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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Apr 09. 2024

영화 [파묘(破墓)]가 전하는 메시지

제2편 위정(第2篇 爲政) - 5

  모처럼 나른한 시간을 만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마침 성묫길을 다녀온 지 오래지 않아 영화 [파묘]를 선택했다. ‘돼지도 운이 좋으면 강동원 품에 안길 수 있다①’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는 장재현 감독의 작품인지라, 이번엔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통해 ‘한문 공부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사회에 던지고 있다. 우선 ‘파묘’의 뜻은 파를 묻어두었다는 뜻이 아니다. 또 한문을 모르면 귀신을 쫓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삽자루에 써진 사람의 이름을 읽을 수도 없다.     




  『논어』에는 묫자리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다만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이걸 전문용어로 ‘효(孝)’라고 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곳에 보인다.     


  살아 계실 때는 예로서 섬기고, 돌아가신 뒤에는 예로서 장사 지내고, 예로서 제사 지내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 같긴 한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예(禮)의 디테일이 항상 사람들을 고단하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 자식들은 한다고 했는데, 죽은 조상이 삐져서 자손들을 해친다고 돌아다니면, 극진히 제사를 지낼 일인가? 퇴마사를 불러 쫓아낼 일인가?     




  『맹자』에 보면 옛날에는 어버이 장례를 지내지 않고, 시신을 들어다 구덩이에 버린 이야기가 나온다.     


  상고시대에 일찍이 그 어버이를 장례 하지 않은 자가 있었는데, 그 어버이가 죽자, 들어다가 구렁에 버렸다. 후일에 그곳을 지날 적에 여우와 살쾡이가 파먹으며 파리와 등에가 모여서 빨아먹거늘 (중략) 삼태기와 들것에 흙을 담아 뒤집어 쏟아서 시신을 엄폐하였으니 (후략)     


  이렇게 해서 매장이 시작됐고, 그 이후에 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풍수니 명당이니 하면서 잘난 척한 것이 아닐까?     




  풍수지리는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서적을 읽다가 보면 이미 기원전부터 풍수지리와 관련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3대에 걸쳐 진시황에 충성하다가 간신 조고(趙高 – 조국이 아니다)의 모함에 빠져 죄 없이 죽게 된 몽염(蒙恬) 장군의 고백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내 죄는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시작해 요동까지 산을 파내 성을 쌓길 만여 리, 그 중간에 어찌 지맥(地脈)을 끊지 않았겠는가?     


  몽염은 자기는 죄가 없다고 (사실대로) 박박 우기다,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지맥을 끊은’것에서 죽을 이유를 찾고 약을 삼켰다.     


  하지만 바로 당시(기원전) 사마천은 몽염의 낭만적 죄목을 여지없이 부정했다.      


  쓸모도 없는 만리장성을 짓는 뻘짓을 하며 백성을 고단하게 한 것이 죄지, 어떻게 지맥을 자른 것이 죄인가?     


  풍수지리가 갖는 막연한 그 무엇, 그 실체는 결국 한문이라는 묘한 문자로 기록된, 잘 모르는 그 무엇에 대한 외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막연한/묘한 그 무엇은 이미 기원전에 명확히 해석되었다. 그래서 영화 [파묘]가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명료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  대문 그림 :  영화 [파묘] 포스터 (네이버 검색. 검색일. 2024.4.9.)


① 영화 [검은 사제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돼지를 부러워하는 여자들이 생겨났다.     


② 리링(李零) 지음, 김갑수 옮김『집 잃은 개, 丧家狗1』(주)글 항아리. 경기, 파주. 2019. p.111. 원문은 다음과 같다. 生, 事之以禮, 死, 葬之以禮, 祭之以禮.     


③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孟子集註』傳統文化硏究會. 서울. 1991. p.166. 원문은 다음과 같다. 밑줄 친 부분이 본문에 인용한 부분이다.

蓋上世 嘗有不葬其親者, 其親死 則擧而委之於壑 他日過之 狐狸食之 蠅蚋姑嘬之, 其顙有泚 睨而不視 夫泚也 非爲人泚 中心 達魚面目, 蓋歸 反虆梩而掩之 掩之誠是也 則孝子仁人之掩其親 亦必有道矣.     


④ (漢) 司馬遷 撰. 陳曦, 王珏, 王晓东, 周旻 譯 『史記(全五冊』 在中华书局。 2019. 北京。 2019. p.3214. 원문은 다음과 같다. 恬罪固當死矣. 起臨洮屬之遼東, 城塹萬餘里, 此其中不能無絶地脈哉?    

 

⑤ ibid. pp. 3214-3215. 원문은 생략한다. 이유는 이글에 쓴 원문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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