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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두통아

당신의 두통을 표현해보세요

by 늘해랑




분명히 나는 지난 주말부터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래도 여행이랍시고 알게 모르게 피로가 살짝은 누적되었었나보다. 집으로 돌아온 날도 일찍부터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함께 기절해 잠들었는데, 어제도 같은 시간에 누워 아침까지 푹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어제 밤에는 살짝의 두통까지 함께 있었다. 오늘 아침 일어났음에도 그 두통이란 녀석은 사라지지 않았다.



몇 달에 한 번씩 이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 온다. 딱히 심한 정도는 아니다. '약을 먹을까?', '참고 넘어가면 괜찮을 정도인가?' 싶은 딱 그정도. 오늘은 마침 타이레놀 한 알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도 여전하면 한 알 먹어야지 싶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두통.


글쓰기를 하는 나는, 또 눈 앞에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갑자기 두통을 표현하고 싶어졌다. 지끈지끈, 욱신욱신, 찌릿찌릿, 지잉. 두통을 표현하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왜 사람마다 자기가 느끼는 고통을, 아픔을 어떻게든 말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있지 않는가. 그게 참 한 문장으로 아니, 꼭 한 문장이 아니더라도 그 느낌을 그대로 풀어내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딸이 자기 허벅지 안쪽 근육이 살짝 걷기 불편할 정도로(?) 아프다고 했다. 사실 다친 적도 없고 근육통이 생길만큼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이게 계속 아플 것인지 잠시 아프고 말 것인지, 단지 성장통일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어서 참 답답했다.


나의 두통을 한 번 떠올려보고, 또 지금의 두통도 한 번 느껴보면서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어졌다... 나만의 느낌이라도 억지스러울 지언정 아무 말이나 잘 끼워맞춰 느낌을 말로 묘사해 보자.



목뒷덜미 한 가운데에 움푹 파인 그 곳에(지금은 안 파여있다..살 네놈...) 심장이 있는 것처럼 펌핑하듯 욱신거리는 두통

코 끝부터 라인을 따라 올라가며 이마뼈를 타고 양 옆으로 관자놀이까지 마치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의 그 띵함이 T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두통

정수리 뚜껑을 열고 미니선풍기 바람을 계속해서 불어넣어주고 싶은 폭발 직전의 열기를 가진 두통



나만 아는 두통인지, 모두가 그려지는 두통인지 궁금하다.



오늘 나의 두통은 콧대와 정수리꼭지에 있다. 아 미간에도 있다.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집게로 만들어 콧대와 미간사이를 계속해서 마사지 중이다. 또 다섯 손가락을 인형뽑기 집게처럼 만들어 정수리 꼭지를 톡톡톡톡 때려주고 있다. 이러면 좀 낫거든.



여전히 내 두통을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글감으로 승화시키고 나니 이 두통에게 감사한다. 글쓰는 사람에게는 이런 하나의 글감도 소중하니까. 글쓰기는 치유의 행위라고 하더니 이런 치유도 가능하구나. 꿉꿉하게 시작해서 유쾌하게 끝났다. 입꼬리가 쳐진 상태로 시작했는데, 지금 내 입꼬리는 사알짝 올라가 있다. 아직은 남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이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 중이라 할 지라도 나는 이런 나의 글의 흐름에 웃음이 난다. 고맙다, 두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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