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 전국시대의 제나라 왕이 그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는 자에게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장 쉽고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인가를 질문했다. 그는 '귀신을 그리는 것이 가장 쉽고 개나 말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귀신은 형체도 없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그리기 쉽지만, 개나 말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아침, 저녁으로 사람들의 눈앞에 보여 유사하게 그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아주 평범한 개 한 마리의 일생을 무덤덤할 수밖에 없는 늙수그레한 남자가 뭐랄 것도 없는 글재주로 뭉툭하게 적어간 기록이다. 따라서 지금 현시점의 다른 세대 또는 같은 세대라고 해도 다른 정신세계에서 사는 독자가 이 책을 접한 다면, 오해하거나, 심하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몇 가지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아래 열거한 내용 외에도 같은 맥락이지만 이질적으로 이해될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뱀발(蛇足)로 첨언한다.
1. '개'는 개과의 생물을 지칭하는 보통 명사이다.
2. '개를 판다' 또는 '산다'는 뜻은 돈과 개를 바꾸었다는 의미이며, '개판 돈'을 개를 주고받은 돈이라는 뜻이다. 같은 의미를 '강아지를 '분양'한다" 라던지 '분양 책임금'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나는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3. 특정 정치인의 행동에 대한 내 개인적 생각이 대한민국의 국시에 위협을 가할 의도는 조금도 없는 것과 같이 그 밖의 개인적 느낌의 서술이 특정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4. 이 책은 2002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록이며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아이가 제대 군인이 되기까지의 시각, 젊은 무역회사의 사장님, 늦깎이 학생, 전형적인 아줌마, 외국인과 외국 개, 그리고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의 시각 심지어 마귀를 알아볼 수 있는 초능력자의 시각까지 착종되어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시각을 하나의 범주로 가지런히 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항상 흔하게 옆에 있고, 가까이 있는 것,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나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어떤 생명체에 대한 진솔한 고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