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내가 동화작가 도전을 위해 써 내려간 것. 용감한 내가 진행 중인 세번째 단계이다.
3단계.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내 이야기의 주인공 만들기.
쉽게 말해 '인물 설정하기'이다. 어찌 되었든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나 대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줄 사람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인물을 확실하게 설정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작가인 나는 그 인물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내가 마치 그인양 그의 세계관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대신 해 줄 나의 아바타. 나와 마음이 가장 잘 통할 사람이 될 나의 제일 친한 친구. 이제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나의 동화가 완성될 그 때까지 나의 제일 친한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다. 이건 바꿀 수 없는 내 동화의 중요 포인트이다. (모자이크 하지 않고(?) 공개하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의 나이, 아니 그런데 뭐 꼭 바꿀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이름은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다. 휘리릭 타이핑 할 때 필요해서 대충 아무 이름이나 생각해 쓰고 있지만 맘에 쏙 들진 않는다. 이 친구는 어떤 여학생일까? MBTI는 무엇일까? E일까 I일까? E형 I 인간? 가족관계는 어떠할까? 외동일까?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을까? 이 친구가 사는 곳은 어디일까? 대도시? 중소도시? 바다를 끼고 있을까? 아니면 아예 시골?
인물에 맞추어 이야기를 따라갈 때 그 이야기에 몰입을 하려면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인물 설정을 탄탄하게 해 두어야 이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가고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내 친한 친구를 아주 예쁘고 자세하고 세밀하게 빚어 내는 과정에 공을 들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래 걸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 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런데 잠깐 샛길로 빠져 오늘 조금 사알짝 억울한 기분이 든 순간에 대해서도 써보고자 한다.
쓰는 단계와 함께 앞서 구입했다던 책들을 틈 날 때마다 이어 읽거나 필요한 부분 또는 궁금했던 부분을 찾아서 읽고 있다. 내가 이 3단계를 진행하며 나의 친구를 열심히 만들고 친해지고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책을 읽을 시간이 나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멈췄던 부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직 100페이지도 읽지 않은 초반부이다.) 그런데 나의 이 무식하고 용감하게 시작한 이 단계에 대해 가르침을 주는데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름 나의 단계와 나의 의식의 흐름과 꽤 다르게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건 사실 뿌듯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순간 나쁜 생각이 들었다. 이론서의 가이드를 읽고 나서 실습을 한 결과가 되어버려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읽은 후의 사고과정이 아닌 스스로 어렴풋이 이래야 할 것 같다는 자의식으로 쓴 건데 나의 도전기가 부딪힌 게 아닌 따라하기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억울했달까?
정말 그런 찰나의 순간을 거치고 나자 급 부끄러운 생각이 이어들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오만한 생각을!!! 아니야, 아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잘 가고 있다고 이렇게 격려해주신 이론서님께 어디 감히. 감사하자. 억울해 하지 말자.
다시 친구 이야기로 돌아가본다. 처음 핵심소재를 생각하고 인물을 만들자고 생각했을 때, 나는 친구를 딱 한 명 만들 생각을 했다. 핵심인물. 그런데 꼭 한명이어야 할까? 내가 지금 쓰고 싶은 동화는 거대한 서사를 가진 소설이 아니다. 각기 다른 작지만 그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를 가진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 마음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 갈등상황을 어루만져주고 헤아려주고 해결해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한 명의 인물이 가진 고민 하나로 한 권의 이야기를 만들기는 아직 나의 능력이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만들 나의 친구는 '친구들'이 될 것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살짝 공개해 본다.
아직은 막연한 나의 동화쓰기 도전에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는 것는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잘못된 시도라면 고쳐 쓰면 되고 이게 또 나의 스타일에 맞게 잘 어우러진다면 그 또한 성공이 아니겠는가. 언제 슬럼프라는 녀석이 찾아와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 글 너무 구려 병이 도지지 않는 한 무한긍정 무모한 나의 도전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