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신분 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등할 수 없다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의 출전은 단재 신채호가 쓴 소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사람을 나누어 계급을 매기고, 계급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만들고 엄격하게 지키는 것, 그것을 집대성한 사람이 바로 공자다. 공자에 따르면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도 계급에 따라 구분된다. 따라서 귀신 계급에 따라 지낼 제사도 달라지고, 차리는 음식도 다르고, 추는 춤도 다르며 심지어 연주하는 음악도 다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논어』에 있을까? 있다! 그것도 아주 여러 군데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중, 한 구절이다.
맹손·숙손·계손의 삼가 사람들이 옹의 노래로써 제사를 마치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들이 제사를 돕네. 그 가운데 천자의 모습이 그윽이 빛나도다 ‘라는 저 가사의 노래를 어찌 삼가의 당(堂)에서 부를 수 있겠는가?”②
때는 제사 지내기를 막 마치고, 옹(雍) 노래를 불러 귀신을 즐겁게 한 후 제기를 거두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옹이라는 노래는 천자의 노래인데 세도가(삼가-三家) 나부랭이가 그 음악을 쓴다고 공자가 화를 내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공자의 예술가적 섬세함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③”는 생각이 어떻게 날까? 나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주석 한 논어를 읽어왔는데 대부분 당시 세도가가 신분도 안되면서 주제넘게 천자의 음악을 참월(僭越)했다는 시각이다. ‘음악도 사람의 계급에 따라 나뉘는 얼빠진 생각’이란 시각을 가진 해석은 보지 못했다. 내가 이상 한 건가?
이런 공자의 생각을 현재 잘 가장 잘 구현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에는 위대한 백두혈통이 대를 이어 집권한다. 백두혈통의 시조 김일성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 통일의 구성(構成)이시다”로 규정했다. 이른바 ’ 최고 존엄‘으로 받들어지는 그 피붙이들은 이미 죽은 조상귀신의 권위를 한껏 이용해 대를 이어해 먹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토실토실하다.
이런 신분사회의 공통된 특징은 ‘개인’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인이 모여서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규정된 신분에 속한 부속으로서의 개인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연히 사람의 값이 다르니 사람의 권리도 그 값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인권 개념이 없다’라고 한다.
공자가 사람을 나누었고 그래서 모택동, 김일성과 같이 편을 먹는다면 나는 그 반대편에서 개인으로 존중받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아무리 공자라도 틀린 것은 틀렸다.
대문 그림 : 단재 신채호가 쓴 소설 『꿈하늘』 “이승의 양반은 저승에서도 양반이고, 이승의 종놈은 저승에서도 종놈이니라 “의 출전이다.
① 이영훈 외 지음 『반일 종족주의』 ㈜미래사. 서울. 2019, p.249.
② 도올 김용옥 지음『논어한글역주 1.2.3.』 통나무. 서울. 2019. p.592. 원문은 다음과 같다. 三家者以雍撤. 子曰: “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