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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n 06. 2023

죽어도 안 바뀌는 사람값

제3 팔일 편(第三八佾篇) - 2

  이승의 양반은 저승에서도 양반이고, 이승의 종놈은 저승에서도 종놈이니라 “①     


  죽어도 신분 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등할 수 없다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발상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의 출전은 단재 신채호가 쓴 소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사람을 나누어 계급을 매기고, 계급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만들고 엄격하게 지키는 것, 그것을 집대성한 사람이 바로 공자다. 공자에 따르면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도 계급에 따라 구분된다. 따라서 귀신 계급에 따라 지낼 제사도 달라지고, 차리는 음식도 다르고, 추는 춤도 다르며 심지어 연주하는 음악도 다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논어』에 있을까? 있다! 그것도 아주 여러 군데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중, 한 구절이다.     


  맹손·숙손·계손의 삼가 사람들이 옹의 노래로써 제사를 마치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들이 제사를 돕네. 그 가운데 천자의 모습이 그윽이 빛나도다 ‘라는 저 가사의 노래를 어찌 삼가의 당()에서 부를 수 있겠는가?”     


  때는 제사 지내기를 막 마치고, 옹(雍) 노래를 불러 귀신을 즐겁게 한 후 제기를 거두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옹이라는 노래는 천자의 노래인데 세도가(삼가-三家) 나부랭이가 그 음악을 쓴다고 공자가 화를 내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공자의 예술가적 섬세함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③”는 생각이 어떻게 날까? 나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주석 한 논어를 읽어왔는데 대부분 당시 세도가가 신분도 안되면서 주제넘게 천자의 음악을 참월(僭越)했다는 시각이다. ‘음악도 사람의 계급에 따라 나뉘는 얼빠진 생각’이란 시각을 가진 해석은 보지 못했다. 내가 이상 한 건가?      




  이런 공자의 생각을 현재 잘 가장 잘 구현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에는 위대한 백두혈통이 대를 이어 집권한다. 백두혈통의 시조 김일성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민족의 태양이시며 조국 통일의 구성(構成)이시다”로 규정했다. 이른바 ’ 최고 존엄‘으로 받들어지는 그 피붙이들은 이미 죽은 조상귀신의 권위를 한껏 이용해 대를 이어해 먹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토실토실하다.     


토실토실한 백두혈통.(출처, https://zrr.kr/AjRN. 검색일. 2023.06.06)


  이런 신분사회의 공통된 특징은 ‘개인’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개인이 모여서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규정된 신분에 속한 부속으로서의 개인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연히 사람의 값이 다르니 사람의 권리도 그 값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인권 개념이 없다’라고 한다.    

  

  공자가 사람을 나누었고 그래서 모택동, 김일성과 같이 편을 먹는다면 나는 그 반대편에서 개인으로 존중받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아무리 공자라도 틀린 것은 틀렸다.     



대문 그림 : 단재 신채호가 쓴 소설 『꿈하늘』 “이승의 양반은 저승에서도 양반이고, 이승의 종놈은 저승에서도 종놈이니라 “의 출전이다.


① 이영훈 외 지음 『반일 종족주의』 ㈜미래사. 서울. 2019, p.249.     


② 도올 김용옥 지음『논어한글역주 1.2.3.』 통나무. 서울. 2019. p.592. 원문은 다음과 같다. 三家者以雍撤. 子曰: “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③ 위의 책, p.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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