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 이야기 중에는 ‘도척(盜跖)’이라는 유명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공자와 논쟁을 벌여, 종국에는 공자를 꾸짖어 혼을 빼놓을 만큼 대단한 지적 수준의 소유자였다. 그의 본질은 악명 높은 도둑이었지만 공자를 압도할 만한 도척의 지적 수준은 수천 명의 제자를 거느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자는 도척과 그 무리들의 본질을 적확히 지적했다.
도척도 제자가 삼천이나 있었지만, 그들 가운데 선한 행실을 들은 바가 없다.” ①
이는 외형적으로는 지식이 전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가 도덕적 정당성 없는 도둑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참된 가르침이 될 수 없다는 경고다.
오늘날 우리는 장자의 경고를 저작권의 정신적 뿌리로 삼아 볼 수 있다. 창작물의 출처를 밝히고,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존중을 전제하지 않은 지식 전달이나 콘텐츠 활용은 도척의 방식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탐욕과 그에 복무하는 기술로 인해 다양한 모습으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나타난다. 논문을 베껴 학위를 받거나, 유명한 그림이나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 음악이나 영화 파일을 불법 스트리밍으로 유통하는 행위, 또는 AI 학습용 데이터로 남의 창작물을 무단 수집해 만든 결과물을 자기 창작물인 양 유통하는 행위 등이다.
겉으로는 기술의 발전, 콘텐츠의 확산, 정보의 공유라는 그럴듯한 명분이 붙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도척의 모습이 살아 있다. 타인의 창작을 ‘몰래’, ‘무단으로’, ‘허락 없이’ 가져와 자기 것으로 포장하는 행위는 수천 년 전 장자가 경계했던 ‘선 없는 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저작권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법적제재나 도덕적 압박 이전에,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이 곧 내 저작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창작자 사이의 상호 존중, 출처의 명확한 표시, 정당한 사용 대가의 지불이 습관이 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저작물이 도둑맞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창작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권리를 존중할 때, 문화와 지식의 건강한 성장이 담보된다.
장자가 도척을 비판한 이유는 단순히 도둑질을 나쁘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지식의 탈을 쓴 파괴’였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라, 창작이라는 고귀한 행위를 서로 지켜주는 행위다. 내가 지켜야, 나도 지켜질 수 있다. 창작의 공동체는 그렇게 유지된다.
① 장자 도척편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 盜跖之徒, 三千人而無行義之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