈인가? 요무(要武 – 무력이 필요)한 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바탕이고 꾸밈이고 하는 봉건적 잠꼬대를 할 때가 아니다. 사회주의 계속 혁명을 완성하기 위해선 무력이 필요하다는 ‘우리 택동이’의 참으로 다정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자 빈빈은 즉시 요무라고 개명했고, 다음 날 중국의 주요 신문에 일제히 보도된 일이 있다.⑤ 그리고 10년 동안 중국은 문화 대혁명의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모택동의 법적 아내 강청도 남편을 따라 했다. 천진 근처 소도시의 공산당 주임이 자신을 주복란(周福蘭)이라고 소개하자, 이름이 너무 봉건적이니 바꾸라며 주극주(周克周)를 제안했다.⑤ 이렇게 설쳐대던 강청은 4인방 패거리를 결성, 정권 찬탈을 시도하다 체포돼 감옥에서 자살했다.     


재판을 받으며 그래도 잘 했다고 주장하는 강청. (출처, https://zrr.kr/rVNW. 검색일. 2023.06.01)


  사회주의라는 이상을 바탕으로 그렇게 촌스럽게 설친 결과로는 그렇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대문 그림 : 우리 택동이에게 '홍위병' 완장을 채워주고 있는 여 중생 송빈빈. 그녀는 모택동의 한마디에 갑자기 개명해  유명해졌다.(출처https://zrr.kr/bswZ,. 검색일, 2023.06.01.)


①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지음 이기동, 임옥균, 임태홍, 함현찬 옮김 『논어징(論語徵) 2』 소명출판. 서울. 2010. p.42.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     


②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17, 도올 김용옥 지음『논어한글역주 2.』 통나무. 서울. 2019. p. 466을 보라.     


③ 중국 사람이 한 말이 아니고 우리나라(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씀이다. 그 사람은 문(文)씨다.

     

④ 산케이 신문 특별 취재반 지음. 임홍빈 옮김 『모택동 비록 하』 ㈜문학사상사. 서울. 2001. p.224.      


⑤ 산케이 신문 특별 취재반 지음. 임홍빈 옮김 『모택동 비록 상』 ㈜문학사상사. 서울. 2001. p.178.      


⑥ 산케이 신문 특별 취재반 지음. 임홍빈 옮김 『모택동 비록 하』 ㈜문학사상사. 서울. 2001.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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