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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21. 2023

몽골에 가기로했다

몽골에 가기로 했다

  지난여름은 내 생애 가장 긴 여름이었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체중이 10kg 나 줄었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어도 삭힌 홍어 담가 논 막걸리 냄새를 나도 느낄 정도인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허리를 굽히고 어깨를 좁게 하고 손을 비비며 실실 웃으며 곁불 쬐는 것보단 행복했다. 꾸며댈 일도 없고 마음과 다른 말을 입 밖에 낼 일도 없는 순수한 시간을 살았다.     


  문제는 잠깐 그렇게 배설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으나 지속 가능성은 없었다. 몸으로 하는 일은 잔 대가리로 하는 일과 달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방법이 없다. 아무리 머리를 쓰고 궁리를 하더라도 결국 몸으로 완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잔 대가리 굴리는 사람은 많은데 몸으로(삭힌 홍어 담가 논 막걸리 냄새날 때까지) 일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른바 ‘외국인 노동자’의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말을 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사람끼리도 하루에도 여러 번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의견을 조정해 함께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그런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청소와 이사는 몽골 사람이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잠깐 겪은 그들은 대부분 말수가 적고 우직하다. 그렇다고 어리석지도 않았다. 그들은 멀리 보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소통할 방법은 없었다. 사전이나 번역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한국어를 입력한 후 출력되는 몽골어가 무슨 뜻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더욱이 몽골어는 발음이 지원되지 않는다(지원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렇다. 미국 사람의 밥그릇과 우리의 밥그릇은 다르다. 일본의 젓가락과 우리의 젓가락도 다르다. 중국의 숟가락은 우리의 숟가락과 같지 않다. 당연히 음식도 다르다. 그럼 몽골은? 여러 날 그들과 거친 밥을 먹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말이 통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진실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헌신적으로 서로 신뢰를 쌓기 전에는 마음이 통할 수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말을 배우는 게 낫겠다.

      

  갑자기 단식한다는 것처럼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몽골은 한때 우리와 국가연합이 논의되던 나라다.① 그들은 우리를 무지개의 나라(солонгс)라고 부른다.


생각이 여기쯤 이르렀을 때 나는 몽골행을 결심했다!

   

  그 나이에, 먹고살기도 바쁜 데, 엄청 춥다는데 등등 반대할 많은 명분이 많은데 아무도 말리질 않았다. 말린다고 말려질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 것이리라.     


  마침내 2023년 10월 15일 몽골 울란바타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 구경을 하러 간다는 생각이다. 봐야 잡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대문 그림 : 울란바타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이다. 이 동네는 오대산 정상 정도의 고원에 위치해 있고 우리보다 훨씬 북쪽이며 바다가 없는 내륙국의 수도이다. 당연히 춥다.


① 한우섭. "한국·몽골 국가통합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품질정책 전공 2012. 서울. - 맞춤법 띄어쓰기가 아주 엉망인 논문이다. 그래서 읽기가 다소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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