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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Jun 25. 2023

가짜 뉴스와 공자 -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제3편 팔일(第3篇 八佾) - 21

  일본에서 핵 발전소 사고로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린다고 여러 날 소란스럽다. 특히 이 더운 계절에 땀 흘리지 않고 주둥이 놀려 먹고사는 사람들은 철 만난 파리처럼 매우 시끄럽다. (땀 흘리지 않고 먹고사는 사람들을 ‘불한당(不汗黨–땀 안 난 무리)라고 한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9737 (검색일. 2023. 06.25)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을까? 즉 버리는 오염물질의 양과 바닷물의 양, 그래서 버린 후 예상되는 바닷물의 오염도는 얼마일까? 또 한 가지, 우리나라나 중국은 핵발전 관련 오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을까? 만일 버린다면 얼마나 오염된 오수를 어디에 버릴까?     




  정확한 기초 사실을 외면하고(또는 왜곡하고) 다른 데 있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극적 표현으로 선동 선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많은 사람이 여기에 넘어간다면 해결 방법은 딱 하나 있다. 바닷물을 다 퍼내면 된다. 바다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경우가 있다.     


  2014년 한 10대가 미국의 어느 저수지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그 지역의 수자원공사는 약 36,000달러를 들여 저수지의 물을 빼고 청소하기로 결정했다. 뺀 물의 양의 약 14,000만 리터였다.     


  그러면 이렇게 빼낸 물은 어디 갔을까? 당연히 강이나 바다에 흘려보냈거나 집집마다 한 냄비씩 나눠주고 끓여 날려 보냈을 것이다. 그걸로 끝날까?


그렇지 않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우리도 그 저수지 물의 분자를 마신적이 있다.     


  물 한 컵에는 100,000,000,000,000,000,000,000,000개의 분자가 담겨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모든 물의 총부피는 14억 세제곱 킬로미터로, 겨우 물컵 4조 개 분량이다. 즉 물 분자 수가 물컵 숫자보다 많다. (아주 많이 차이 나지는 않고 단지 99,999,999,999,996,000,000,000,000개 많다) 태초 이래 이 물은 지구 안에서 순환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10대가 소변을 갈긴 미국 저수지 물의 분자는 물론 공자가 마시고 오줌으로 배설한 물의 분자도 마신 것이 틀림없다.②     




  여기서 구태여 공자를 언급한 이유는, 터진 입이라고, 우선 떠들고 보는 사람을 대하는 공자의 태도가 생각나서이다. 공자님은 이런 사람들을 때렸을까? 아니면 논리적으로 반박했을까?


  '가짜 뉴스’에 반응하는 공자의 모습을 주석서 최초로 『소인 논어』에서 공개한다.


  자공과 더불어 말 잘하기로 으뜸인 제자 재아(宰我)가 어린 임금의 질문에 뻥을 있는 대로 쳐댄다.     


애공이 사()에 관하여 재아에게 물었다.


재아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하후씨는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들은 측백나무를 썼고,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를 썼습니다. 밤나무를 쓴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戰慄)케 하려 함이옵니다.     


  공자는 본디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욱이 괴담, 가짜 뉴스, 카더라 등,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의도를 가진 언어 구사를 매우 혐오했다. 당연히 재아는 공자가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제자였다.     


  그런 재야가 어린 임금이 사(社 -토지신, 또는 토지신에 제사 지내는 사당의 나무 위패)에 대해 묻자, ‘아무 생각 없이 삭삭’ 답을 해 버린다. 재아의 답은 ‘임금의 살벌한 마음을 열어주는’④ 매우 부적절한 언사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의 대답이 가짜 뉴스에 대한 공자의 태도이다.     


  공자께서 이를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내 이미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으며, 끝난 일은 간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탓하지 않겠다. “⑤     


  공자의 이 세 마디 말은 저주와 회한이 섞여 있는 쓴소리이자 가짜 뉴스를 양산한 제자에 대한 준열한 꾸짖음이다. 동시에, 가치 없는 말장난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은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    

 

  우선 문제가 뭔지 그 내용을 먼저 정확히 알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꼼꼼히 다져본 후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신체 기관을 우리는 ’ 입‘이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고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바늘을 부풀려 몽둥이를 만들거나(針小棒大), 한 토막을 톡 잘라, 앞, 뒤 맥락 무시하고 박박 우기는(牽强附會) 등의 경우 그 발성기관은 ’ 주둥이‘, ’주뒝이‘, ‘조동아리’, 조동백이’ 또는 일본식 표현으로 ’ 아가리‘라고 한다.     


  입으로 말한 이야기는 귀로 밝게 듣고 머리로 깊이 헤아려 무겁게 행동함에 함께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 ‘소음’은 여름날 파리와 다르지 않게 넘길 일이다. 다만 파리는 물지는 않지만 성가신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문 그림 ; baidu.com에서 가짜 뉴스(假新闻)을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의 하나. (검색일; 2023. 06.25)


① 리처드 도킨스(LICHARD DAWKINS). 『신 만들어진 위험· Outgrowing God』 김영사. 경기, 파주. 2021. p.320.     


② ibid. p.323-324.     


③ 도올 김용옥 지음『논어한글역주 2.』 통나무. 서울. 2019. p.96. 본문은 다음과 같다. 哀公問社於宰我, 宰我對曰: ”夏侯氏以松, 殷人以栢, 周人以栗. 曰, 使民戰慄.      


④ 주자(주자)의 생각이다. 본문은, 又啓時君殺伐之心이다.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論語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65.     


⑤ 출전은 위 ③과 같다. 공자 말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聞之, 曰: ”成事不設, 遂事不諫, 旣往不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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